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9월말 10월초를 보내고 이제야 조용히 나만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봅니다. ^^
아~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맞이하는 조용한 하루네요.
이 포스트를 작성하며, 그간 정신없이 지내느라 얽히고 설킨 내 머리 속 정리 좀 해야겠어요.
자~ 오늘도 생물학 책으로 시작해 볼까요?
43. "무지개를 풀며", 리처드 도킨스 저, 최재천, 김산하 역, 바다출판사, 2008
과학자 중 글을 가장 이해하기 쉽게 쓰시는 분 중 한분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이 분 책을 애독하는 편입니다만, 이 책은 솔직히 좀 어려운 부분이 많았답니다.
과학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무지개를 풀 듯 하나하나 설명을 하고 있긴 한데, 고등학교 시절 과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 했던지라, 아직도 과학의 기초가 늘 제 발목을 붙잡고 있네요. ^^
어쨌건 이 책은 뉴턴이 무지개를 풀어헤쳐, 분광학을 만드는 바람에, 영국의 시인 존 키츠가 시의 정취를 잃어버리게 되었다고 개탄 한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나 도킨스의 주장은 과학이 시적 정취를 잃게 하는 게 아니라, 더 풍부하게 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빛, 소리, 유전자 등을 과학적으로 풀어헤치고, 환상과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과학적으로 해명합니다. 그 다음 좀 더 생물학적으로 들어가, 굴드의 단속평형설을 나쁜 과학적 시정의 대표로 가열차게 비판하고, 생물의 유전자들이 어떻게 협조적인가를 설명하며, 그동안 풀어헤쳤던 과학적 사실들을 가지고 다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하여 엮어 갈 것을 권고합니다.
책 내용이 워낙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 일일이 설명하긴 어렵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과학이 인문학 만큼 우리가 꼭 알아야만 할 분야이며, 아름다운 심성을 헤치지 않는다는 점이겠지요.
44. "낭만전사", 도널드 시먼스, 캐서린 새먼 저, 임동근 역, 이음, 2011
다윈의 대답 시리즈 중 여섯 번째 책입니다.
진화론에 따르면 남녀가 서로 다른 짝짓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에 따라 성산업에 있어서도, 남성은 포르노를 선호하고, 여성은 로맨스 소설을 선호하는 극명한 차이가 나타난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일부 여성들이 슬래시 소설을 쓰고 읽는다는 점입니다.
슬래시 소설이란 인기 티비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들을 남남 커플로 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일종의 로맨스 소설입니다.
왜 여성들은 이런 슬래시 소설을 읽는가?
이는 남남 커플이 신체적 매력에 의해 끌리는 것 보다는, 이미 깊은 우정이나 동료애를 지니고 있는 상태에서 사랑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 여성의 심리에는 전사의 아내가 되기 보다는 동료전사가 되고자 하는 소망이 있다고 하네요. ^^
남녀에 관한 진화심리학은 매우 흥미진진하고, 실제적인 일상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죠. ^^
특히 남편을 이해하거나, 나에 대해 이해해 주기를 바랄때요. ^^
45. "또 다른 예수", 오강남 저, 예담, 2009
이 책은 1945년 이집트에서 발견된 나그함마디 문서 중 하나인 “도마복음” 해설서입니다.
기독교 내에도 도마복음적 신비주의 전통이 있다는 게 저에게는 무척 흥미로웠으며, 매우 큰 위로가 되었답니다.
며칠간 후루룩 읽어버리기 보다는 매일 조금씩 곱씹으며 읽으면 더 좋았겠지만, 일단은 전체를 쭉 읽었습니다.
오강남 선생님의 해설에 의하면 이 도마복음이 강조하는 바는 속죄, 구원, 내세가 아니라 바로 깨달음과 하나됨에 있다고 하네요.
요즘들은 도(道)와 수(修)에 관심이 가는 저에게는 아주 아주 가슴에 와닿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도마복음”을 접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다시 읽어보아야겠습니다.
46.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정혜윤 저, 민음사, 2012
정말로 책을 사랑하시는 분이 쓴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책이 어떤 지식을 얻거나 시간을 때우거나 위로를 얻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가 되는, 그래서 책과 사랑에 빠지고픈 소망을 가지게 되었네요.
마지막 챕터에 이르면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인용한 구절이 나옵니다.
“먹은 음식으로 뭘 하는가를 가르쳐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말해 줄 수 있어요”
이 구절을 저자는 다시 바꾸어 표현합니다. 이렇게요.
“네가 책을 읽고 무엇을 하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네가 누구인지 말해 주겠다.”
그래요. 과연 책을 읽고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이런 질문에서부터 바로 삶의 변화가 시작되겠지요.
47. "엄마와 연애할 때", 임경선 저, 마음산책, 2012
여성 3대의 이야기를 2대에 속하는 저자가 엄마로서 그리고 딸로서 덤덤히 적어나가고 있습니다.
자녀가 있는 여성은 어떤 존재일까요?
온전히 자기의 삶만 오롯이 살 수는 없는 존재.
누군가의 삶을 부분적으로 공유할 수 밖에 없는 존재. 왜냐면 아이는 자신을 돌봐 주는 어른 없이는 살기 힘든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삶을 공유했다고 해도 결국 아이의 삶은 아이 자신의 것이겠지요.
평상시에도 인터넷에서 저자의 칼럼을 종종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하던 터라, 책을 읽으면서도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얘기 이긴 한데요, 엄마로서 사회인으로서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여성분들을 보면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 세상의 많은 여성들, 그리고 많은 엄마들은 이미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자꾸 여성들에게 죄책감을 심어 주려 할 때 과감히 거부합시다.
이미 잘 하고 계십니다. ^^
세상 모든 엄마들 화이팅!!!
제가 사는 이곳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아니나 다를까 계속해서 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네요.
구름이 해를 완전히 가렸는지 방안도 어두컴컴합니다.
그래도 날씨 따위는 사랑으로 극복해 보렵니다.
책 사랑으로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