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링 & 괴델 추상적 사유의 위대한 힘, 박정일 저, 김영사, 2010

 

 

 

수학은 저에게는 완전하게 생소한 분야인데, 왜 이렇게 맘이 끌리는 걸까요?

... 그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건 20세기 가장 위대한 수학자들이었던 괴델과 튜링의 기본적 사상을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 있어 읽게 되었습니다.

물론 전공하신 분들 입장에서는 무척 쉽게 서술한 것이겠지만, 저 같은 문외한에게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책 제목은 튜링 & 괴델 추상적 사유의 위대한 힘입니다.

 

이 두 수학자가 이룬 업적도 대단하지만, 그들의 삶도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부분이 있어서 더더욱 관심이 가더군요.

 

이 책 읽고 나서 튜링의 전기인 너무 많이 알았던 사람도 읽었는데요...

그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지금 쓰고 있는 이 책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 수학에 대한 이 양가감정을 어쩌죠?

가까이 하기엔 너무 어마어마한데... 마음은 계속 그 쪽을 향하네요.

겁도 없이...

 

암튼 이 책도 독서 모임을 위해 정리를 해 두었습니다만,

내용이 너무 복잡해서 내가 정리해 놓고도 이게 뭔 소린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페이퍼에서는 정리한 내용 중 일부만 올려봅니다.

 

 

괴델은 불완전성의 정리를 발표하여 수학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신 분이라더군요.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를 아주 간단히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학의 체계가 무모순이라면, 수학의 체계에서는 참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존재한다(1불완전성의 정리)

수학의 체계가 무모순이라면, 수학의 체계에서 모순이 도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체계에서는 증명할 수 없다.(2불완전성의 정리)

수학에서 참인 명제들의 집합은 증명가능한 것들의 집합보다 원소의 개수가 더 많다. 즉 수학에서는 참이지만 증명 가능하지 않은 명제(논리식, 수식)가 존재한다.

 

그리고 튜링은 현대 컴퓨터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보편튜링기계를 만드신 분입니다.

 

튜링은 계산하는 기계의 모형으로 네모 칸(사각형)으로 이루어 진 테이프를 생각하고, 각각의 네모 칸 안에 한 개의 기호를 쓰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튜링기계입니다.

튜링기계는 물리적인 기계는 아니고요, 추상적인 기계로서, 정확하게 말하면 수학적으로 구성된 기계입니다.

 

보편 튜링 기계는 다른 튜링 기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혼자서 흉내 낼 수 있는 기계입니다.

보편 튜링 기계 U에 입력되는 것은 튜링 기계 T의 프로그램과 입력값 d인데요. d는 하나의 수치이니까 상관없지만, 하나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수치화해서 입력할 수 있을까요?

 

이 때 바로 괴델 수 대응이라는 방법이 사용됩니다.

 

괴델 수 대응

)

ㄴ ㅏ ㄹ ㅏ

11 3 22 3

나라

2¹¹ × 3³ × 5²² × 7³

이런 식으로 단어에 수를 부여하면 거꾸로 수로부터 단어를 찾을 수 있는데, 이 수를 소인수 분해하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단어나 기호들에 일대일로 할당된 수를 괴델수 라고 합니다.

 

괴델 수 대응과 보편 튜링 기계

수치 부여 방법은 무한합니다. 위와 같이 지수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할당된 수들을 연이어 쓰는 더 쉬운 방법도 있습니다.

보편튜링기계에 입력되는 T의 부호수를 n(T)라고 하면,

) q PR q

괴델 수 : 8018 7657 545 7657 525 8018 (, 8018765754576575258018)

 

튜링은 튜링테스트를 고안하기도 했는데요, 그것은 컴퓨터가 지능을 갖고 있는지를 테스트 하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튜링 테스트

튜링은 어떤 컴퓨터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그 컴퓨터가 지능을 갖고 있고 생각한다고 결론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튜링테스트란 사람 행세를 하는 컴퓨터와 인간이 각각 다른 방에서 교신을 주고 받을 때 컴퓨터가 인간을 속일 수 있는지, 즉 인간이 컴퓨터에 속는 경우가 가능한지를 시험하는 게임입니다.

 

튜링은 생각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컴퓨터가 생각할 수 없다는 9개의 반론을 상정하고 이를 반박하였습니다.

 

그의 반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학적 반론 : 전지전능한 신이 인간을 위해 영혼을 창조하는 일이 가능하다면 기계를 위해 영혼을 창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응수.

