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도 초순이 다 지나가고 있는데 이제야 2월 읽은 책 정리 해 봅니다.

 

 

 

 

1.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저, 조규형 역, 민음사, 2008

 

나이지리아의 작가가 영어로 발표한 소설입니다.

나이지리아의 전통사회에서 사회적 성공을 추구하는 강인한 성격의 주인공이 살아가는 방식을 가정생활과 부족 내 사회생활 등을 묘사하면서 아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영국인 선교사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온 영국의 관리들로 인해 마을의 전통적 가치는 가차없이 그 힘을 잃게 되고, 주인공은 그 강한 성격 때문에 영국인 관리를 살해하고 자살하게 됩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선 아프리카 전통 문화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그 점이 유독 흥미로워서 책을 읽다 만 채로 놓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얘기죠.

전통문화와 서구문화와의 충돌 시 약자들은 왜 사회변화를 가져오는 서구문화의 방식을 옹호했는가 하는 고민도 생기고, 또한 다른 나라의 언어로 자기 나라 생활방식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데, 생각은 안 하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만 하고 있네요.

 

 

 

 

2. 기쁨의 집 1, 이디스 워튼 저, 최인자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2008

3. 기쁨의 집 2, 이디스 워튼 저, 최인자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2008

 

20세기 초 미국 상류사회 사람들의 사회생활 현장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고, 주인공 릴리 바트의 흥망성쇠에 가슴 졸이게 되는 긴장감도 있습니다.

고결한 성품과 아름다움을 가졌으나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가정교육 하에 성장한 아가씨가, 부모를 여읜 후 상류층의 속물적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다가도, 결정적 순간에는 벗어나려 하고, 다시 재기하려고 하지만, 또 다시 찾아 온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여, 결국은 사교계의 빛나고 아름다운 존재였던 그녀가 허름한 하숙방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끝이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은 것은, 그녀가 성공적으로 사교계에서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고귀한 성품은 그러한 삶을 결코 행복이라 여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독자인 우리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4. 소리와 분노, 윌리엄 포크너 저, 공진호 역, 문학동네, 2013

 

도대체 뭐 이런 소설이 다 있나요? 세 번째 시도 만에 겨우 다 읽었습니다.

이런 작품을 쓴 사람도 대단하고, 이걸 읽고 감동 받은 많은 독자들도 대단합니다. 저는 이번엔 그냥 완독에 만족합니다. .

스토리 자체는 행복하지 못한 한 가족의 가족사를 다룬 내용으로 솔직히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할 만한 내용이긴 한데, 문제는 책을 다 읽어야 아... 이런 내용이구나 하고 알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야기 진행방식이 직소퍼즐 조각처럼 단편적으로만 나오기 때문에, 퍼즐조각을 다 맞춰야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이 난해함이란....

어쨌건 다 읽었다는 사실.

나중에 다시 한번 읽는다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작가란 무엇인가 1권에 나오는 포크너의 인터뷰에 보면,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세 번 읽어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자, 그럼 네 번 읽으면 어떨까요? 라고 대답 하시더군요...허허...

 

 

 

5. 걸작에 관하여, 샤를 단치 저, 임명주 역, 미디어윌, 2015

 

기본적으로는 샤를 단치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전작인 왜 책을 읽는가에서 책읽기가 죽음과 벌이는 결연한 결투라고 한 점에 대해서는 무한동감하면서 감동받아서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었죠.

그렇지만 이분께서는 걸작이란 의미에서 수공 혹은 노력이란 의미를 제거하려고 하시는데, 이 점에 있어서는 동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걸작의 탄생에 작가의 재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겠습니다 만은, 책이 빼곡한 글자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물리적 객체라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물질적이거나 추상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작가는, 혹은 작가를 도와주는 누군가는 그 글자들을 펜으로 적거나 타이핑을 하는 물리적 행위를 해야만 했을 것입니다. 거기에 땀과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요?

