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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그들이 만든 세계사 - 역사를 뒤바꾼 결정적 순간들
이내주 지음 / 채륜 / 2020년 2월
평점 :
서평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영웅(英雄)이라는 단어가 역사에서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는 배우는 역사 속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할 법한 사람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은 난세를 헤쳐나가는 영웅의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영웅’이라는 존재를 무조건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한 예로, 이렇게 몇몇 인물을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을 ‘영웅 사관(史觀)’이라고 경계하기도 하고, 어떤 시기에는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던 인물이 또다른 시기에는 평가가 급격하게 바뀌기도 합니다. 이처럼 역사에서 영웅이라는 존재와 그 개념은 알다가도 모를 신기한 구성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영웅’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책을 펼쳐 날개 부분에 있는 저자 소개(저자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서강대 대학원, 영국 서식스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고, 육군사관학교와 연세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셨다고 합니다.)를 보았을 때, 저는 이 책이 뛰어난 군사적 성과를 낸 인물들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예상이었습니다.
독서 이후의 감상을 말씀드리기 전에, 책의 구성과 소재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것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책의 내용 구성은 크게 1막-2막-3막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분마다 각 영웅의 행동의 배경, 행동의 내용, 행동의 영향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분별로 구분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면서도, 신문에 연재된 원고를 모은 것이라는 본 책의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느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룬 인물은 카이사르, 콘스탄티누스 대제, 오도아케르, 레오 3세, 카를 마르텔, 윌리엄 1세, 하인리히 4세, 교황 우르바누스 2세, 자니베크, 잔 다르크, 메흐메트 2세, 콜럼버스, 마르틴 루터, 코르테스, 헨리 8세, 크롬웰, 갈릴레오, 뉴턴, 루이 14세, 표트르 대제, 프리드리히 대제(2세), 워싱턴, 나폴레옹, 임칙서, 링컨, 빌헬름, 독일군, 장쉐량, 히틀러, 트루먼 대통령으로 모두 32명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이들 모두가 전쟁을 이끈 군인은 아닙니다. 저자가 다룬 영웅들은 ‘세계사에 발자취를 남긴’ 영웅, 즉 역사에 기록된 인물들 중 저자가 선택한 이들이었습니다. 독서 전부터 스스로가 저자의 약력만 보고 군사사와 관련된 책이겠구나 하는 작은 편견을 치워버릴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전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저자의 전공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서양사 중심으로 편제가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성격을 조금 더 명확히 하여 동양사 관련 인물들의 비중이 더 높았으면 어떠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자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고, 고민 끝에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라는 것을 서문에 언급하고 있으므로 이는 문제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내용적으로 특별한 주장이나 사관을 강력하게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세계사 교육의 중요성 및 필요성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깨울 수 있는’ 소재의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고등학교 세계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인물사(그리고 전쟁사)에 관심을 가지신 독자 분들이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서양사 개론서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볼 수 있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살펴 흥미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전투와 전쟁을 다루는 인물의 부분에서는 관련 내용을 담은 지도를 배치하여 내용 이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굉장히 깔끔하게 쓰여진 서양사 입문서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읽고 흥미를 가져 관련 개설서를 읽게 된다면 굉장히 즐거운 독서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였지만 저는 프리드리히 2세와 빌헬름 2세와 관련된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프로이센의 가파른 성장을 견인한 프리드리히 2세의 활동과 그에 따라준 행운은 정말 갖고 싶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동시대에 경쟁하며 많은 피해를 본 마리아 테레지아에게는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빌헬름 2세의 이른바 ‘세계정책(weltpolitik)’의 내막을 볼 때에는 자세히 몰랐던 독일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 대한 욕망을 들춰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서양 열강의 제국주의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고스란히 고통받아야 했던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세계정책이니, 종단정책이니, 횡단정책이니 하는 것들이 얼마나 한 쪽만의 욕심을 드러내고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어 꺼림칙해지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은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없이 선물하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통사류의 책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볼 필요도 없고, 전문적인 학술서가 아니기 때문에 심화된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사건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읽기 좋게 재배치하는데 든 노력을 고려한다면, 분명히 여러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저자분이 비슷한 기획으로 책을 또 쓰신다면,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세계의 인물들, 다루지 않은 분야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꾸려나가신다면 더욱 좋은 독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양사 그리고 전쟁사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1474)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