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동남아 - 30개의 주제로 읽는 동남아시아의 역사, 문화, 정치
강희정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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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작하겠습니다. (서평 작성 편의상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동남아시아사의 역사는 교육과정에서 깊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한 예로, 한국 고등학교 세계사 과목에서 이전의 교육과정(ex) 2009 개정 교육과정)과 달리 새롭게 개정된 현행 교육과정(ex)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더욱 분량이 줄어들었다. 시대 순으로 서술되며 고대의 역사까지 (간략하게라도) 서술되어 있던 이전 교육과정과 달리 지금의 교육과정에서는 학습자의 부담 감소를 이유로 기존의 세계사 교과서보다 100페이지 이상 교과서의 분량 자체가 감소하고 및 각 지역별 전통 시대의 역사를 먼저 다루고 서양사(유럽사)를 먼저 다루다보니 동남아시아의 역사는 인도 부분에 부수적으로 덧붙여지는 부분 정도로 분량이 조절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지구상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해온 곳인데 이렇게까지 적은 분량으로 다룰 수 있는 국가는 아닐텐데 말이다. 물론 단순하게 생각해서 ASEAN을 구성하고 있는 국가들만 10개국이나 되니, 이들의 역사를 각각 세어봐도 일(1)국사가 아닌 십(10)국사가 되기 때문에, 양도 많고 부담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다루지 않을수는 없기에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역사학자라면, 혹은 현장의 교사라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1명의 저자가 일관된 논지로 서술한 책이 아니라, 여러명의 필진이 다양한 주제로 동남아시아와 관련된 주제로 쓴 글들을 하나의 단행본으로 묶은 책이다. 따라서 정통 역사서라기보다는 거시적 측면에서 동남아시아를 바라본 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기 전에는 동남아시아 역사를 정리하는데 이 책을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러한 바람은 책을 받아보고 읽어보면서 사라졌다고 보아도 상관없다. 그렇지만 이 책이 본격 동남아시아 통사를 표방한 것이 아니고, 무엇보다 동남아시아 통사는 요 근래에 많이 출간되었기 때문에 검색해서 찾아보면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동남아시아(사) 관련하여 소장하고 있는 책, 읽어본 책 등을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은 역사, 2장은 문화, 3장은 정치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장마다 부제목이 달려있는데, 이 부제목들이 동남아시아 역사, 동남아시아 문화, 동남아시아 정치를 비유적으로 잘 표현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예시로 1장(역사)의 부제는 “지워지지 않는 제국의 유산”인데, 이와 관련되 소재로 쓰여진 글들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예를 들어 1장에서 동남아시아의 문화재에 대하여 다룬 부분(“4. 문화재 반환”)에서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문화재를 만든 국가들의 허락없이 무단으로 반출한 문화재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이러한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그들의 문화재를 지켜주려 노력했던 서양인들의 사례를 보여주며(미시적인 측면의 사례들을 소개한 것이다.) “식민주의의 거대 담론에서 개인은 소멸된다.”(p.059)라는 다시 거시적인 측면의 문제의식까지 소개하니 굉장히 흥미로웠다. (필자는 역사 측면을 중심으로 책을 읽었으니 나머지 장의 내용들은 직접 찾아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의 특성상 글들의 내용이 독립적이라 하나하나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부분의 글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절반 이상을 알게 된다. 따라서 이를 더 소개한다면 슾일러 아닌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내용 소개는 여기서 줄이겠다.


그렇다면 이 책은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필자는 ‘동남아시아’라는 단어의 의미를 가볍게 알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다. 동남아시아에 관심을 가지는 누구나 이 책을 찾아볼 수 있다. 앞에서 줄이긴 했지만 최근의 코로나19같은 전염병과 관련하여 다룬 소재도 있는등 굉장히 최근의 사례들까지 반영한 글들이 있어 글을 작성하는 시점(2022년 10월) 기준으로도 굉장히 신선한 글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제 혹은 대학교에서 동남아시아 관련 지역학 강의를 수강하는 사람들도 이 책으로부터 소재와 문제의식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역사, 문화, 정치에 관련된 28개의 짧지만 허술하지 않은, 영양가 있는 글들이 수록되어있기 때문이다. (필진이 총 6명인데 모두 대학교에서 동남아시아 관련 전공을 하신 분들이라 질낮은 정보를 실으셨으리라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책의 디자인과 관련하여서는 동남아시아를 상징하는 다양한 그림들로 표지를 장식하였고, 내가 동남아시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생동감있는 사진들과 삽화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실린 사진들이 대부분 컬러이기 때문에 단순 참고용이 아닌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대학교재와 같은 전공서적에는 사진 혹은 삽화가 실려도 대부분 흑백으로 보기 때문에 건어물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 책에 실려있는 시각 자료들은 활어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책장을 넘기는 것이 즐거웠다는 의미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


그러나 필자의 입장에서 책을 접하게 된 1차적인 목표에는 이 책이 부합하지 않는다. 일단 나는 책을 읽고 만족하였지만, 동남아시아 역사를 공부하기 위하여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은 시간낭비일 것이다. 주제별로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 역사 전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고,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 역사의 큰 그림을 그릴 수는 없다.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대한교과서(지금은 출판사를 옮겨 개정판이 출간됨)에서 세계각국사 시리즈의 일환으로 출간된 “동남아시아사 - 전통 시대”(최병욱 저), 근래에 펀딩하여 성공적으로 출간된 “동남아시아사”(소병국 저) 등이 있다. 다행히도 필자는 최병욱 저를 이미 가지고 있어 이 ‘키워드 동남아’ 책을 읽기 전에 읽어보았는데, 그 책을 통하여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주제를 소개한 이 책을 통해서 동남아시아 역사에 대한 인식을 보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책이 역사 전공자를 위해서 쓰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은 오히려 훌륭한 입문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잘 모르는, 혹은 정확히 모르는 동남아시아를 한번 접해보고 싶다면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을 위해 권할 수 있는 좋은 양서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16831)에 응모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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