걸작이 타고난 재능과 신이 내린 사랑의 결실이라 할지라도 물리적 수고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며, 부단한 사고와 퇴고의 노력 없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네요.

...어쨌거나 중요한 건, 걸작을 박제화 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것을 읽어야만 한다는 점이겠죠.^^

 

 

 

6.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 이윤기 저, 웅진지식하우스, 2004

 

그리스 로마 신화 3권에는 신과 인간들 사이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나옵니다.

신들에게 경건하게 행한 자들과 혹은 불경하게 군 자들에 관한 것이죠.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내용이 재밌다는 점에서도 읽을 만 하지만, 신화의 내용이 서양 사람들의 문학이나 철학의 기본베이스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많이 알아두면 알아둘수록 서양 사람들이 쓴 책을 읽을 때 이해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는 듯 합니다.

 

 

 

 

7. 작가란 무엇인가 2, 파리 리뷰 저, 김진아 권승혁 역, 다른, 2015

 

1권을 워낙 관심 가지고 읽은 터라 2권과 3권도 구입하였습니다.

작가들마다 작업스타일도 다르고 문학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동일한 한 가지가 있다면, 모두 성실하게 글을 쓴다는 점이었습니다.

문학의 완성은 성실함이라는 깨달음을 주었죠.

여기 실린 작가들의 작품들을 차후에 읽을 때, 다시 한번 그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서 읽어보면 작품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실제로 1권을 읽고 나서, 폴 오스터, 포크너, 하루키의 소설을 읽었는데요, 그 때 그 작가들 인터뷰를 다시 읽으니 너무 좋더라구요.

 

 

 

 

 

8. 사기 열전 1, 사마천 저, 김원중 역, 민음사, 2013

 

사기 본기는 작년에 읽었고, 이번엔 사기 열전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다루는 시기도 방대하고, 나라도 많고, 나오는 사람도 많고 그들의 행적도 끊임없이 나열되는지라, 쉽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술술 읽기엔 정보과잉인 셈이죠.

난세에 뜻을 가지고 노력해서 권력을 가진 자들 중, 천수를 누리고 평안히 죽은 사람도 간혹 있지만, 많은 경우 결말이 비극적이라, 역시 드러나지 않는 평범한 삶이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들게 합니다.

전체 70편 중에 1부가 35편이고, 하루에 1편 내지 2편씩 읽었는데요, 다른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며, 내 삶을 반성 할 수 있는 교훈적 지침이 되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은 종교서적 읽는 느낌이랄까?

2편은 언제 다 읽을라나...

 

 

 

9. 여자의 인간관계, 미즈시마 히로코 저, 박선영 역, 눈코입, 2014

 

최근에 경험한 가장 큰 어려움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인간관계라고 대답하겠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구입했습니다.

뒤틀린 여자들의 문제는 여성이 선택하는 성이 아니라 선택받는 성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책의 사례와 그에 따른 지침이 아주 구체적으로 적혀있어, 저를 포함한 여자들의 행동에 대해 이해도 하게 되고, 대처방안을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다른 인간관계 관련 책에 비해서는 확실히 더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문제는 역시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거!!

 

 

 

 

 

10. X의 즐거움, 스티븐 스트로가츠 저, 이충호 역, 웅진지식하우스, 2014

 

수학의 기본 개념을 다시 복습해 볼 수 있는 너무나도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에는 나름 수학 좀 한다고 했지만, 개념이해 보다는 공식 외우고, 문제 푸는 데 치중하느라 미적분이니 무한이니 삼각함수니 하는 게 도대체 왜 중요한지 몰랐는데, 이런 개념들이 우리 생활에서 발생하는 의문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생겨난 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수학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물론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해도 개념을 확실하게 다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수학책은 수학책이니까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독 가능한 수학책이라는 점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봄이 늦게 찾아오는 여기 베를린에도 웬일인지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네요.

그래도 방심하다가 감기 걸리는 일은 없어야겠죠.

모두들 환절기 건강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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