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중학교 1학년 때 비밀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짝꿍이 되고 싶은 친구랑 짝꿍이 되고 싶지 않은 친구를 반에서 한 명씩 쓰라는... 
같이 짝꿍 하고 싶은 친구는 여러 명이어서 한참의 고민 끝에 이름 세 글자를 꾹꾹 눌러 썼는데, 짝꿍 하고 싶지 않은 친구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휘갈겨 썼던 기억이...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가 않고 불쑥불쑥 예고도 없이 찾아와서는 나의 가슴을 콕콕 찔렀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설문조사를 끝내자마자 친구들끼리 모여서 "넌 누구를 썼어?"하며 묻는데 모두들 짝꿍이 되고 싶은 친구보다는 되고 싶지 않은 친구를 누구로 썼는지가 더 궁금한 분위기였다. 근데 짝꿍이 되고 싶지 않은 아이는 거의 몰표를 받았는데 우리들은 고소해하며 그럴 줄 알았다면서 쑥덕쑥덕거리고... 그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의 이름이며 얼굴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지금 그날의 내가 어떠했는지 어제의 일인 것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게 만든 책, 거울 속 외딴 성!!!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굉장히 긴 시간이었다. 그것은 고코로의 안에서 어제까지 조금은 가지고 있던 명랑함이나 따뜻함이라 불릴 만한 긍정적인 것들을 뿌리째 뽑아놓는 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154쪽
그 시절에 우리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 그 친구를 싫어했을 거고 어른이 된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싫어하는 사람이 끝도 없이 나오는 상황에서 욕도 하고 흉도 보곤 하지만... 혹시나 그 친구가 중학교의 시작을 안 좋은 기억으로, 평생의 상처로 남아서 힘들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시간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여자아이. 중학교 1학년인 고코로.
추리닝 차림의 얼짱 남자아이. 중학교 1학년인 리온.
포니테일의 똑 부러진 여자아이. 중학교 3학년인 아키.
안경을 낀, 성우 목소리의 여자아이. 중학교 2학년인 후카.
게임기를 만지작대며 건방져 보이는 남자아이. 중학교 2학년인 마사무네.
론같이 생긴 주근깨투성이의 차분한 남자아이. 중학교 3학년인 스바루.
조금 살찌고 마음 약해 보이는 계단에 숨은 남자아이. 중학교 1학년인 우레시노.
전부 일곱 명. 57쪽에서 일부 발췌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하여 지금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일곱 명의 중학생들이 집에 있는 거울을 통해 신기한 외딴 성으로 초대받으면서 거의 열 달의 시간 동안 일어난 일들을 판타지와 현실을 적절하게 섞어서 그려내고 있는 거울 속 외딴 성.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두꺼운 책에 놀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읽어버리는 엄청난 가독성에 나중에는 책장을 넘기는 게 아까우면서도... 어떤 놀라운 반전과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서 빨리 확인하고 싶은 두 가지의 마음이랑 싸워야 했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스포와 상관없이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기도 하고 결말이 해피인지 새드인지 알고 읽기도 하는데... 이 책을 읽기 전에 든 생각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내용들을 내가 직접 확인하고 싶어지는 마음이었다. 책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정보 없이 책을 먼저 읽고 내 판단만 믿고 싶은 책 중의 한 권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반전 중에서 하나 맞춘 게 있었지만 그 뒷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님의 글은 내가 예측한 것 이상으로 나를 놀라게 하고 감동시켰다.
그래도 고코로는 우레시노에게 싫다고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다. 그런 부분들이 자신의 나쁜 점일 것이다. 하지만 우레시노에게 차갑게 대하는 순간 그가 호의를 거두고 다른 아이들에게 자신의 흉을 보고 다닐까 봐 두려웠다. 124쪽
'어쩌다 너랑 가족"으로 처음 만나게 된 츠치무라 미즈키 작가님의 두 번째 책인 거울 속 외딴 성을 통해서 믿고 보는 애정 하는 작가가 되었으며, 말로만 듣던 서점 대상 수상작을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책장에 모셔져있던 2017년 서점 대상 수상작인 온다 리쿠 작가님의 꿀벌과 천둥을 너무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거울 속 외딴 성!!!
등장인물 일곱 명의 소개 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제 책장을 덮었던 책의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나의 지난 학창시절 어느 때로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신기한 거울이 내 앞에도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환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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