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그렉 올슨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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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변호사 시험을 치러 가던 리즈 재럿은 차고에서 차를 빼려고 후진하다가 이웃에 살고 있는 캐롤과 데이비드의 세 살 난 아들 찰리를 치고 만다. 나도 운전을 하면서 후진을 하다가 멀쩡히 주차되어있는 차를 박은 적이 있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는데 내 심장도 같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한동안은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람을 치고 그것도 조그마한 아이가 숨도 쉬지 않은 채 죽은 것처럼 쓰러져 있으니 리즈가 놀라고 정신이 혼미해진 것까지는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119에 신고를 하거나 응급실로 데려가기는커녕 아이를 방수포로 덮어서 차고에 넣어두고 변호사 시험을 치러 가는 리즈를 보면서 나는 그녀가 옆에 있었다면 죽이고 싶을 만큼 싫어졌다. 20년 전 사고에서 자신의 아들인 세스를 구하지 못하고 옆집에 사는 리즈를 구한 댄 밀러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그런데 리즈의 남편 오웬은 한술 더 떠서 방수포에 덮인 찰리가 미세한 움직임을 보이자 아이의 숨을 끊어놓고는 리즈와 함께 고속도로를 벗어난 샛길 들판에 버리는데... 부부가 어쩌면 이리 똑같은지 책을 읽는 내내 리즈의 남편 오웬도 막 욕했지만-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놈이라서 언젠가는 본성을 드러냈겠지만- 나는 리즈가 하는 행동들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 후로 고통받는 그녀가 당연하다는, 더 당해도 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람들은 두 여자의 눈에 어린 슬픔을 읽어냈다. 오늘 두 여자를 본 사람이라면 온 세상의 돈을 다 준다고 해도 그들과 입장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식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세상에 없으니까. 187쪽
나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낯선 장소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잠깐 동안 아이를 잃어버렸는데도 미친 여자처럼... 그때가 한겨울이었는데 땀이 날 정도로 아이를 찾아다닌 적이 있다. 하물며 한 달 동안이나 잃어버린 아이를 찾지 못한 캐롤의 마음은 엄마인 나조차도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예전의 나라면 이해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에 투덜투덜거리면서 읽었을 책이다. 그러나 취향의 책만 읽던 독서습관을 버리고 다양한 소재의 소설을 읽다 보니 또 현실세계에서는 이보다 더한 일도 간혹 일어나니 '이렇게 행동하는 인간들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렉 올슨이라는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며 결론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하면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라는 책은 범인이 누구인지 예측하면서 범인이 잡히는 과정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그들이 내린 이기적인 선택과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일으키는지 지켜보는 맛이 있는 책이었다.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드는 인간들뿐이지만 그 속에서 나도 배우는 건 있었다. 착하고 정직하게 살아야겠다는... 자식이나 남편이 없더라도 가을이 더 가기 전에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아이를 잃어버리면 중압감이 어마어마해." 에스더는 코밸리스시의 소년 실종사건과 그 사건의 여파를 떠올렸다. "보통의 사람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지. 그런 폭풍을 아무렇지 않게 견뎌내는 부부는 거의 없어. 하나뿐인 자식을 잃고 나면 결혼생활을 유지하기도 힘들어." 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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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3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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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생일선물로 빨간 티셔츠를 입은 곰돌이 인형 푸를 받고 잘 때마다 안고 잤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책은 제대로 읽어 본 기억이 없다. 그러다가 보물창고에서 나온 세계명작전집 중에서 <곰돌이 푸>를 읽는데 내용들이 어디서 본 듯한 그림들과 연결되는 건 뭘까...? 삽화를 그린 카투니스트(신문 만평이나 성인 대상 잡지에 삽화를 그리는 일)인 어니스트 하워드 셰퍼드는 푸가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은 한 장면밖에 그리지 않았는데, 디즈니가 캐릭터 사업을 시작하면서 빨간색 티셔츠에 이름을 넣게 된다. 
높은 나무 위에 있는 꿀을 따기 위해서 풍선을 타고 올라간 푸는 너무 오랫동안 풍선을 잡고 있다 보니 위로 뻗은 팔이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한참 동안 그 상태로 지내다 보니 자꾸 코에 앉는 파리를 쫓으려고 입으로 푸푸 바람을 불다가 "푸"라는 이름을 얻었다네요.
