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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여자 이야기
운아 지음 / 파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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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빛나는 슬픔”. 삶의 고비고비를 넘으며 흘린 숱한 눈물이 아름다운 빛으로 승화한 과정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책. 그녀가 겪은 큰 슬픔이 다시 많은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빛이 되었으니, 이제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외롭고 추운 영혼들이 따스한 빛 속에서 휴식하고 회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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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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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본 자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라고, 

최영미 시인은 <나의 여행>이라는 시에서 말했다. 

이 책을 보고 이 사람은 정말 그런 여행을 했나보다, 라는 생각이 

이 사람은 정말 자신이 쓴 시대로 생각하는가보다, 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이 사람은 정말 시처럼 사는가보다, 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래서 궁금했고, 펼쳐 읽었고, 마지막 장까지 성실하게 따라갔다. 

마음이 커다랗게 부풀어오르는 순간들과 끝없이 낙하하는 것 같던 순간들을 지나, 

비로소 마음이 차분해졌다. 

고되었지만 멋진 여행이었다. 

넘어지고 절망하고 길을 잃어 방황할 것을 허락하는 시인의 글과 여행과 삶이, 

다시 한번 희망을 품게 한다. 

고되지만 멋진 우리네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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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처럼 살아요 - 효재 에세이
이효재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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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옷감 다루듯, 고운 빛깔 담은 한 장 한 장 쓰다듬으며 읽었다. 

 

책을 읽고 나서-

무엇이 그리 급한지, 거칠게 쏟아내던 말들을 주섬주섬 챙겨 차분하게 놓아보았다. 

차가운 물 한잔 깨끗한 유리잔에 담아, 유난히 피로해 보이는 식구들에게 건네보았다. 

뽀드득뽀드득 소리 내며 정성 들여 그릇들도 닦아보았다. 

효재처럼, 효재처럼 하다 보니 

효재처럼 어느새 나의 마음 결이 고와진 듯했다. 

 

제시간에 오는 버스를 타고 생활한 사람과, 

흙냄새를 품고 느릿느릿 걸어오는 소낙비를 보며 산 사람은, 

삶을 계산하는 법 자체가 다르다고 효재샘은 말했다. 

 

무엇 하나 보태지도, 꾸미지도 않고, 사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그는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사는 모습을 바꿔놓는다. 

 

도저히, 시야에서 책을 치울 수가 없었다. 

효재처럼, 효재처럼 사는 일이 행복해서. 

그런 내가 무작정 사랑스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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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웨이 - 세계는 지금 새로운 리더를 요구한다
달라이 라마, 라우렌드 판 덴 마위젠베르흐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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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리더스 웨이>.  

이 책을 곁에 두고 틈틈이 펼쳐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다음 문장을 읽고 나서였다.



<리더스 웨이>는 잘나가는 기업 총수가 되는 법이나 그보다 더 큰 조직, 이를테면 국가나 세계를 잘 이끄는 전략들을 가르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다. 대신 이 책을 쓰기 위해 10년에 걸쳐 논의를 나눴다는 달라이 라마와 경영 컨설턴트 마위젠베르흐는 우선 "자기 자신의 리더가 되라"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훌륭하게 이끌 줄 아는 사람만이 기업도, 나라도, 세계도 훌륭하게 경영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는 리더는 조직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는 지위와 상관없이 어디에나 있다."

 

이 책은 <자기 자신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할 것'과 '하지 말 것'>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언제나 평상심을 유지하기, 부정적인 생각에 휘둘리지 않기, 마음 닦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 분명한 목표 설정하기,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수치심을 가지고 바로잡기 등이 그 예이다. 그리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어떤 문제들이 생겨날 수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더더욱 설득력이 있다. "좋지 않은 과거를 계속해서 떠올리는 것은, 깨진 유리조각을 움켜쥐는 것과 같다. 더 꽉 움켜쥘수록 피는 더 많이 새어나올 뿐이다"라는 뛰어난 비유와 묘사력이 돋보이는 문장들도 한몫한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함께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전 세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본주의와 자유경쟁체제가 낳은 각종 폐단들과 고질적인 문제들로 전 세계가 위기에 봉착해 있는 오늘, 인류는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갈 새로운 리더, 그것은 나와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른 원칙을 세우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기, 현실을 직시하고 끊임없이 목표 재설정하기, 나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 미리 고려하기, 사람들 안에 숨어 있는 열정을 자극하여 에너지를 이끌어내기, 인종/종교/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지내기, 언제나 사람의 행복을 최상의 목표로 설정하기.

이렇게 작은 발상의 전환, 일상에서의 실천을 통해 우리는 아주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새 세상을 만들어갈 리더로 살 것이냐,
인류 공통의 책임을 회피한 채 이름 없는 우매한 군중으로 살다 죽을 것이냐,
선택은 물론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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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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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에 맞아, 타버린 땅처럼 길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한 남자.

소년은 연신 뒤를 돌아보며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우리가 도와줄 수 없나요? 아빠?"

그러나 아버지는 매몰차게 어린 아들을 돌려세우고는, 몇 날 며칠 통조림으로 주린 배를 달래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또다른 생존자들의 위협에 몸을 사리며 새우잠을 자는 비참한 상황 속에서,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걸음을 재촉한다. "못해. 우린 못 도와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하루하루 연명하는 일 자체가 고통인 그들, 소년도 알고 있다, 그대로 멈춰서 부상당한 남자를 돕자면 그들의 목숨마저 위험해질 거라는 사실을, 그러므로 지금 그들로선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소년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억지로 고개를 주억거린다. 안다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계속 걸어, 끝까지 살아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을 자신도 이해한다고. 언제고 자신과 아들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길 수 있도록 두 발의 탄알만을 남겨둔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그래도 살아야겠기에, 숨이 붙은 인간이어서 살아야겠기에, 주위 잿빛 풍경처럼 마음 저 밑바닥까지 새카맣게 타버린 아버지를 소년도 잘 알기에 더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대신, 어린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숨이 붙은 채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생면부지 남자에 대한 연민으로, 모든 따뜻한 것이 사라져 어둠밖에 남지 않은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그래도 살 수밖에 없는 인간임을 어렴풋이나마 가슴으로 느끼면서, 눈물은 뜨겁게 아이의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책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이 가슴 시린 고통은 계속된다. 조금의 다독임도 없다. 저 너머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푸른 희망에 대한 암시도 없다. 불을 운반하는 아버지와 아들은 그저 걸을 뿐이다. 묵묵히 견뎌낼 뿐이다. 인간을 제외한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이 죽어버린 그 끔찍한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고통을 온 몸으로 천천히 견뎌내면서 부자는 살아낼 뿐이다.죽지 않는다고,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뻔한 거짓말로 서로를 위로하면서.

책을 읽는 내내 온 마음이 모래사막처럼 까끌까끌 건조하고 불편했다. 살아야 한다는 게, 인간으로서 삶을 지켜낸다는 게 이렇게 고통스럽고 무섭고 삭막하고 끔찍한가, 라는 생각들이 바쁘게 끝을 향해 내달리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어린아이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던 눈물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다.

뜨겁다. 마음속에 뜨겁고 축축한 무엇이 자리를 만든다.

시커멓게 재가 쌓인 그곳에 물이 고인다. 그리고 아름다움, 이라는 말.

고통스러울 만큼 아름답고, 감각적인 소설이다.

책 한 권에 담아내기엔 너무 무거운 감동이다.    

나는,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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