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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성당 이야기
밀로시 우르반 지음, 정보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평점 :
"내가 보헤미아의 왕이었다면(혹은 여왕이 낫겠다, 여자들은 어떤 한 가지 사상을 위해서 가진 것을 전부 걸려는 성향이 남자들보다 약하니까) 나는 전국적인 철거 중지 명령을 내려 철거 명령이 승인된 지 백 년 이내의 건물은 어떤 것이든 파괴하는일을 범죄로 만들고, 그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재산을 몰수하는 형벌을 내릴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후대에 대하여 좀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 새 건물들은 지금보다 훨씬 드물게 나타날 것이다. 우리 도시들의 완전성이 보존될 것이다."
재개발로 온통 때려 부시고 뒤집어 엎는 동네가 수없이 많지만 어떤 동네도 땅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곳이 없다. 모조리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막아 숨쉬 곳이 없게 만들면서 살기좋은 주거지를 만든다며 재개발을 합리화 하고 있다.
도시의 매연과 악취가 넘쳐나는 이 시점에서 더 많은 고층 아파트와 아스팔트를 지어대는 재개발은 무의미를 넘어서 죄악에 가깝다.
우리의 후손은 이제 땅이라고 하면 아스팔트나 시멘트가 덮인 땅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북촌이나 서촌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그나마 조금이라도 보존된 거리를 거닐어 보면 그곳도 역시 맨땅을 밟을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곱성당 이야기]는 극단적인 면도 있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 신빙성이 있지 않나 싶다. 인간이란 욕심이 넘쳐나서 절충이란 것을 모르는 동일이라는 것이 이미 입증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