토끼네 집에 놀러 갔다가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토끼네 앞문에 몸이 끼여버린 푸. 일주일 동안 날씬해지기를 기다린 후 친구들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던 푸. 그동안 토끼는 푸의 뒷다리를 수건걸이로 사용하는데요^^
과묵하고 우울한 캐릭터인 당나귀 이요로의 잃어버린 꼬리를 찾기 위해서 올빼미의 도움을 받으러 가는 푸. 이요르의 꼬리가 올빼미네 대문의 종을 울리는 당김줄로 사용하고 있는 걸 발견하고 로빈이 못질을 해서 달아줍니다.
소심한 피글렛은 꿀단지에 얼굴이 들어가 몸부림치는 푸를 무시한 헤팔룸푸라고 착각합니다. 
이 책에는 삽화가 없어서 셰퍼드가 그린 삽화가 있는 책도 번갈아서 같이 읽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디즈니 캐릭터 푸, 티거, 피글렛, 이요르, 캥거, 루도 사랑스럽지만, 셰퍼드가 그린 흑백의 삽화가 정겨운 이유는 지금의 세대들과는 다르게 흑백 티브이를 보고 자란 어린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곰돌이 푸의 작가인 앨런 알렉산더 밀른은 유머 작가였다. 외아들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이 심심해하자 동시를 지어주게 되고 노래로 불러줍니다. 20~30쪽 분량의 동시가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라는 시집으로 나오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됩니다. 후속작의 출간 요청에 <위니-더-푸> ,<우리 이제 여섯 살이야>이 나오고, "꼬마와 곰의 이야기는 영원할 것입니다"라는 작가의 말로 푸의 이야기에 종지부를 찍는 <푸 코너에 있는 집>을 끝으로 곰돌이 푸 시리즈는 더 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지금까지도 재미난 이야기로 즐거움을 주고, 너무나 많은 캐릭터 상품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곰돌이 푸! 그러나 밀른의 아들 로빈의 생은 순탄치가 않았다고 하니 괜히 죄송스러워지는 마음이 드네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가 영화로 개봉되었다네요.  어른이 된 로빈에게  곰돌이 푸와 친구들이 다시 찾아온다는데...
영화 속에서만이라도 로빈이 행복하기를~~
곰돌이 푸를 읽는 동안 어린이 책을 읽는 어른의 감정이 아니라, 어른이 된 저를 위한 동화책을 읽는 기분이 들어서
읽는 내내 저도 행복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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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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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고향이 대구입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버지 덕분에 주말 오후 시간에는 항상 티브이로 야구 경기를 보았고 그러다 보니 야구 규칙을 저절로 알게 되더라고요. 차츰 야구의 매력에 빠져서 가끔 아버지 따라 야구장도 다니고 하다가 대학생이 되면서는 틈만 나면, 적극적으로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그때 대구 야구장에서 사회를 보던 김제동 씨가 토크쇼에도 나오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방송인이 되었을 때 저는 롯데리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랑 같이 아르바이트하던 친구가 김제동이 자기 학과 선배라면서 저렇게 유명해질 줄 알았더라면 친하게 지내 둘 걸 하고 후회하는 친구 옆에서 저도 덩달아 참으로 많이 아쉬워했습니다.(그렇다고 뭐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그때 저는 방송인 김제동 씨의 매력에 빠져 있었거든요. 특히나 제가 육아를 하면서 힘들 때 무한도전이라는 티브이 프로가 없었으면 어떻게 그 힘든 시절을 잘 보냈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가끔 하는데(그때 제 삶의 낙은 무한도전 보고 또 보고였거든요.) 특히나 김제동이 무한도전에 게스트로 나올 때는 더욱더 깔깔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깁니다.

