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디바리우스
토비 페이버 지음, 강대은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다보면 종종 같은 곡임에도 남다르게 풍부한 울림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연주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스트라디바리니 과르네리니 하는 악기명들을 듣게 된다.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소유하고 싶어하고, 어느 유명 연주자들은 대여해서 사용하기도 한다는 명기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거란 기대에 부풀어 책장을 열었다.

책은 여섯 대의 스트라드들의 지나 온 길을 훑어 내려오며 각 악기에 얽힌 전설 같은 일화들, 유명 연주가들의 화려한 연주 여행, 거래를 할 때마다 엄청난 이득을 올리는 악기상들의 상술을 들려준다. 바이올린 제작 기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문외한인지라 천천히 의미를 짚어가며 읽어야 했지만, 평소에 즐겨듣던 파가니니, 뒤 프레, 타르티니의 연주나 작품에 대한 일화가 있어 꽤 두께가 있는 책이었음에도 읽는 동안 지루한 줄 몰랐다.

처음에는 장인의 혼과 자부심이 담긴 작품이었다가, 명 연주자와 환상의 짝을 이루며 아름다운 음악을 뿜어내던 악기였다가, 사고 파는 과정이 반복될수록 점점 값이 치솟는 상품이 된, 대부분은 박물관 유리 상자 안에 소리 낼 일 없이 걸린 전시물이 된 스트라드를 보며 갑자기 인간의 소유욕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스트라드는 악기가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또한 그 소유욕은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그 어떤 음악가도, 어마어마한 가격을 치른 수집가도 스트라드의 진정한 주인은 될 수 없으니 말이다. 스트라드를 보며 박제된 천재를 연상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토비 페이버의 후기에 상당 부분 공감하게 된다. 결국 스트라드는 악기이다. 모든 악기는 연주되면 그만큼 마모되고 손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손상을 두려워해 스트라드를 계속 걸어두기만 하는 일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악기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악기를 명기라 할 수 있을까. 문제는 언제나 인간의 소유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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