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에 적기 시작한 페이퍼인데, 뭔 일이 계속 생기고 있어, 일주일이 지나도 마무리 될 기미가 없어서 쓰다 만 거 그냥 업데이트 합니다.

 

3월에 읽은 책들

 

먼저 문학작품입니다.

 

 

1. 페스트, 알베르 카뮈 저, 김화영 역, 민음사, 2011

 

전형적인 재난소설입니다. 이방인을 읽었을 때의 충격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시에 페스트가 발생했고, 시는 폐쇄되었고, 주민들은 죽어가고, 의사 리유와 그 주변인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보건대의 활동으로 페스트는 점차 기세가 약해지다가 퇴치되고, 시의 문은 다시 열리고, 주민들은 질병과 구속에서 해방되어 환호한다는 내용입니다

주인공인 의사 리유는 감정의 큰 기복없이, 그저 의사로서의 소임을 다하며, 이 질병이 창궐했던 당시의 연대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 소설의 미덕이 극적인 감동, 인간 승리, 희생적인 영웅 등을 묘사하지 않은 데에 있다고 봅니다.

그런 식의 극적이고 영웅적인 묘사는 왠지 나랑은 상관없는 남의 일이자 나와는 상관없는 타지에서 발생한 일이며, 스펙타클한 영화처럼 비 현실적인 느낌이 들 것 같은데, 이 소설을 읽다보면 이상에게도 내 자신이 그 시의 시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 시 주민들의 공포가 고스란히 느껴지며, 내 앞에서 주어진 이 사형선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입니다.

고민하면서 나는 다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결국 물질이다. 페스트균도 물질이고... 페스트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른 신의 심판이 아니다. 이것은 인간과 페스트균 사이에 벌어진 각자의 생존을 위한 전쟁일 뿐이다...

죽음이 내 목전에서 긴 낫을 들고 목을 치려고 돌아다니고 있다면, 그 순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할까요.

골방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거나, 차라리 죽음에 목을 내 놓고 기다리는 일만은 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그런 순간이 온다면 이 주인공처럼 자신이 해야하는 일을 그저 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계속 간직해야 하겠지요.

 

 

 

2.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토마스 만 저, 홍성광 역, 열린책들, 2009

 

이 책에는 토마스 만의 중단편들이 실려있습니다 .

몇 년전에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진짜로 머리카락 쥐어 뜯으며 읽은 기억이 있어, 선뜻 손에 잡지 못하고 있던 책이었는데, 독문학을 전공한 친구가 너무 재미있다며 "토니오 크뢰거"를 추천해 줘서 용기내어 이 소설집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소설 들 중 그래도 유명한 작품으로는 "토니오 크뢰거""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꼽을 수 있겠죠.

전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아름답고 행복한 시민의 삶과 고통스럽고 소외된 예술가들의 삶 사이의 대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인공의 대부분은 문학을 하는 예술가들인데, 그들은 아름다움과 행복을 추구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술의 주제로서일 뿐이지 자기 삶의 목적은 아닌 것입니다.

아름다움과 행복의 관찰자로서 그것을 묘사하는데에만 그들의 역할이 한정되어 있으며, 삶의 따뜻하고 행복한 면은 결코 그들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에서는 한 미소년의 구원 때문에 정작 자신은 콜레라로부터 구원받지 못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무의미의 시대에 결국은 예술이 우리들을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하는 저에게 있어서, 예술가란 다른 이들을 구원하기 위한 일종의 희생제물처럼 여겨집니다. 인류의 행복과 아름다음을 위한 희생제물이요....

  

 

  

3. 좁은 문, 앙드레 지드 저, 이혜원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2008

 

분량도 짧고 서사도 복잡하기 않아서 빨리 읽을 수는 있었지만, 도대체 삶의 가치란 무엇이며, 무엇 때문에 그리고 무엇을 위해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일까를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수월하게 읽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마지막에 내리는 결정이 내 생각으로는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거기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을 해야만 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알리사는 사촌인 제롬과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가족들도 환영하는 입장이라 겉으로는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알리사는 세속적 사랑과 신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신에 대한 사랑을 택합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홀로 요양원에서 삶을 마치고 맙니다.

과연 신은 인간 사이의 세속적인 사랑을 질투하는 분인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면서 행복을 얻는 것을 그토록 싫어하는 분인가?

제 기준으로는 이해할 수도 없고, 약간은 어리석어 보이기도 한 결정이지만, 거기에는 일종의 숭고미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숭고미와 인간의 행복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숭고한 아름다움에는 비극의 그림자가 함께 할 수 밖에 없나 봅니다.

  

 

  

4. 전원 교향악, 앙드레 지드 저, 김중현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다음은 비문학 책들입니다.

 

 

5. 신호와 소음, 네이트 실버 저, 이경식 역, 더퀘스트, 2014

 

이 책은 예측에 관한 책입니다. 정치, 경제, 스포츠, 기상, 지진, 전염병, 지구 온난화, 테러 등 우리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서 예측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자는 위의 각 영역에서 예측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가를 보여주며, 그 과정을 통해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예측을 할 수 있을까를 보여줍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베이즈주의자가 되라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적절한 신호를 소음가운데서 구별해 내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소음에서 신호를 분리하려면 과학적 지식과 자기인식을 다 갖추어야 하며,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겸손함을, 그리고 예측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베이즈 정리의 핵심은 어떤 사건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전에 사전확률을 가정하는 것입니다. 사전확률은 과거의 개인적 경험이나 사회의 경험을 토대로 합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예측할 때 사전확률에 근거하여 자기가 가진 정보들을 취합하여 그 수치를 추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정보가 나타날 때마다 기존의 예측을 새로이 업데이트 합니다 ., 시행착오를 통해 진리에 더 근접해 가려는 노력을 베이즈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위에서 제시한 영역에서만 활용되는 방법은 아닐 것입니다

나의 가치관, 삶의 태도 역시 절대적으로 확정된 것으로 여기지 않고, 베이즈주의적으로 사고하여 새로운 정보가 주어질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수정할 때, 진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적인 가치관이 양극화 되어있는 요즘, 어떻게 각자의 의견을 옳은 방향으로 수렴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6.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리사 크론 저, 문지혁 역, 웅진지식하우스, 2015

 

 

7.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 저, 김아영 역, 와이즈베리, 2014

  

 

  

8. 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 에레즈 에이든, 장바티스트 미셸 저, 김재중 역, 사계절, 2015

  

 

  

9. 반야심경 이야기, 법륜 저, 정토출판, 1991

 

...코멘트 안 달은 책들도 밑줄 그어가며 완전 재밌게 읽었어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서 마무리 못하고 그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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