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해피엔드 : 풀슬립 일반판
정지우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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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의 느낌과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시대의 미남 미녀로 불리우던 전도연과 주진모가 이 영화에서는 촌스럽게 나오고, 걸출한 최민식이 오히려 앳되고 시대에 쳐지지 않아 보였다. 아마 시대의 세련미라는 것은 유행을 타는 것이고, 평범함이야말로 시대를 관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갓난아이를 가진 부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 시대의 평범한 부부들이 왜 결국 그러한 무심한 관계로 변하는지를 대략 짐작해볼 수 있다. 물론 갓난아기보다 더 클 때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아, 갓난아이라는 설정이 조금 비현실적인 부분은 있지만. '소통-결혼-서로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됨-인간 사이에 완전한 소통이 없음을 알게 됨-불소통'의 과정은 아마 대다수의 부부가 거치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 불소통 이후의 방향은 각자가 하기에 따라 본 영화처럼 극단적인 비극일 수도 있고, 반대로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역시나 불륜은 끝이 비극과 상처로 정해진 드라마다. 당사자에게는 절절한 로맨스이나 배우자와 아이에게는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인간의 동물적 본능은 인간관계를 파탄으로 이끌거나 쓸쓸한 수도승으로 남게 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인간이 태어나서 죽는 사이클을 가지지 않있다면 세상에 도덕이란 없었을 것이다.

태어나서,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밥벌이를 하는 일. 평범한 일이지만, 그 평범함에 포함되는 것은 요즘 세상에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가정이 이루어진 후에는, 이 중에 하나라도 잘못 끼워진 단추가 있다면 인생이 나락으로 빠질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한다. 요즘 젊은이에게 결혼을 강요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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