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밑에서
최일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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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노인인 소설은 처음이었다. 나이 든 사람들도 대부분 청년의 시각에서 청년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글을 써내려가는 마당에 화자가 노인이라. 어색하면서도 신선했다.

나이듦이란 무엇인가. 우리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쉬이 들려주지 않는 그들의 내면이 속속들이 등장한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지하철에서, 병원에서 마주치는 노인들의 겉모습과, 이 소설로 미루어 짐작되는 그들의 속마음이 간신히 매치가 이루어진다.

불혹을 향해가는 지금, 머리에 새치가 하나 둘 생기고, 주름이 선명해지고, 거울 보기가 꺼려지는 요즘, 노년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나마 맛보게 되었다. 그런데 노년의 이야기는 우울하다. 나이 듦에 대한 자기계발서 내지는 미화로 가득한 희망적 책들 사이로 뛰어 들어와 이 책은, 늙은이의 삶은 그냥 이래 라며 발가벗긴 삶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궁상 맞고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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