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이 많아지면 나중에 짧은 리뷰도 쓰기 싫어질까봐,

이렇게 생각난 김에 컴퓨터 앞에 앉아봅니다. ^^

그럼 지난번에 이어 짧은 책 리뷰 계속 이어집니다.

 

7. "워더링 하이츠", 에밀리 브론테 저, 유명숙 역, 을유문화사, 2010

오랫동안 "폭풍의 언덕"이란 제목으로 알려져 있던 책이죠.

언제 읽었는지 조차 기억도 안 나지만, 격정적인 느낌만은 남아있었죠.

꼭 한번 다시 읽고 싶던 차에 남편이 제게 고전문학책을 수십권 사줘서

다시 읽게 되었답니다.

이번에도 읽으면서 느낀 건데,

사랑도 지나치면 큰 병이 되고,

그 사랑이 분노로 바뀌면, 복수의 칼을 갈게 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사랑만이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거.

사랑이 결론이라는 거.

이런 것들을 절절이 느끼게 되었네요.

격정적 사랑과 복수의 드라마인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성격적 대비도 확연하고,

한 세대의 갈등과 복수가 다음 세대의 사랑으로 종결되는 스토리로 흡입력이 대단합니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두 집안 모두에서 하녀로 일했던 넬리가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 해주는 방식으로

진짜로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듣는 듯,

계속 듣고 싶어 자기 싫은 아이처럼,

좀처럼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답니다.

당최 문학작품을 읽기 어려워하던 나였지만,

이 책만큼은 스토리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저에게 각인시켜주었지요.

! 이제부터 고전문학읽기에 힘을 내볼랍니다.

 

8. "버지니아 울프, 그리운 사람", 버지니아 울프 저, 유진 역, 하늘연못, 1999

영국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소설집입니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서는 이 게시판에서도 여러 번 쓴 바 있듯이,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렇게 읽기가 녹록하지만은 않았답니다.

보통은 소설=이야기라는 공식이 성립하지만, 이 소설들은 이야기라기보다는 화자의 현재 생각을 묘사하는 데에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자에 감정이입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게 되죠.

그래서 초반엔 좀 지루했는데요, 어느 정도 작가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화자의 맘 상태가 되어 그가 보는 대상, 사물, 자연 등을 머리에 그리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젤 좋아하는 것은 여성주의 시각이 담긴 필리스와 로저먼드’, ‘어떤 연구회

그리고 각 사람들의 동상이몽이랄까 서로를 보는 대립된 시각 등을 보여주는 행복’, ‘인류를 사랑한 사람같은 편이었답니다.

당시 여성의 사고를 보여주는 본드가의 댈러웨이 부인이나 새 드레스등도 흥미롭죠. ^^

작가가 주변의 일상과 사물들을 얼마나 세밀하게, 그리고 그녀가 만나는 이들을 얼마나 세심하게 관찰하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작가의 눈은 확실히 평범한 이들의 눈과는 다르겠지요.

 

9.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앨든 테일러 저, 이문영 역, 알에이치코리아, 2012

뇌과학이나 인지과학 관련서적인 줄 알고 구입했어요. 요즘 이 부분에 필이 좀 꽂혀서요. ^^

그런데 한 중반쯤 넘어서니 갑자기 자기계발서로 바뀌더라는...

다소 황당했지만, 그래도 책의 전반부에서 얻은 통찰이 많으므로 후반부의 황당함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요. ^^

우리는 우리의 의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지만,

우리의 생각이 타인에 의해 조종될 수도 있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네요.

말하자면, 일반대중을 좌지우지 하려는 권력층과, 우리를 홀려서 물건을 판매하려는 기업들이 사용하는 잠재소통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의식할 수는 없지만,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들이 나의 의식보다 먼저 우리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흥미롭지요?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읽은 자유의지 그 환상의 진화도 다시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은 우리의 행동이 뇌의 신경 프로세스에 불과하다는 충격적 내용입니다.

인간 정신이란 도대체 뭘까요?

과학과 철학 두 분야 모두에 문외한인데, 어떻게 답을 찾아야 될까?

세상에 공부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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