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한국 소설들과 함께 했습니다.

친구가 여름을 즐겁게 보내라고 책 4권을 빌려줬거든요. ^^

7월엔 시작부터 공사다망하고, 또 여름휴가도 다녀온지라 독서를 할 시간이 많이 없었어요.

긴 시간 많은 책을 읽진 못했지만, 그동안 거의 읽지 못했던 최신 한국문학을 읽어보는 색다른 경험을 했고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14.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저, 예담, 2012

15. "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천명관 저, 예담, 2012

 

 

사람들이 하도 천명관, 천명관해서 그의 소설이 궁금하던 차 이렇게 읽게 됐지요.

일단 느낀 점은 어쩜 글을 이렇게 맛깔나게 쓸까? 였어요.

마치 긴 장편 영화 한편을 보듯, 흥미로운 서사와 등장인물들의 개성, 한 사람이 반평생 가량을 겪게 되는 현대사의 질곡까지.

소설의 시점은 실상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이어야 마땅한데, 표면상으로는 내가 삼촌의 이야기를 쓰는 1인칭 시점인 이 미묘한 구조상의 문제. 그러나 독자들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자연스러움. ~

엄마가 딸 시점에서 2인칭으로 서술했던 엄마를 부탁해의 부자연스러움과는 대조적이었다고나 할까요?

소설 내용은 제가 여기서 구구절절이 얘기할 필요는 없을 거 같고...

천명관의 전작인 고래고령화 가족을 꼭 구해 봐야겠습니다.

 

 

 

 

 

16. "원더보이", 김연수 저, 문학동네, 2012

 

 

김연수의 전작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무쟈게 감동적으로 읽은 터라 솔직히 기대가 컸어요.

게다가 남의 맘을 읽는 초능력 소년이라는 새로운 소재까지... ~

근데 다 읽고 나니 이게 뭐지? 싶은 게, 내 소양부족일까? 하는 자괴감과, 아님 작가가 정성을 덜 기울였을까? 하는 회의감까지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뭔가 클라이막스로 갈 듯 말 듯 걍 끝나버렸어요.ㅠㅠ

초능력 얘기는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이런 기승전결 없는 서사가 요즘 소설의 새로운 풍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도 했다가...

.

그래도 그는 재능 있는 소설가인 것 확실한 거 같습니다. 소설이 절대로 지루하진 않거든요. ^^

 

 

 

 

 

 

17. "7년의 밤", 정유정 저, 은행나무, 2011

 

 

젊은 작가가 이런 소설을 썼다는 사실 자체에 질투가 나네요.

스펙터클 서스펜스 어드벤쳐 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그런 소설이랍니다.

이야~

아주 재밌어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쫓고 쫓기고.

읽는 내내 흥미를 잃지 않도록, 독자들도 상황을 짜 맞춰가도록 추리의 퍼즐 조각들을 계속 던져주어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하죠.

과거와 현재를 제한 없이 넘나드는 서술방식으로 퍼즐조각이 쉽게 맞춰지지 않도록 하면서, 등장인물들의 과거의 상처 입은 역사들도 전하면서, 그들의 행위에 당위성을 실어주죠.

 

 

 

저는 이 세상에서 작가들이 젤 부러워요.

그들은 오로지 자신의 창조성만으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이들이니까요.

그리고 나에게는 자기만의 독자적 세상을 만드는 창조적인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서글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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