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출판 24시
김화영 외 지음 / 새움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스카이 문고 매장을 쓱 둘러보던 영업부 윤식은 문학 코너 담당자인 정주임을 발견하고 밝게 인사한다. 이번에 나온 시간을 너무 안쪽에 진열해 두셨다며 약간 비굴한 표정을 보인다. 정주임은 자리를 바꿔주며 가판대 광고도 좀 넣어달라고 요즘 광고 매출이 저조하다고 위에서 난리라며 하소연한다. 윤식은 문득 자신들보다 자금력이 없는 출판사들은 어떻게 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한 온라인 서점 MD에게서 이제는 300만 원 이상 광고해주는 책만 오늘의 책으로 소개해주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 르포를 보는 것 같지만 이는 새움출판사팀이 공동집필한 소설이다. 기나긴 불황과 연이은 사재기 논란 속에서 ‘견뎌봐야지, 더 나빠질게 있겠어.’ 습관처럼 읊조리며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우편으로 날아든 원고 하나가 기획실장 아라의 책장 한켠에 꽂혀 있다가 우연히 주목받게 된다. 사장 정서는 이런 좋은 작품에 대접을 해주고 싶다며 신인작가에게는 이례적으로 선인세 1,000만원을 제시한다. 계약 후 편집장 해윤과 저자 현기 간의 원고 수정 작업이 이루어진다. 현기의 메일함은 ‘발신인 김해윤’으로 도배가 되어있다. 출간일에 맞추려면 어제까지는 데이터를 보내줘야 하는 걸 오전까지 검토에 수정을 거듭해 인쇄소에 넘겼다. 그럼에도 오자는 발견되고 침울해하는 해윤을 동료들은 얼른 초판을 다 팔고 다음 쇄에 수정하면 된다고 위로한다. 그렇게 <트레이더> 5,000부가 세상에 나왔다.

영업부 윤식은 책을 가지고 국내 최고 온라인 서점인 비블리온을 찾아간다. 비블리온 미팅룸은 출판사 영업부 팀들로 언제나 붐볐다. 문학 분야 MD인 미옥은 특히나 냉랭해 출판사들 사이에서 ‘마녀’로 불리는 존재이다. 한번 눈 밖에 난 출판사에는 절대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 오늘도 책과 보도 자료만 뒤적이는 미옥 앞에서 윤식은 웃으며 갖은 홍보를 한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든 미옥이 한마디 내뱉는다. “내일 출고시죠? 일단 10부 보내주세요.” 과연 <트레이더>는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을까?

그 외에도 다양한 출판계의 사정들이 담겨있다. 작가 현기가 원고를 발송한 15개 출판사 중 하나였던 DS미디어에서는 원고를 일단 사두는 걸로 하자고 제안했었다. 일어서려는 현기를 두고 기획팀장은 신인작가에게 이런 조건을 제시하는 출판사는 없을 거라고 자극한다. 현기는 순간 무언가 치밀어 올라 원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찢어버릴 각오가 있다고 창녀처럼 싼값에 원고를 팔아넘기지 않을 거라며 뒤돌아 나온다. 사람 사는 거 다 같아도 왠지 출판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더 화가 났던 거 같다. 세상이 삭막해도 책은 여전히 15,000원 즈음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깊은 위로이기 때문이다. 사재기니 광고니 해도 결국 목석은 독자들이 가려낸다고 믿는 수비니겨 출판사 사람들의 24시가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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