그러다 김제동 님의 전작 "그럴 때 있으시죠?"를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글도 말솜씨 못지않게 맛깔나게 잘 쓰셔서 놀랐습니다. 수녀님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부분에서는 "왜 세상을 버려야만 내가 보이는가? (웃지 마세요, 심각합니다.)"라고 쓴 글을 보고 배꼽을 잡고 웃다가 다이어리에 옮겨 적어 놓았던 걸 이번에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헌법 독후감이라는 걸 쓰셨다기에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좋아하는 방송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정치에 관심이 없습니다. 지역의 특성상 항상 소수로 밀리게 되니 나 하나 어쩐다고 바뀌겠어 하는 생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치 자체는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니라고 말하잖아요. 더러운 이들에게 주면 더러운 것이 되고, 깨끗한 이들에게 주면 깨끗한 것이 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권리로 반드시 좋은 투표를 해야 하고, 정책도 꼼꼼히 살펴보면서 정치인들을 국민의 하인으로 잘 부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187쪽

이 책을 읽기 전에도 헌법에 대해서 조금 더 안다고 달라지는 게 뭐 있겠어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법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의 백이 아닌가 하는... 김제동 씨도 헌법을 읽고 이 책을 쓰기 전에는 저와 같은 생각이었다니... 제가 김제동 씨처럼 헌법을 모두 다 읽을 일이 솔직히 앞으로 없을 것 같지만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에 나오는 헌법 조항 만이라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어서 소설만 연달아서 읽고 있는 요즘의 저에게 또 다른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제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다른 사람들도 존중하고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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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기타노 다케시 지음, 이영미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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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라는 작가 이름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해서 작가 소개 글을 보니... 영화감독이자 배우, 코미디언, TV 사회자, 화가로 활동한다고 되어있는 걸 보고 코미디언에서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맞구나 하면서 반가웠다. 근데 글도 쓰는 줄은 몰랐다.
며칠 전 모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가 SNS에 기타노 다케시를 언급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 덕에 내가 알지 못했던 정보까지 알게 되면서 책을 펼치기도 전에 삐딱한 시선으로, 내용이 형편없으면 아낌없이 비판하리라는 생각으로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시미즈 디자인연구소에 근무하는 미즈시마 사토루는 요양병원에 있는 어머님을 방문하거나 고등학교 시절부터의 친구인 다카키와 야마시타를 만나는 게 고작인 평범하면서도 무료한 생활을 이어간다. 어느 날 자신이 인테리어를 맡은 피아노라는 찻집을 방문하였다가 첫눈에 반하는 여성을 만나고 겨우 이름만 아는 연락처 교환도 없이 시간이 되면 목요일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지는데...

"언뜻 든 생각인데, 서로 이름만 알면, 휴대전화나 메일 주소 같은 건 모르는 게 쓸데없이 연락하거나 볼일도 없으면서 왠지 메일을 보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는 것보다는 좋을 수도 있겠죠? 모든 걸 안다고 느끼는 것보다는 뭔가 비밀을 간직한 것 같기도 하고." 53쪽
"그렇게 사귀는 것도 재밌겠네. 요즘 인간관계는 너무 쉽게 연락을 주고받잖아, 그래서야 고민하거나 걱정하는 심적 갈증이 없지. 시대를 거스르는 듯한 아날로그적 교제, 그게 진정한 연애일지도 몰라." 61쪽 
주인공인 사토루는 일을 할 때도 컴퓨터를 안 쓰고 철사와 종이상자 등을 이용해서 모형을 만들고 채색까지 며칠 밤을 새우면서 직접 하는 사람이다.  표지에 보면 "이런 사랑 또 없습니다, 무색소 저염식 순애 소설"이라는 글귀가 보여서 지루한 이야기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솔직히 조금 하기는 했다.  잔잔하면서도 요즘 사람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만남의 방식이 나에게는 하나도 지루하거나 낯설지가 않았던 게 삐삐를 가지고 다니던 시절에 신랑을 만나서 연애를 시작하고 PCS 폰을 지나 지금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손편지를 쓰던 것에서 이메일로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한 번씩 몰아서 인쇄하던 일들도 생각나고... 지금 나의 아이들이랑은 다르게 아날로그 시대를 거쳐 최첨단의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는 옛날 생각도 들게 하면서 연휴의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래는데 잘 들어맞는 글들이었다. 특히나 사토루와 다카키 그리고 야마시타 세 친구가 만나는 장면들은 유쾌하면서도 어이가 없는 와중에도 재미나고 한편으로는 훈훈한 우정을 느낄 수 있어서 짧은 페이지 수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우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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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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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학교 1학년 때 비밀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짝꿍이 되고 싶은 친구랑 짝꿍이 되고 싶지 않은 친구를 반에서 한 명씩 쓰라는... 
