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문학은 그 시대와 공간을 반영한다. 내가 1900년대의 서울 모습을 알고 싶거나, 1950년대의 뉴욕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그 시기의 문학을 살펴보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이 시대를 아주 잘 반영하고 있다. 흔히 MZ세대라고 불리는 불쌍하고 평범하고 소인배 같아 보이는 20-30대를.
단편들을 보면, 뭔가 거창하게 일이 벌어질 것 같다가도 너무나도 별 일 없이, 풍선에 바람 빠지듯한 결말로 끝나는 이야기가 많다. 실제로 우리네 2030의 삶이 그러하다. 이제 뭔가 드라마틱하고 놀라운 일들은 우리 삶에서 실제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나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서 꾸역꾸역 살아간다. 살아낸다.
여기 나온 이야기들은 한 번쯤은 한 다리 건너서 듣거나 직접 경험해봤을 이야기들이다. 대단하지 않은 일상에서 뭔가 의미를 찾아내야 하는 세대. 작가는 정통 문학도 출신이 아니고, 일반 회사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이러한 직장인들의 삶과 심리를 잘 그려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별 내용 없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킥킥거리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평범한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남모르게 자기만의 비밀을 간직하며 꿈을 키워 온 장류진 작가. 그 사람의 인생의 변화 자체가 현대 직장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것 같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