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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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결국 배움으로 스스로를 구원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그녀는 아버지의 맹목적인 신념의 그물망에서 벗어났다. 숀이 그녀를 흑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저항할 수 있었다. 그것들이 잘못되었다고 알려주는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자기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고 있으므로, 자기 말을 들으면 구원받는다고 말했다. 그녀를 실제로 구원한 것은 하느님과 아버지가 아닌 배움이었다.


2.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식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고 실천할 수 있게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녀의 부모는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최악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아버지는 가족이 누릴 수 있는 교육, 의료 등 모든 공적 권리를 사악한 음모와 계획으로 치부한다. 자식들이 미래에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한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뜻을 꺾기보다, 나머지 가족들에게 아버지의 뜻을 따르도록 타이른다. 옳은 길보다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의심을, 어머니는 가족의 갈등에 대한 죄책감을 씌워주었다. 책을 읽다보면, 그녀의 생각의 바탕에 두 가지 감정이 주로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3. 그녀는 과연 자신의 감정에 있는 그대로 솔직했을까. 책에 따르면 그녀를 지배하는 감정은 죄책감과 공포,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다. 철저히 내향적이며, 그 감정의 대상이 바깥을 향하는 낌새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발목을 잡았던 가족들에 대한 원망은 없었을까. 그녀의 육체와 정신을 지독하게 괴롭혔던 오빠에 대한 혐오나 복수심 같은 감정은 없었을까. 그런 감정은 느끼기 힘들 만큼 가족이 소중했던 것일까. 정말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가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알면서도 책을 써야할만큼 절박한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만약 가족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더 많이 드러냈더라면, 독자들은 머리로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저자와 마음의 거리를 유지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책에 드러난 철저한 내향성은 독자들이 심리적으로 그녀와 최대한 가까워지게끔 의도된, 혹은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 그녀가 본인의 감정 자체를 거짓으로 꾸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가 책에서 쓴 마음 상태와 의식의 흐름은 충분한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설 같이 잘 짜여진 이야기의 중심에 선 그녀에게서, 적개심 같은 일말의 부정적인 감정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녀는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내향적인 인간의 이상형 같았다. 과연 이 책을 쓰면서 스스로의 감정에 대한 검열과 편집이 없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다준, 내게는 기묘한 회고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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