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그리는 페인트공 쪽빛문고 12
나시키 가호 지음, 데쿠네 이쿠 그림,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결혼을 앞두고 신랑과 집안 정리를 하다가 답답한 문을 보고는 무작정 페인트를 사다가 칠을 한 적이 있다. 페인트의 비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그 색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처음엔 촌스럽게 느껴질만큼 진한 색이 흰색이 들어가면서 점차 부드러운 느낌으로 변해 가는 모습은 정말 신기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다지 매끈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둘이 함께 한 소중한 기억이기에 지금도 그 문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미소가 지어지곤 한다. 둘이서 만들어 갈 시간에 대한 우리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그리는 페인트공'은 그 느낌이 참으로 독특하다. 잔잔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어려서부터 페인트를 아주 좋아해서 페인트공이 된 싱야는 사람들이 원하는 색을 만들어 가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그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페인트공이었던 자신의 아버지을 흔적을 따라 떠난 여행에서 아버지의 붓을 찾게 되고,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색을 표현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색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꿈을 통해 투영된 모습은 전혀 다른 속마음을 보여준다. 그것을 읽으면서 싱야는 마음을 그리는 페인트공이 된다. 

 

'기쁨과 슬픔, 설렘과 외로움, 모든 감정을 담은 '위트릴로의 흰색' 이란 글귀를 보면서 그 색이 궁금해졌다. 위트릴로의 '파리의 골목'을 보니 그림 속 흰색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뭔지 모를 쓸쓸함이 전해지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묘한 여운이 있다. 그림에 대해 자 알지는 못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왠지 시선을 잡아 끄는 듯한 감동이 있다. 이 책의 느낌과 참 많이 닮았다. 글은 내용은 길지 않지만 한장 한장의 그림 속엔 그 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신의 꿈을 찾아 노력하는 싱야의 여행을 함께 하다 보면 우리도 그만큼 성장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싱야의 아버지와 어머니, 싱야와 유리, 싱야의 아들 신이의 모습을 보여주듯이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얽힘을 하나씩 풀어가는 시간을 겪어야 한다. 페인트공 싱야의 마음이 우리의 가슴에 위트릴로의 흰색을 닮은 그림을 그려 넣었다. 가볍게 읽기 시작한 책이 이렇게 큰 여운을 줄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더욱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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