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분은 미실이라는 인물을 아시는지요. <화랑세기>에서 묘사하고 있는 매혹적인 그러나 치명적인 인물인 미실은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제 기억으론 고현정 씨가 미실이라는 인물의 캐릭터를 아주 잘 살려 연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미실을 보려고 선덕여왕 시청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죠 )

선덕 드라마 여왕이 2009년 방송을 타기 전에 이 '미실'이라는 인물을 그린 소설이 있었습니다. 바로 김별아 작가의 <미실> 이라는 장편소설이 그것인데요. <화랑세기>를 바탕으로 미실의 일생에 대해서, 미실의 운명과 사랑에 대해서 써 놓은 장편소설이었습니다.


▶ 팜므파탈,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은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신라라는 나라의 전권을 휘어잡게 됩니다. 소설 <미실> 에서도 마찬가지로 미실이라는 인물은 치명적인 미색을 무기로 권력의 핵심에 있는 남자들을 유혹하여 그들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권력을 손에 쥐게 됩니다.

아무리 훌륭하고 아무리 많이 배운 위인이라도 한낱 욕정을 이기지 못 하는 사내로 만들어 버리는 미실의 능력은 이 소설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내내 유지가 되는데요. 미실에게 홀린 남자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미실에게 받치고 미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뭐든지 하는 종이 되어 버립니다.

왕실의 세종이 그러하였고, 위대한 왕이었던 진흥제 역시 미실의 미색에 홀려 비굴한 모습까지 보이게 됩니다. 또 한 진흥왕의 아들인 동륜 역시 미실의 미색에 홀려 음계에 빠지게 되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였습니다.

팜므파탈이라하면 남성을 유혹하여 죽음, 고통 등의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게 만드는 '숙명의 여인'을 뜻하는 사회심리학 용어입니다. 이는 정확히 미실을 의미하며, 미실에게 빠진 수 많은 남정네들이 미실에게 이용당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였습니다. 미실은 자신의 무기가 무엇이고, 권력을 쥐고 있는 남자들을 어떻게 구워 삶아야 하는지 아는.. 그야 말로 팜므파탈의 아이콘이었습니다.


▶ 복잡한 인물간의 관계

미실은 본래 왕실에 여인을 대는 혈통인 대원신통의 후손입니다. 즉, 왕실에 색공을 하는 혈통이라는 것입니다. 미실 위로 그녀의 어머니인 묘도, 그 위에 옥진.. 이렇게 왕실에 색공을 올리는 계통에서 태어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설 <미실>의 전반적인 내용속에 성적 묘사가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내용의 중요 부분은 거의 그런 표현이 주를 이루었고, 중요한 사건마다 남녀의 성관계에 대한 묘사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싸구려 야설의 느낌이라기 보단 우아한 표현으로 그 장면을 묘사했으며, 그런 행위 자체에 대한 묘사보다는 그것을 넘은 운명이나 대의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또,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가계도가 굉장히 복잡합니다. 아시다시피 신라시대에는 혈통주의가 만연해 있었습니다. 진골이 어떻고 성골이 어떻고... 그래서 자신들의 순수 혈통을 지키기 위해서 가까운 친척과의 혼인이 성행했었는데, 소설 <미실>에서도 역시 비슷한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위 혼인 관계표를 보시면 굉장히 복잡합니다. 따라 올라가면 거의 대부분이 친척이고, 같은 뱃속에서 태어난 남녀가 혼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사통을 하여 자식을 갖는 것은 예사일이구요. ) 그 관계가 굉장히 복잡해서 소설을 읽는 내내 이 혼인 관계 참고표를 계속 참고하면서 읽었습니다. 문란하다기 보다는 그 당시의 사상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 났음을 배워서 알고는 있지만 소설 속 인물을 이해하기가 좀 힘들기는 했습니다.


▶ 나약한 남성을 휘어 잡은 여인들

소설 <미실> 속에서 이야기는 대부분 여인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일단 주인공인 미실이 그러하였고, 황실을 잡고 섭정을 하였던 진흥제의 어머니 지소태후가 그러하였고, 진흥제가 죽자 어린 임금을 세우고 혹은 폐위하였던 사도황후(태후)가 그러하였습니다.