같이 짝꿍 하고 싶은 친구는 여러 명이어서 한참의 고민 끝에 이름 세 글자를 꾹꾹 눌러 썼는데, 짝꿍 하고 싶지 않은 친구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휘갈겨 썼던 기억이...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가 않고 불쑥불쑥 예고도 없이 찾아와서는 나의 가슴을 콕콕 찔렀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설문조사를 끝내자마자 친구들끼리 모여서 "넌 누구를 썼어?"하며 묻는데 모두들 짝꿍이 되고 싶은 친구보다는 되고 싶지 않은 친구를 누구로 썼는지가 더 궁금한 분위기였다. 근데 짝꿍이 되고 싶지 않은 아이는 거의 몰표를 받았는데 우리들은 고소해하며 그럴 줄 알았다면서 쑥덕쑥덕거리고... 그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의 이름이며 얼굴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지금 그날의 내가 어떠했는지 어제의 일인 것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게 만든 책, 거울 속 외딴 성!!!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굉장히 긴 시간이었다. 그것은 고코로의 안에서 어제까지 조금은 가지고 있던 명랑함이나 따뜻함이라 불릴 만한 긍정적인 것들을 뿌리째 뽑아놓는 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154쪽
그 시절에 우리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 그 친구를 싫어했을 거고 어른이 된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싫어하는 사람이 끝도 없이 나오는 상황에서 욕도 하고 흉도 보곤 하지만... 혹시나 그 친구가 중학교의 시작을 안 좋은 기억으로, 평생의 상처로 남아서 힘들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시간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여자아이. 중학교 1학년인 고코로.
추리닝 차림의 얼짱 남자아이. 중학교 1학년인 리온.
포니테일의 똑 부러진 여자아이. 중학교 3학년인 아키.
안경을 낀, 성우 목소리의 여자아이. 중학교 2학년인 후카.
게임기를 만지작대며 건방져 보이는 남자아이. 중학교 2학년인 마사무네.
론같이 생긴 주근깨투성이의 차분한 남자아이. 중학교 3학년인 스바루.
조금 살찌고 마음 약해 보이는 계단에 숨은 남자아이. 중학교 1학년인 우레시노.
전부 일곱 명. 57쪽에서 일부 발췌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하여 지금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일곱 명의 중학생들이 집에 있는 거울을 통해 신기한 외딴 성으로 초대받으면서 거의 열 달의 시간 동안 일어난 일들을 판타지와 현실을 적절하게 섞어서 그려내고 있는 거울 속 외딴 성.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두꺼운 책에 놀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읽어버리는 엄청난 가독성에 나중에는 책장을 넘기는 게 아까우면서도... 어떤 놀라운 반전과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서 빨리 확인하고 싶은 두 가지의 마음이랑 싸워야 했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스포와 상관없이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기도 하고 결말이 해피인지 새드인지 알고 읽기도 하는데... 이 책을 읽기 전에 든 생각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내용들을 내가 직접 확인하고 싶어지는 마음이었다. 책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정보 없이 책을 먼저 읽고 내 판단만 믿고 싶은 책 중의 한 권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반전 중에서 하나 맞춘 게 있었지만 그 뒷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님의 글은 내가 예측한 것 이상으로 나를 놀라게 하고 감동시켰다.
그래도 고코로는 우레시노에게 싫다고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다. 그런 부분들이 자신의 나쁜 점일 것이다. 하지만 우레시노에게 차갑게 대하는 순간 그가 호의를 거두고 다른 아이들에게 자신의 흉을 보고 다닐까 봐 두려웠다. 124쪽
'어쩌다 너랑 가족"으로 처음 만나게 된 츠치무라 미즈키 작가님의 두 번째 책인 거울 속 외딴 성을 통해서 믿고 보는 애정 하는 작가가 되었으며, 말로만 듣던 서점 대상 수상작을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책장에 모셔져있던 2017년 서점 대상 수상작인 온다 리쿠 작가님의 꿀벌과 천둥을 너무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거울 속 외딴 성!!!
등장인물 일곱 명의 소개 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제 책장을 덮었던 책의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나의 지난 학창시절 어느 때로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신기한 거울이 내 앞에도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환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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