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도 예전에 쓴 건데 여기 옮겨요.
이건 2009년도 쓴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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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의 시대
지난주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이런 장면이 나오는 걸 보았다.
한국 최고의 신화그룹 손자가 잔디에게 묻는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게 있다고 생각해? 어디 있다면 한번 말해봐!”
주인공 소녀 잔디는 대답을 못한다.
그러다가 나중에 역시 대 부자집 아들인 지후를 만나자 잔디가 묻는다.
“선배!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을까요? (실망하는 얼굴로) 없겠죠?”
그러자 지후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한다.
“공기!”
“아~ 맞다! 공기! ”
잔디는 그 대답에 몹시도 기뻐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부자집 아들 입에서 나온 대답치고는 너무 순진하다고나 할까?
우리는 늘 그렇게 생각한다.
햇빛, 공기, 물 같은 것들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과연 그럴까?
여태까지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제레미 리프킨의 책 “소유의 종말”을 읽는다면 그런 공평무사한 신의 선물도 곧 부자들에게만 주어질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게 될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의 주장에 따르면 소유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접속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
접속이라 함은 사이버 상의 네트워크에 접속한다는 얘기도 되지만, 인간의 정보 지식, 그리고 경험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그리고 삶의 필수적인 요소의 상업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즉, 삶의 모든 요소들을 소유하기 보다는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접속권을 사서 경험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접속의 시대는 어쩌면 많은 이들이 꿈꾸는 유토피아적 시대일 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그것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은 세계전체 인구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80% 사람들은 접속의 권리를 얻을 수 없고 생존 조차 위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시 공기 얘기로 돌아가서....
한번 상상해 보라! 앞으로의 세상을....
저자는 다른 책 “엔트로피”에서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인간들은 특히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인간들은 지구의 재생불가능한 자원들을 엄청나게 소모하여 왔고, 그것을 진보라 믿었으며, 그 덕에 지구상의 무용한 에너지의 총량인 엔트로피가 가속도가 붙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덕에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 줄 에너지와 자원은 점점 부족하게 되리라는 것을....
공기의 오염도 역시 점차 증가하게 될 것이고, 접속의 시대에는 아마도, 그런 공기오염에 대한 전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오염된 공기에 또 다시 에너지를 투입하여 맑고 청정한 공기를 만들어 그것에 대한 접속권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팔려고 할 것이다.
결국 청정한 공기에 접속할 수 없는 사람들은 청정한 공기를 만들기 위해 엔트로피가 더 높아진 오염된 공기에 노출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부자나 빈자나 모두에게 공평했던 거리나 광장도 이제 곧 통행료나 입장료를 내야만 지나가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최근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어떤 대형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임대아파트가 있는데, 임대 아파트의 아이들이 대형아파트 단지 내의 길을 통과하지 못하게 하려 한다는 그런 얘기 말이다.
슬프다...
이런 게 바로 접속의 시대가 우리의 유토피아가 될 수 없는 증거다.
책이라는 게 읽는 사람마다 감동받는 부분도 다르고 느끼는 바도 다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제레미 리프킨이 주장하는 것은 작은 공동체 사회, 덜 전문적인 사회, 자급자족이 가능한 사회를 꿈꾼다고 본다.
미니멀 라이프라고나 할까?
이미 너무 앞서 나아가 버린 이 시점에선 다소 퇴보적인 사회로 느껴지긴 하지만, 인식만 바꾼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의 저작 중 최근작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러피언 드림”에 보면, 미국식 삶보다는 유럽식 삶을 새로운 삶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내가 유럽에 살고 있어서인지 많이 수긍이 간다.
사실 이 책은 읽은 지가 이미 3년이나 되어 내용 정리는 어렵지만, 나의 경험 상 유럽사람들은 세상을 발전논리로만 보지 않고, 평화 공존과 느린 삶을 더 중요시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500페이지 가량 되는 책이라 선뜻 다시 읽으려는 맘이 생기지는 않지만, 기회가 되면 이 책도 다시 읽어보고 싶고, 리프킨의 다른 저작들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