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 잇 -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지구 온난화 충격보고
비외른 롬보르 지음, 김기응 옮김 / 살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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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쿨잇. 진정하라. 언뜻 보면 그냥 그렇고 그런 환경보호 구호를 외치는 서적으로 보일 수 있다. 표지에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말들이 적혀 있다. 그런데 부제가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지구 온난화 충격 보고'다. 다른 건 알겠는데 '회의적' 환경주의자라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이건 저자 비외른 롬보르의 전작 제목이기도 하다. 그린피스와 같은 일반적 환경주의자에 대비된 개념인데 환경을 생각하지만 분명 그들과는 생각을 달리한다.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국의 정치인 앨 고어. 그는 '인류 스스로 초래한 기후 변화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해내고 또 이를 널리 알림으로써 향후 지구 온난화에 대처할 수 있는 토대를 세운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 영화를 만든 것으로도 알려진 유명한 환경주의자인 그를, 롬보르는 조금 다른 입장에서 비판한다.

 

  환경주의자들은 지구가 너무 뜨거워지는 것을 걱정한다. 사람들은 점점 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기계를 많이 쓰게 되었고 1900년 이후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점점 높아져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교과서에서 귀에 박히도록 배웠다시피 알고 있다. 그리하여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교토의정서에서 온실 가스 배출 감축이라는 미명 하에 뜻을 모았고 이것은 이제 당연한 이 시대의 슬로건이 되었다. 하지만 롬보르는 그의 전공인 경제학을 기본 관점으로 하여 이것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의 의견에 따르자면 교토의정서는 매우 효율성 낮은 구호일 뿐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저자는 온실 가스 배출 감축이라는 목적 하에 행해지는 갖가지 방법들이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들고 또 그에 대비하여 기대되는 성과는 상대적으로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아무리 에어컨을 적게 틀고 난방을 적게 하고 자동차 사용을 줄이더라도 100년 후 얻게 될 효과는 겨우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2년 남짓 늦추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낮은 효율을 직시하고 그보다는 비용 대비 좀 더 효과적인, 인류를 위한 선결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주장한다. 말라리아 퇴치, 에이즈 확산 방지 등이 그가 말한 우선적 과제다. 왠지 아무도 보지 못한 문제점을 정확히 짚은 것 같지만 그의 주장도 결코 완벽하지는 못하다.

 

  롬보르 논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그의 주장이 지나치게 경제논리에 얽매여 있다는 것이다. 그의 논리 전개 과정 중 일부를 살펴보면, 지금처럼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자녀들을 자가용에 태우고 통학시키기, 핸드폰 충전기 꼽아놓기 등을 예로 들며 각각의 행위를 했을 경우에 얼마의 비용이 들 것이고 여기에 탄소세(稅)를 붙이면 사람들은 이렇게 저렇게 할 것이다 라고 열심히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우리 인간들은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행위마다 예상되는 비용을 계산하지는 않는다.

 

  둘째로는, 좀 더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서 우리 세대 혹은 우리의 자녀들 세대 혹은 그들의 자녀들 세대 정도까지만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p. 70쪽의) 국제적인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 목록을 살펴보자. 이 표의 맹점은, 일의 경중을 단순히 비용 대비 편익이라는 경제 원리로만 따졌다는 데에 있다. 기후 문제는 이 표에서 15, 16, 17위를 차지하여 비용 대비 편익의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낮음을 보여주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적절한 논리인가? 당장 100년 후라면 지구 온난화는 저자의 말처럼 크게 문제가 되지도 않고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봤자 그 효과는 미미하다. 그러나 500년 혹은 1000년 후의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볼 필요가 있다. 기후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게 되면 인류 혹은 지구 대부분 생명체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고 결국 에이즈, 말라리아, 위생 등의 문제도 논할 필요조차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도 모두 인간이 존속한다는 전제 아래서 '문제'라고 인식되는 것일 따름이다. (p.197의) '코앞에 닥친'이나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는'이라는 수식어구에서 볼 수 있듯 저자는 단기적 시각에서 지구온난화를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롬보르는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본성을 무시한 채 주장을 펼쳤다. 그의 주장처럼 기아 문제나 말라리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연 선진국들이 앞장서게 될까? 기아 문제나 말라리아 문제는 아프리카라는 국한된 지역에서나 매우 심각한 문제이지 선진국들이 직접 그러한 폐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UN이나 각종 단체에서 아프리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제한적일 뿐이다. 그러나 기후 문제는 조금 다르다. 지구가 따뜻해져 생기는 폐해는 선진국과 후진국을 차별하여 다가오지 않는다. 세계 모든 곳에서 동시 진행되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문제다. 기후 문제는 보다 근본적이고 세계적이기 때문에 선진국들의 참여를 유도해내기 쉬운 것이 된다. 이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리하자면 롬보르의 'cool it'은 지구온난화에 맹목적으로 동의했던 우리들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 역시 완전하지는 않고 고찰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어느 한 쪽의 주장에 얽매여서는 안되고 환경주의자와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의견 모두를 고려한 절충 방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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