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무락 꼬무락 동심원 17
노원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우 조금씩 움직이는 모양을 뜻하는 '꼬무락 꼬무락' 제목을 읽으니 뭔지 모르게 가벼운 깃털로 만진 것처럼 간질간질한 느낌이 온다. 초록 새싹이 돋아나는 봄날에 어울리는 동시집을 읽으니 기나긴 겨울을 견뎌낸 우리에게 보너스처럼 느껴진다. 동시를 읽고 좋아서 저자의 이력을 읽다 보니 유년시절 어머니가 사온 동시집을 달달 외우면서 동시집의 매력에 빠졌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공감이 되었다. 학창시절 시가 좋아서 친구와 함께 시를 외우고, 적어 보던 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이의 동시를 보면서 뭔가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 혹은 잃어버리고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것들을 확인하는 것이다.

 

동시는 복잡하지 않다.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이 표현되어 있어 읽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아이들은 특별한 눈으로 바라본다. 욕심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담백한 마음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학교 공부 끝나고 피아노, 수학, 원어민 영어 학원을 세 곳이나 다녀왔다. 어깨가 축 처졌다. 밤에만이라도 그 무거운 짐을 옷걸이에 걸어 두고 싶다. 옷걸이에 아이의 일상이 담겨 있다. 학교에 학원 힘들다고 투덜대는 것이 아니라 시로 이야기 한다. 그래서 더 강한 울림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일상이 담겨 있는 동시는 어른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동시를 읽고 나니 아이의 눈높이로 시선을 내리게 된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동시 속에서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욕심을 부리지 않고, 남을 의식해서 꾸미지도 않기에 일상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른보다 깊이가 있고, 더 날카로울 때도 있다. 그래서 동시를 읽으면서 아이들의 생활을 돌아보게 되고, 어른인 우리 자신의 모습도 뒤돌아 보게 된다. 읽기 쉽고 재미있지만 그 안에 깊은 울림까지 갖고 있는 동시의 매력에 요즘 새롭게 빠지는 중이다. 아이가 좀더 크면 함께 동시를 읽는 시간을 갖고 싶다. 요란하게 포장하지 않아도 소박한 짧은 글로도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다. 좀더 담백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