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 - 내 마음 제대로 들여다보는 법
허규형 지음 / 오리지널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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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밈은 "T발, 너 C야?"였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것도 MBTI였다. 나 역시 술자리에서 말을 하기 위해 MBTI 간이 검사를 했었다. 사회가 원하지 않는 I가 강한 INTJ 유형이었다.



어릴 때는 나 역시 활발한 아이였다. 방과후 학교가 시작되기 전, 언제나 또래 친구들과 학교 놀이터 모래사장을 구르며 뛰어놀았다. 그 당시 그네는 지금처럼 안전하지 않아서 타다가 손이 끼이거나 온갖 기행을 부리며 타는 곡예의 종류 중 하나였다.

내가 본격적으로 말 수가 적어지고, 남들 앞에서 내 의견을 잘 비추지 않았던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전학을 오고나서부터 였다. 나는 남들의 시선을 너무 신경썼고, 따돌림도 당했었다. 이런 성격은 23살이 된 지금까지 이어졌다.

제목을 보자마자 정말 왜 그럴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모든 일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것일까.

책을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정말 표지를 펼치는 순간 엄청난 스피드로 책장이 넘어갔다. 그만큼 공감도 잘 되고, 읽기에도 쉬운 책이었다. 오랜만에 책을 읽어보려는 사람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페르소나는 또 다른 가면을 의미한다. 대부분은 사회에서 보이는 얼굴과 혼자 있을 때의 얼굴이 다르지만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그 차이가 너무 커져서 자신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되는 것이다. 나 역시 나 자신의 페르소나 때문에 여전히, 그리고 오늘도 힘들어한다. 그러나 사람이 어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겠는가. 페르소나 간의 간극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의 원래 모습을 바꿔가는 쪽으로 노력해 봐야지.



책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는 다음과 같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요?"

"어떻게 하고 싶으신데요?"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모르겠어요.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요."

p.157

나는 한 번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을 해오며 살아온 적이 없다. 하고 싶은 것은 있으나 결국 현실의 벽에 막혀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아마 이런 절망감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알면서 바뀌지 않는 것과 모른 채 바꿔질 기회조차 없는 것은 다르다고 상각한다. 이 책을 읽고 모든 심리적 고민이 해결된다면 이렇게 힘든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현재 어느 상황에 위치하여 있는지, 나 말고 다른 사람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것이다.



끝!



ps. 감수성 넘치게 밤에 읽어요. :)

#나는왜자꾸내탓을할까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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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를 묻다 - 당대 최고 과학자 8인과 나누는 논쟁적 대화
데이비드 A. 싱클레어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김나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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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당대 최고 과학자 8인과 나누는 논쟁적 대화라는 엄청 거창한 소제목을 가지고 엮어진 이 책은 일반 에세이 같은 느낌이 아닌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선 나는 이공계 관련 학부생이지만 이 책은 딱히 굳이 이쪽 분야가 아니더라도 이해하기가 쉬울 정도로 가벼운 인터뷰였다. 좋게 말해서 쉬운 과학 관련 도서이지, 다르게 말하면 알맹이가 없는 대화문이었다. 



개인적으로 과학 도서를 읽는 사람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더군다나 그 주제가 인류의 미래를 묻는다는 아주 웅장한 주제를 가지고 있을 때, 독자들은 현재 과학기술이 얼마나 발전 했으며, 이것의 향후 연구방향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현 단계의 단점 및 실현 가능성 등을 다양한 자료와 함께 제시했으면 어떨까 싶었다. 물론 너무 자세한 데이터는 논문을 찾아보면 알아볼 수 있겠지만, 논문을 찾아보는 경우는 이쪽 분야의 연구생이 아닌 이상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책을 사서 읽는 것인데 논쟁적 대화가 아닌 그냥 이런 연구를 하고 계시고요, 뭐 그냥 그래요. 이런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는 8명의 과학자들이 나온다. 책을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만나는 과학자는 제니퍼 다우드나였다. 유전자 편집기술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인데, 연구분야의 향후 적용 범위가 넓을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 에이즈 등 여러 질병의 유전물질 탐색에도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다만, 오노 가즈모토(엮은이)의 질문 중 "인류의 유전자 편집기술이 판도라의 상자인가?"라는 질문에 너무 모호한 답변을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과학자가 향후 대책까지 생각해야하는 직업은 아니다. 그러나 모라토리엄도, 정뷰 규제도 효과가 없을테니 인간의 윤리에 맡겨야 한다는 약간 무책임한 발언(?)으로 인터뷰 질문에 답하는 것에서 조금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환경 문제도 양심에 맡기다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났는데 인간을 성선설의 입장에서 보는 건가 싶었다. 차라리 이 질문에 대해서는 조지프 헨릭(4장)의 답변이 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인터뷰는 제 4장의 조지프 헨릭과 제 5장의 조너선 실버타운의 인터뷰였다. 



4장에서의 인터뷰는 진화설에 관한 내용이었다. 기존의 문화적 진화적 진화와 유전적 진화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이 아닌 유전-문화 진화법을 설명한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류는 유전정보가 아닌 문화에서의 진화. 즉, 모방을 했기 때문에 자체적인 진화를 이륙했다는 관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현대의 인류는 과거로부터 전해진 지식을 배우며, 미래의 인류를 위해 새로운 지식을 발굴해가고 있다. 이는 과거의 지식에 기반한 행동이니 과학적으로 가장 발전했다고 자부하는 현대 인류도 결국 아직도 진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류는 분담이라는 행위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무리 생활을 하더라도 도태되면 무리에서 자연스럽게 이탈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은 개인이 설령 무능력하더라도 집단사회의 결속력에 의해 이탈되는 것을 방지한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모든 것을 잘 할 필요없이 한가지만 잘해도 내가 못하는 나머지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빈자리를 채워줄 테니 전체적으로는 완벽한 집단이 됨을 의미한다. 



5장의 내용도 진화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4장은 문화와 유전적 진화에서 접근했다면 5장은 정말 생각치도 못한 분야에서 접근했다. 바로 음식이다. 조너선 실버타운은 요리를 몸 밖에 있는 위로 정의한다. 인류는 동물과 달리 불을 이용해 영양분의 흡수량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더 높은 흡수율은 우리 몸이 잉여 에너지를 뇌에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자연스럽게 진화로 이어지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어려운 용어 하나 없이 마치 고등학교 화작 문제를 읽듯이 가볍게 지나가는 내용이었다. 엮은이는 학자 여덟 명과의 대화를 통해 인류의 미래에 대한 관점과 논의 방식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첫 장부터 당당하게 적어놓았다. 하지만, 엮은이에게 죄송하게도 나는 딱히 이 책을 읽고 그리 관점이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진화론을 다른 관점에서 보는 점은 참신했지만 그 참신한 주제를 인터뷰라는 가벼운 형식으로 다루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과학계열의 책을 찾아 읽는 독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너무 영양가가 없는 책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한 번쯤 관심을 갖고 읽기에는 굉장히 추천하는 책이다. 자기 전 조금의 시간을 투자하면 막힘없이 읽을 수 있는 쉬운 책이니 새로운 분야의 도서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인류의미래를묻다 #과학 #독서토론 #독서모임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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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하는리타 2023-01-0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관심을 거두었습니다. 그냥 샀다가 또 대실망할 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