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도 거의 지나가고 있네요.
이제 책읽기에는 재미가 조금씩 붙어갑니다만, 아... 리뷰 적기는 아직도 힘들어요.
헝클어진 생각더미들을 그냥 막 적어 놓습니다.
18.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저, 권혁 역, 돋을새김, 2005
이 책은 마키아벨리가 1513년 완성하여 피렌체 공화국을 다스리던 젊은 군주 메디치 가의 로렌초에게 헌사한 책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이탈리아 중부에 자기의 나라를 세우려는 야심을 가졌던 체사레 보르자(발렌티노 공작)를 군주의 모범으로 들면서 그의 군주론을 제시합니다.
구체적인 내용들이 책에 자세히 언급되고 있는데, 저에게 강하게 각인된 것 두 가지는 이렇습니다.
첫째, 용병이나 지원군이 아닌 자신의 군대를 가질 것.
둘째, 국민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지만 미움을 받아서는 절대 안 됨.
책의 내용이 국민을 올바르게 다스리기 위한 내용이라기 보다는, 권력을 쟁취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전술이라는 면에서 이 책이 결코 윤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다산 정약용 선생이 쓰신 “목민심서” 같은 경우는 목민(牧民)이라고 하는 다분히 정치 윤리적인 내용을 내포하고 있지 않습니까?
반면, “군주론”은 역사 속 여러 군주의 예를 분석한 연구집 즉, 가치중립적인 느낌을 줍니다.
누군가가 군주론에 의거하여 군주가 된다고 해도, 그가 역사적으로 좋은 군주라는 평을 얻게 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죠.
하여튼, 그건 그렇고...
저는 당시 이탈리아의 상황이 무척 흥미로웠는데요...
이탈리아 반도의 여러 공국들(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나폴리, 그리고 로마교황청) 간의 긴장관계와 권력쟁탈전에 합류한 프랑스와 스페인까지...
그리고 메디차 가, 체사레 보르자, 프란체스코 스포르차, 교황 레오 10세 등 르네상스 시대에 중요하게 언급되는 인물들까지.
역사 공부 차원에서 아주 도움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체사레 보르자는 바로 다음에 읽었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살짝 언급되기도 한답니다.
19.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저, 김진석 역, 펭귄 클래식 코리아, 2008
실제 사람 대신 초상화가 대신 늙어간다는 신비한 소재로, 삶과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더 길게 얘기하고 싶고, 여기에 할 말이 많은데 아무래도 나중에 더 심도 깊게 고민하고 적어봐야겠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확실한 건 이 소설 읽고 생각이 무척 많았었다는 거.
20. "아름다움의 권력", 성영신 박은아 저, 소울메이트, 2009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인은 다른 이들이 차마 거부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며 그것이 바로 그들의 권력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책의 내용은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아름다운 사람들이 끼치는 영향력에 대한 실증적 연구결과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아름다움의 정도가 삶의 각 측면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를 측정하고 있는데요. 즉, 개인, 가정, 직장, 문화, 경제, 사회, 정치적인 면 등 7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평가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연구 내용을 제가 다 밝힐 수는 없고, 간략하게 중요한 점을 말한다면,
우선 미인의 영향력은 개인, 가정, 직장, 문화적 영역에서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었으나,
경제, 사회, 정치적인 면에서는 그 영향력이 미미하거나 거의 없었습니다.
결국, 실증적으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보다 사적인 영역에서는 아름다운 이들이 다방면에서 권력을 행사한다는 점이죠.
즉 사람들은 아름다운 사람일수록, 지적능력이 높고 감수성이 풍부하고 폭넓은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가정도 잘 꾸리고 직장생활도 잘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특이한 것은 아름다운 남성이 아름다운 여성보다 그 영향력이 더 크다는 사실이었답니다. 즉, 아름다운 남성이 외모의 혜택을 더 많이 누린다는 사실이죠.
그러나 아름다움의 권력은 공적인 영역, 즉 경제, 사회, 정치적인 면에서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 책은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거나 아름다움이 최상의 가치임을 피력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적으로 아름다움이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연구결과를 보고 해석하고 응용하는 건 독자들의 몫이겠죠.
21. "가든 파티", 캐서린 맨스필드 저, 한은경 역, 펭귄 클래식 코리아, 2010
어릴 때 분명히 읽었던 거 같긴 한데, 다시 읽어보니 기억나는 내용이 없네요. 처음 읽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맨스필드 단편 중 가장 재밌었던 것은 역시 아주 아주 예전에 읽었던 “A Cup of Tea”였는데, 이 단편집에는 실려 있지 않네요.
여성작가한테 편애가 있다는 사실은 제가 여러 번 얘기했었죠. 맨스필드에게도 그렇습니다.
특히 상류층 소녀가 이웃의 빈촌에서 사람이 죽은 걸 알면서도 자신의 집에서 가든파티를 열면서 느끼는 삶의 모순을 덤덤하게 묘사하고 있는 “가든 파티”는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주네요.
삶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이웃에 대해서요.
인생이란 정말 그런거죠. 말로 딱히 표현은 못해도, "인생이란 정말 그렇지? "하면 모두가 이해하는 그런거요.
그리고 자기 부인의 품 안에서 낯선 남자가 죽게 되자, 자신과 부인과의 사이에 죽음이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가로막히게 됨을 인지하는 “낯선 사람들”.
돈 버는 아버지와 소비하는 어머니와 아들 딸, 그리고 그 거리감을 묘사하고 있는 “이상적인 가족”.
아기를 싫어하는 부인, 가장이 출근하면 활기를 띄는 집안, 유부남의 유혹을 받는 아가씨, 가장으로서 돈을 벌어야한다는 삶의 중압감을 느끼는 남자 등이 총 출동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 “만에서”.
등등을 읽어보면 그녀가 기존의 가정이라는 가치관을 얼마나 답답하게 여겼는지 알 것도 같아요.
그녀는 당시 다른 여성들처럼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는 것을 택하는 대신, 자기가 쓰는 것이 자기의 존재라고 말하며, 오롯이 작가로서의 삶을 택한 것이겠지요.
지난 포스트에서 제가 작가들이 부럽다고 했는데,
활화산같이 타올랐던, 타오르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던 그런 여성작가들의 삶이 진짜로 진짜로 가슴이 아프면서도 부럽습니다.
오늘도 생각나는대로 막 적어놓고 이렇게 용감하게 포스트를 업뎃하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