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읽은 책들
보통 1월엔 신년계획 세우고 열심히 살려고 다짐도 하곤 했었는데, 올해는 시작부터 왜 이렇게 무기력한지 특별하게 하는 일도 없이 외출도 자제하며 집에 짱 박혀, 본업인 바느질 거리는 아예 꺼내어 놓지도 않고, 낮에는 자고 밤에는 책 읽고 그냥 그렇게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2월이 되어서야 마치 지금이 1월 인냥 계획도 세우고 마음가짐도 새롭게 하려고 합니다.
그 첫 단계로 1월에 읽은 책들 정리합니다.^^
다른 일들을 별로 하지 않은 덕에 책은 11권이나 읽었네요.
우선 문학작품들입니다.
1. 애드거 앨런 포 단편선, 애드거 앨런 포 저, 전승희 역, 민음사, 2013
어릴 때 읽은 후 으스스했던 느낌과 벽 사이 시체와 고양이 등등의 이미지만 기억에 남아있었던 책인데요,
이번에 다시 읽으니 “검은 고양이” 외에는 완전히 처음 읽는 이야기들 같았어요.
그로테스크하며 섬뜩한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 또는 자기 속에 있는 또 다른 자아에 대한 공포.
타인에 대한 살의와 살인 그리고 죄책감이라는 극심한 처벌까지.
우리 마음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는 어두운 부분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구덩이와 추”라는 작품이 제일 맘에 들었는데요...
지하 감옥에 갇힌 이가 겪는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삶의 의지, 그러나 삶의 의지가 무색해 지는 더욱 극심한 공포가 계속 이어져서 읽는 이의 심장이 조여들게 만들고야 맙니다.
우리 삶에 드리운 그림자의 존재를 무시하려고 해도 결국은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들입니다.
2. 우리 시대의 영웅, 미하일 레르몬토프 저, 오정미 역, 민음사, 2009
19세기의 낭만주의적 인물인 “페초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년에 투르게네프의 “루진”을 읽었는데, 그 책의 주인공인 “루진”과 “페초린”이 높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에 별 필요 없는 잉여인간으로 비교되는 것을 보고,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다 이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루진이 비겁함 때문에 자기의 말에 행동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페초린은 말이나 행동 모두에 있어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게 좀 다른 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제목이 ‘우리시대의 영웅’인 것은 새로운 인간형을 제시하면서도 지금 이 사회에는 맞지 않는 반영웅으로 그리려했다는 점에서는 반어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페초린은 자기의 마음가는대로 사는 사람으로서, 어쩌면 21세기에는 예술가적 기질을 지닌 인간으로 불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의 형식도 아주 특이합니다.
화자가 누군가를 만나 페초린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또 우연히 페초린을 스쳐지나 듯 만나고 그의 일기를 손에 넣게 됩니다. 그러다 페초린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일기를 공개하는 형식입니다.

3. 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저, 김춘미 역, 문학사상사, 2003
4. 해변의 카프카 하, 무라카미 하루키 저, 김춘미 역, 문학사상사, 2003
하루키는 내가 오해했던 작가입니다. 초기작을 읽고 제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굳이 이 분의 책을 사서 읽거나 하지는 않았었는데요.
친구네 집에 갔는데, 그 집 책장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보고는 빌려오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문제적 작가니까요.
그래서 빌려서 읽었습니다.
내러티브가 너무 재밌어서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반성했지요.
내가 오해했다 몇 작품을 더 읽어봐야겠다고요.
이 소설은 두 가지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형식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15세 소년의 이야기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고양이와 말을 하는 노인의 이야기인데, 주제는 동일합니다.
15세 소년의 이야기는, 소년이 아버지로 대변되는 신화와 전설의 세계가 소년에게 짐 지운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신화의 주인공들처럼 다 이루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현실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는 성장소설이고요...
두 번째 고양이와 대화하는 노인의 이야기는, 어릴 때 본의 아니게 신화의 세계로 들어가 버린 이후 자기 자신을 잃은 노인이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죽음으로써 본래의 자신을 되찾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건 제 해석입니다.
이 소설의 특이점은 읽는 이마다 다른 해석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일 겁니다.
하루키도 서문에서 읽을 때마다 다르게 읽히기를 바란다고 적고 있습니다.

5. 부활 상, 례프 니꼴라예비치 똘스또이 저, 이대우 역, 열린책들, 2010
6. 부활 하, 례프 니꼴라예비치 똘스또이 저, 이대우 역, 열린책들, 2010
이 소설의 내용은 19세기 러시아의 사법체계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고, 러시아의 지배계층에 대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상류사회에 속한 주인공이 러시아 농민과 시민들 그리고 범죄자로 분류된 이들과 관계를 맺게 되면서 스스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내용이 너무 교훈적이라서 다소 답답한 느낌도 있지만, 주인공인 네흘류도프 자신이 변해가는 모습과 사회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사고의 과정을 읽다 보면, 지금 21세기 우리 사회에도 적용할 만한 내용이 너무 많아 속상해 지기까지 합니다.
마지막에 네흘류도프는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죄 짓지 않은 사람이 없고 따라서 남에게 벌을 주거나 남을 교화할 수 있는 사람도 없으니, 언제나 모든 사람들을 몇 번이고 끝없이 용서해야 한다고요...
이것이 사회변화를 위한 주인공의 대답입니다.
너무 이상적인 내용이라 이것이 과연 실현가능한가 하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지만, 완전함이나 진리는 언제나 너무 멀고 우리의 할 일은 거기에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의 대답이 허황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이겠죠.
그래도 책장을 다 덮고 나니 마음이 어찌나 답답하던지요.
주인공인 네흘류도프는 깨달음을 얻고 새로운 인간으로 부활했지만, 저는 아직도 그게 답이 아닌 거 같고 깨달음도 아직 얻지 못했으니 새사람으로 부활하는 것은 아직 요원한 일인가 봅니다.
다음은 비문학 작품들입니다.

