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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ㅣ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덕수궁 내 미술관에서 박수근전이 진행 중이다. 박수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박완서이고, 그의 소설 나목이었기에, 근 15년 만에 다시 이 책을 들었다.
출간된 지 40년이나 된 소설이라 그런지 그 당시의 서정적인 느낌이 글에 묻어 나와 좋다. 지금 젊은 소설가들이 말장난 식의 표현을 남발하는 경우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당시의 감성에 더 마음이 간다.
소설은 금지된 욕망을 솔직하게 쓰는 경우가 많고, 나목도 유부남과 젊은 여자의 사랑이라는 커다란 줄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설에 나오듯이 그것은 신기루일 뿐이고 결국 파멸의 길임을 깨닫고 각자는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기로 한다. 하지만 그 현실에의 순응은, 결혼 후 아이가 생긴 후에도 한 쪽은 이상을 추구하고 다른 한 쪽은 현실적이라는 불가피한 균형 속에서, 때늦은 회한을 남기기도 한다.
예술가, 이상 추구, 다른 사람의 판단보다는 자신의 고집을 밀고 나감, 순수함의 추구. 이런 것들이 예술가 답다는 것일까? 예술가 답다는 것은 어쩌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과 비슷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 40, 50이 되어서도 순수함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예술가 같다 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경아가 옥희도의 그림에 자신이 꿈꾸었던 사람을 대입시키고,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세워보는 모습은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다. 낙엽이 지고, 자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나무와, 그 옆에서 현실을 담담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김장철의 여인들. 그리고 그림에는 없지만 그 나무에 잠시 쉬어가고자 했던 여인.
문득 작가의 결혼생활과, 남편과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자기고백적인 소설을 나이 사십, 어머니와 집사람이라는 호칭이 아주 익숙해질 시점에 출판했다는 것은 그 관계에 솔직함과 용기가 깃들어 있다는 것이고, 권태와 매너리즘으로부터 탈피하는 것 같다.
추워지는 이 겨울에 어울리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