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연님의 소설은 처음이었습니다. 너무 따뜻하고 편안해서 감흥이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장점과 단점이 있었네요. 여주나 남주의 가족 누구와도 작은 문제 조차 없었던, 여주쪽 사람들이 나중에 겪게 되는 인과응보도 기본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정말 잔잔하게 진행되었던 이야기였습니다. 가끔은 드라마 지문같은 촘촘한 행위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저에게는 정말 굴곡 없는 나른한 소설이었습니다. 휘몰아치는 첫사랑을 겪는 순진한 남주의 모습만 제 마음 속에 아릿하게 남는 이야기였습니다.
여주의 심리적인 변화에 더 초점을 맞춘 이야기입니다. '메리지블루' 같은, 결혼을 앞둔 신부의 심리상태가 촘촘히 서술되어 있네요. 저는 특히 이 이야기의 남주가 좋았습니다. 여주 입장에서 봤을 땐 조금은 무뚝뚝하지만, 남주 나름대로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여주에게 계속 어필하네요. 손뜨게질 해서 목도리를 여주에게 선물하는 남자에게, 그리고 그의 점잖은 존댓말에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야겠죠.
흰울타리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괜찮았습니다. 초반 거의 1/3이 답답한 구간이어서 좀 힘들었네요. 빵빵 터지게는 아니고 키득거릴수 있는 장면이나 말들이 곳곳에 있어요. 특히 외국어를 하는 모습이나 각자 나라의 문화에 맞게 서로 오해하는 부분도 재미있었어요. 여주의 외국어 배우는 실력이 뛰어나다고 했으니까 나중에는 일취월장한 모습도 보여주겠죠? 2권에서는 남주와의 관계가 진전돼서 서로 애틋한 모습도 보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