특히 이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남녀간의 잠자리는 흔히 성인물에서 그려지고 있는 권위적인 남성의 모습이 아니라 여인에게 굴복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색을 구하는 비굴한 남성의 모습이었습니다.

옛 말에 군자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여인이라 하였습니다. 신라의 부흥을 이끌었던 진흥제 역시 우연히 목욕하고 있는 미실의 모습을 본 다음부터 무너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총명하고, 절제를 알며, 여인 보기를 돌같이 하던 세종 역시 미실을 본 다음부턴 무너져 버리지요.

대의를 가지고 있는 남자일 수록, 큰 뜻을 이루고자 하는 남자일 수록 그 뜻,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여자를 조심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미실과 같은 여자들이 신라시대에만 존재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요즘도 심심치 않게 색을 탐하다가 파직되거나 망신을 당하는 권력자들을 보면 그러한 진리는 시대를 타지 않나 봅니다.

아무튼 여인 앞에서 한 없이 무너지는 신라의 권력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고, 역겹기까지 하였습니다. 나는 그러지 아니하리라 마음을 먹게 되는 순간입니다. ( 하지만 정작 미실이 내 눈앞에 나타난다면 어찌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ㅎ )


▶ 다소 어려운 어휘들과 역사적 용어

일반 드라마보다 사극이 보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과 어법, 예법들이 나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른 소설들에 비해서 소설 <미실> 역시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그 시대 사람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읽기에 편한 패턴의 글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공계 쪽 전공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나왔고, 신라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신라의 혈통 주의에 대한 약간의 배경지식이 도움이 되었지만, 힘겹기도 했습니다. )

읽기가 어렵게 느껴져서 그런지 읽는 기간도 다른 책에 비해서 하루 이틀 정도 더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이런 역사소설도 많이 읽어야 눈에 잘 들어오나 봅니다.


▶ 운명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린 미실

주인공인 미실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언급을 하자면, 앞서 말했다 시피 미실의 혈통은 대원신통으로 왕실에 색으로 공을 올려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났습니다. 나중에는 그 색을 이용해서 권력을 누리지만 아무튼 운명이라는 굴레에 얽혀 있는 가련한 여인이었던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사다함이라는 인물과 진실한 사랑을 나누고, 그를 평생 그리워 하는 약한 모습의 미실은 안타깝기만도 했습니다. 사다함과 부부의 연을 맺기를 약속하고 사다함이 출정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지만 그 사이 지소태후의 명을 받아 자신을 내쳤던 황실로 다시 돌아가 세종의 부인이 되고 맙니다.

미실은 그 후에 진실한 사랑을 하지 않고, 평생 사다함을 그리워 하며 살게 됩니다. 자신의 미색은 오로지 권력을 잡기 위해 이용할 뿐 마음을 주는 사랑은 사다함에게만 주고자 했었지요.

미실을 사랑한 남자들 중에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설원랑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미실은 불교에 귀의하여 속세와 떠나 살게 됩니다. 자신의 미색도 세월 앞에선 무력함을 느끼고, 권력의 중심에서 떠나게 되는데요. 그녀의 최후까지 함께한 사람이 바로 설원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미실이 병을 얻어 누워있을 때에도 설원은 미실을 극진히 간호하고 보살폈으며, 최후에는 자신의 목숨을 공양하여 미실이 완쾌하기를 바라고 죽게 되지요. 참으로 가련한 사내였습니다.

미실의 마지막, 미실의 최후는 설원이 있어 아름다웠나 봅니다. 미실의 행적이 소설 전반에 걸쳐서 선하지 못 했지만 미실과 설원의 최후가 그려져 있는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불쌍하기까지 했습니다.


▶ 마치며

이 소설은 제 1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으로 문학적 가치가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역사 속에 묻혀 있었던 미실이라는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여인의 일생을 그려, 1500년만에 부활시킨 작품입니다.

수 많은 성애의 장면들을 아름다운 문체로 승화시킨 작가의 노력 속에 음탕한 소설이 아니라 아름다운 소설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미실이라는 인물의 일생으로 이것저것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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