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읽는 괴테 니체 바그너
승계호 지음, 석기용 옮김 / 반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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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태양을 모범으로 삼았다. 그 자체로 흘러넘치는 풍요는 의도치않게 태양이 의식하지 않고도 주변에 풍요로움을 선물한다. 이것이 흔히 우리가 아는 차라투스트라의 기세이다. 그런데 2부에 이르자 차라투스트라는 절망에 빠져버렸다. 이런 독립적이고 자족적인 삶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인간은 모두 다른 인간에 의존하고 이에 대한 좌절이 고통과 복수의 감정으로 이어진다.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고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현재와 과거이다. 과거는 이 강자와 약자의 관계를 만들어낸 궁극적인 원인이다. 그래서 과거가 궁극의 복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징벌을 받을 것이다, 시간과 함께 소멸의 징벌을 받을 것이다, 정의에 따라 질서 잡힐 것이다 하는 신념을 증명하려 든다. 그러나 과거를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다. 의지는 미래에서 과거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나는 그 과거를 바랐다’, 내 의지대로 바람대로 된 것이다. 아, 한번 더 바꾼다. ‘그래서 나는 그 과거를 바랐다’, 또 다시 그것을 바란다.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의지는 지나간 원인들의 결과물이다. 이런 인과적 조건은 의지란게 사실 결정되어 있고 자율성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한다. 과거에 매어있는 의지는 타율적이다. 그리고 이 타율의지는 스피노자적 의지다 스피노자는 신 즉 자연의 필연성이 우리의 의지를 결정한다고 가르친다. 자율의지를 발현해 날아오르려는 차라투스트라를 내려앉히려하고 좌절시키려는 추악한 난쟁이가 그의 타율의지였다. 저자는 난쟁이가 차라투스트라의 동물적 자아라고 신선한 해석을 내놓는다. 차라투스트라가 혐오했던 그저 그런대로 살아가는 인간들과 그를 덮치는 모든 우연적인 사건들도 모두 그의 의지였고 자아였다.

 

이 말은 세계에서 유일한 것은 스스로 굴러가는 이 세계뿐이고 영원한 것은 현재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세상은 하나다. 이런 우주적 결론과 함께 저자는 그럼에도 개인의 의지를 지우지 않는다. 내 의지가 이미 내 과거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 해도 우리는 어쨌든 결정과 선택을 해야하고 우리의 자아라는 건 있다. 그럼 개인 자아와 자연적 자아는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우리는 자연적 필연적으로 결정된 이 난쟁이 자아에 경외심을 느끼고 사랑해야 한다. 이 사랑으로 추악한 난쟁이는 사자가 되었다. 다시 태양과 같은 기세로 사나운 야수처럼 행동한다. 독립적이고 자족적인 사자가 되어 자신의 자율의지를 떨칠 수 있는 모든 잠재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이 자율 자아를 억제하거나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히드라의 머리다. 히드라의 머리는 자르자마다 새로 태어난다. 무언가 이 극의 시작과 똑같은 거 같지만 전혀 다르다. 시작에서 그는 혼자였지만 이제는 웃는 사자와 사랑스런 세계에 둘러싸여 있다. 아무것도 변한게 없지만 세상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부분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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