 

진실 회피하기 반론: 기계가 생각한다는 사실이 야기하는 결과는 너무 두렵다. 따라서 그런 일을 없을 거라고 믿자는 생각에 대해 튜링은 반박을 시도할 내용이 없다고 말함

 

수학적 반론 : 인간은 괴델 문장이 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기계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튜링이 보기에 모든 기계에 대해서 인간이 우월하다는 것은 입증 할 수 없다. 주어진 모든 기계에 대해 그 보다 영리한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그 사람보다 더 영리한 기계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주장.

 

의식으로부터의 논변 : 유아론- 다른 사람들이 나와 같이 생각하는지를 알 수 없고 내가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는 한에서 생각하며 의식이 있는 존재는 오직 나 혼자뿐이라는 주장임. 그러나 우리가 기계가 되어 볼 수는 없으므로 결국 유아론을 버리고, 튜링 테스트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

 

다양한 무능으로부터의 논변 : 지금까지는 저급하고 조야한 기계만 보아왔기 때문임.

 

러블레이스 여사의 반론 : 기계는 새로운 일을 할 수 없다는 러블레이스 여사의 주장에 대해 튜링은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내 놓음으로써 기계가 우리를 놀라게 할 수도 있다고 응수.

 

신경계 연속성으로부터의 논변 : 인간의 신경계는 연속적이며 아날로그적이고 컴퓨터는 디지털 기계임. 그러나 미분 해석기라는 연속 상태 기계를 흉내 낼 수 있는 디지털 기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함.

 

행위의 비형식성으로부터의 논변 :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규제하는 행위 규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그러나 튜링은 이 명제가 전건부정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함. 사람과 기계가 모두 자연 법칙을 따른다는 점에서, 사람은 기계일 수 있다고 주장.

 

초감각적 지각으로부터의 논변 : 만일 텔레파시와 같은 초감각적 지각을 인정한다면, 튜링 테스트를 더 정교하게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응수.

 

그러나 몇몇 학자들은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이용해 기계와 인간을 대조함으로써 기계는 인간과 같이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루카스 논증 : 인간은 괴델 문장이 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반면에 기계는 괴델 문장이 참이라는 것을 알 수 없다.

 

펜로즈 논증 : 어떤 특정한 알고리즘이 있는데, 이 알고리즘을 통해서 자연수들에 대해 참인 문장이 도출된다고 하자. 그런데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에 의하면 이 알고리즘으로부터 도출되지 않는, 하지만 자연수들에 대해 참인 문장이 존재한다. 이 때 인간은 통찰행위를 통해서 괴델 문장이 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 주어진 알고리즘으로부터 괴델문장은 형성되지 않는다.

 

루카스와 펜로즈가 주장한 것은 기계가 어떤 방식으로도 생각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대등한 방식으로 생각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괴델의 제1불완전성 정리는 체계가 무모순이라는 조건이 있습니다.

과연 인간의 정신은 상호 모순이 없는 문장들만 산출하고 생성하는가?

 

튜링은 수학적 반론을 다루면서 바로 이러한 인간의 오류 가능성을 염두에 둠으로써, 한편으로는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를 인정하고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불완전성 정리가 곧 바로 인간의 정신에 적용되는 것은 아님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이 오류와 실수를 범하는 한에서 모순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인간의 정신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것이고, 나아가 기계가 오류와 실수를 범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리고 그러한 기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면 불완전성 정리는 기계에도 적용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튜링의 믿음과 같이 기계도 인간처럼 생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인간의 뇌의 활동을 정보 처리로 보기 때문에, 인간의 뇌와 컴퓨터 간에 상호 비유가 가능해 졌습니다.

튜링은 인간이 계산을 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를 고려하여 튜링기계를 고안했고, 거기에서 현대 컴퓨터가 발전되었는데, 이제는 반대로 뇌가 하는 일을 설명할 때 컴퓨터가 작동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상황이 되었죠.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제가 막연히 생각해도 언제가는 컴퓨터도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 날이 오긴 할 거 같은데요...

그러나 그 날이 그렇게 빨리 오진 않을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태어날 때 이미 우리의 먼 조상으로부터 유전자에 각인된 정보를 물려 받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 위에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사고하지만, 컴퓨터는 이미 물려받은 정보가 없어서 누군가가 프로그램을 입력해 주어야만 하잖아요.

... 컴퓨터도 언젠가는 자기보다 먼저 활동하던 다른 컴퓨터의 역사를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날이 오긴 하겠죠?

이미 그 단계에 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추상적 사유는 위대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위대한 사유를 할 필요는 없겠죠?

천재들이 사유한 것의 덕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하면서 그저 이렇게 무임승차하면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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