7. 인생을 글로 치유하는 법, 바바라 애버크롬비 저, 박아람 역, 책읽는수요일, 2013
이 책은 작가가 되려는 이들과 1년간 함께하면서 곁에서 독려해 주는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1년 글쓰기를 시작해야 마땅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저는 아직도 글을 쓰고 있지 않네요.ㅠㅠ
책을 읽기 전에는 책 제목이 맘에 안 들었습니다. 아니 독자들이 다 상처받은 사람들이란 말인가? 맨날 뭘 그렇게 치유해?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데, 글이 너무 따뜻해서 위로가 되고 힘이 나게 된 게 사실입니다.
뭐... 책도 읽었으니 이제 글쓰기 시작하기만 하면 됩니다.
아... 언제부터?
8. 만물의 공식, 루크 도멜 저, 노승영 역, 반니, 2014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다 읽어서 분석하고 있는 알고리즘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섬뜩한 느낌이 드실 겁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이미 알고리즘을 통해 나에 대해 다 알고 있는데. 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죠.
SNS, 인터넷 쇼핑, 전자책을 통한 독서는 이미 나를 다 분석하고 있었더군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알고리즘이 나를 분석한다면, 나도 알고리즘 공부를 해야겠죠.
이 책 말고 알고리즘 관련 책을 한 권 더 샀어요.
몇 권 더 읽고 알고리즘 공부해서 정리 좀 해 봐야겠어요.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게, 얼마 전 읽은 책에 보면 앨런 튜링이 멈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은 존재하지 않는가는 것을 이미 증명한 바 있는데, 왜 사람들은 알고리즘에 그토록 열광적인 신뢰를 보내는 것일까요?
물론 멈춤문제라는 게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한지라 더 공부해야 되긴 합니다만...
책에서도 알고리즘을 만드는 이들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많다고 경고하고 있고요, 제 생각에도 알고리즘을 통한 결정이 훌륭한 참고자료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면, 여러 가지 다른 문제들이 연이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 어렵도다.... 그래도 어쨌건 알고리즘에 점점 더 의존하는 것이 사회적 대세인 것을 무시할 수는 없겠습니다.
9. 다윗과 골리앗, 말콤 글래드웰 저, 선대인 역, 21세기북스, 2014
부제가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힘입니다.
이 분 글을 워낙 재밌게 쓰시는 분이라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흥미로운 내용이 진짜 많은데요. 일단 꼭 한 가지만 알아야 한다면 그건 바로 뒤집어진 U자 곡선입니다.
자원이든 권력이든 어느 선을 넘게 되면 그것이 강자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약자가 그 점을 제대로 활용하게 되면 승리를 얻을 수 있게 되지요.
또 관심 있게 읽은 곳은 큰 연못의 작은 물고기보다는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가 낫다는 부분이었는데요. 우리 속담 식으로 바꾸면 용꼬리 보다는 뱀머리가 낫다는 얘기겠죠.
이건 저도 요즘 경험상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부분입니다.
암튼 이 분 책은 두 권 째 읽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기자출신이신 분들의 글이 재밌고 잘 읽히면서 정보도 오래 남는다는 점이었는데요... 정말 그 글쓰는 방식 배우고 싶습니다. 진심 ㅠㅠ
10. 끌리는 얼굴은 무엇이 다른가, 데이비드 페렛 저, 박여진 역, 엘도라도, 2014
심리학적으로 얼굴에 관해 파고 드는 책입니다.
온갖 심리학적 실험들이 동원되어 어떤 얼굴이 매력적으로 보이는가를 연구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책의 결론에서는 이러저러한 실험들을 해 본 결과 아름다움에는 객관적인 요인들이 있기도 하지만, 매력이라는 점에서 보면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책 중간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아름다운 얼굴과 매력적인 얼굴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직접 읽어보시길...
너무 많아서 일일이 쓸 수 없어요. ^^
11. 레토릭: 세상을 움직인 설득의 비밀, 샘 리스 저, 정미나 역, 청어람미디어, 2014
다른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수사학적 방법론에 관한 책입니다.
재밌는 내용도 많고 여러 가지 기법들도 제시되고 있지만, 여기서 일일이 보고 하기는 어렵고요...
제 머리에 꼭 박힌 내용 하나만 적어보겠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으로부터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삼총사인데요... 바로 에토스와 로고스와 파토스입니다.
에토스란 연설가의 성실성, 신뢰성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고, 로고스는 이성에 근거한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파토스는 감정을 고양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세 가지만 기억하고 있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제 의견을 전달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뭐 대단한 연설할 일은 없겠지만...... 아이나 남편을 설득하는 상황에서 조차도 수사학은 필요한 것이니까요.
이상으로 간단하게 읽은 책 정리를 마쳤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1월도 그리 허송세월한 것만은 아니네요. ^^
2월부터는 진짜로 바쁜 하루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
책을 얼마나 읽을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진 않지만, 짬나는 대로 열심히 읽어보지요. ^^
날씨도 살짝 살짝 풀리는 거 같고, 해도 쬐끔씩 쬐끔씩 길어지고... 우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