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괭이 장수'에게 바치는 490페이지 헌정문
나는 이 책의 그 어떤 챕터에서도 단 하나의 인사이트나 지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 책은 젠슨 황이라는 인물을 이용해 AI 시대의 본질을 탐구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내용 없는 찬양 형식의 전기다.
1. 저자의 지적 나태함: '탐구'가 아닌 '짜집기'
훌륭한 전기는 저자 '평생의 질문'을 담아 나름의 답을 찾는 '지적 투쟁의 기록'이어야 한다. 파인만(말이 필요없는 강의록과 자전적 글뭉치들을 보라), 슈뢰딩거(수많은 에세이들), 하이젠베르크(회고록), 존 카메로(Doom Guy)이 그랬듯.
하지만 이 저자는 그런 '장인'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스스로 호기심이 있거나, 더 깊게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왜 젠슨 황은 저렇게 말했는가?", "그것이 맞기는 한가?",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 자신의 중심점은 무엇인가?" 같은 핵심적인 질문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책은 인터뷰 녹음 파일과 참고 문헌을 AI에게 던져 요약, 재배치하고 톤만 다듬어 편집한 '디지털 텍스트 파일'처럼 느껴진다. '저자'의 고뇌는 없고 '편집 운영자'의 납품만 있을 뿐이다.
2. 대중 기만: '장삿꾼'을 '천재'로 둔갑시키기
이 책은 나심 탈레브가 비판한 '서사적 오류'와 '생존 편향'의 전형이다. 이미 성공한 사람의 과거를 꿰맞춰 '그는 이랬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사후 정당화하는 꼴임.
세상에는 젠슨 황보다 훨씬 재능 있고 머리 좋은 '진짜 천재'들이 많다. 젠슨 황의 성공은 그의 독창적 특성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우연적 요소'가 조합되어 만들어진 '스노우볼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우주가 아주 약간의 밀도 차이로 은하계를 만들었듯이 말이다.
젠슨 황이나 샘 올트만 같은 '장삿꾼'들은 발명가라기보다 '플랫폼 제국을 이룩한' 사업가들이다. 이 책은 그들 뒤에서 '어마어마한 것들'을 실제로 만들어낸 수많은 공학자의 공로를 단 몇 줄로 후려친다. 내가 볼때 그것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
3. 가치의 전도: '껍데기'를 '본질'로 호도
이 책은 '진짜 천재'가 되는 삶 대신, "그런 사람들 위에 올라서서 지휘하는" 삶을 은근히 조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허영'만 키우는 '껍데기' 같은 삶을 열정 따위로 포장해..
마케팅, 정치력, 화술만으로는 인생에서 쓸모 있는 것을 만들며 '즐겁게' 살 수 없다. 그런 삶은 '공허'할 뿐이다.
심지어 이 책은 너무 진지하다. 젠슨 황도 그렇다. 젠슨황은 스스로 책에서 "나 SF소설 경멸함. 진지함, 졸라 진지함."이라고 말한다. 이게 명언이란다. 이른바'젠슨 황의 분노' ㄷㄷㄷ. 진지함은 유연함과 거리가 멀다. 그의 진지함은 '판세를 독점하고 유지하기 위한' 창조성 없는 '닫힌 태도'에 불과하다. 우리가 왜 이런 답답한 태도를 굳이 전기까지 읽고 배워야 하는가?
4. 가장 치명적인 결함: '질문' 없음
결국 이 책을 읽고 내가 젠슨 황으로부터 읽어낸 가치는 "때를 잘 만나 플랫폼을 독점했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더 죄고 있다"는 것, 그것밖에는 없다. ... 끝
이 책은 '곡괭이 장수에게 바치는 헌정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훌륭한 저자라면 마땅히 물었어야 할 질문들이 통째로 빠져있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의식도,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방향성도 없는, 그저 암담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저자를 통해 젠슨황에 대해 알 수 있다고 착각하지 않길 바란다. 스스로 찾아보고 생각해보는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