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참새농장 주인
원숙자 지음 / 선우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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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한 기회에 우연을 가장하여 이 책을 구매했다.

 

 서울 촌놈인 나에게는, 평범하고 사람 사는 냄새나는 원숙자 씨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대가족 속에서 남편과 어머니와 자식과의 일상이 녹아있는 수필들은 간만에 나도 모든 것을 벗고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사람답게 사는 게 가장 힘들지요'라는 말에서 결코 쉽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에세이의 배경이 되는 곳은 철원이다. 세계여행 경력은 화려하다해도 막상 국내는 별로 돌아보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대포 소리나 한탄강 같은 환경은 새롭고 또 새롭다.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 않은 곳 중에 아름답고 절경인 곳이 얼마나 많을까. 언젠가 철원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생각했던 아름다움은 아닐지언정 책에서 그려졌던 곳을 거닐며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그 정도 연세에 이런 감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이 있다는 점이 반갑다. 점점 심해지는 세대 간의 격차 속에서, 세대를 건너 서로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그러고 보면, 사람은 겉만 늙지 속은 여전히 청춘이고 따뜻하고 봄 같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매달 셀 수 없는 책이 쏟아지는데 이런 작은 수필집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자신의 삶의 기록을 남겨줬다는 점에서 고맙다. 조금이라도 타인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서 고맙다. 작가의 말에서 나오듯 각자의 삶은 기록하면 곧 소설이 되고 책이 될만하다. 애써서 기록을 남겨줬음에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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