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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
스티븐 위트 지음, 백우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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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괭이 장수'에게 바치는 490페이지 헌정문

나는 이 책의 그 어떤 챕터에서도 단 하나의 인사이트나 지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 책은 젠슨 황이라는 인물을 이용해 AI 시대의 본질을 탐구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내용 없는 찬양 형식의 전기다.

1. 저자의 지적 나태함: '탐구'가 아닌 '짜집기'

훌륭한 전기는 저자 '평생의 질문'을 담아 나름의 답을 찾는 '지적 투쟁의 기록'이어야 한다. 파인만(말이 필요없는 강의록과 자전적 글뭉치들을 보라), 슈뢰딩거(수많은 에세이들), 하이젠베르크(회고록), 존 카메로(Doom Guy)이 그랬듯.

하지만 이 저자는 그런 '장인'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스스로 호기심이 있거나, 더 깊게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왜 젠슨 황은 저렇게 말했는가?", "그것이 맞기는 한가?",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 자신의 중심점은 무엇인가?" 같은 핵심적인 질문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책은 인터뷰 녹음 파일과 참고 문헌을 AI에게 던져 요약, 재배치하고 톤만 다듬어 편집한 '디지털 텍스트 파일'처럼 느껴진다. '저자'의 고뇌는 없고 '편집 운영자'의 납품만 있을 뿐이다.

2. 대중 기만: '장삿꾼'을 '천재'로 둔갑시키기

이 책은 나심 탈레브가 비판한 '서사적 오류'와 '생존 편향'의 전형이다. 이미 성공한 사람의 과거를 꿰맞춰 '그는 이랬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사후 정당화하는 꼴임.

세상에는 젠슨 황보다 훨씬 재능 있고 머리 좋은 '진짜 천재'들이 많다. 젠슨 황의 성공은 그의 독창적 특성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우연적 요소'가 조합되어 만들어진 '스노우볼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우주가 아주 약간의 밀도 차이로 은하계를 만들었듯이 말이다.

젠슨 황이나 샘 올트만 같은 '장삿꾼'들은 발명가라기보다 '플랫폼 제국을 이룩한' 사업가들이다. 이 책은 그들 뒤에서 '어마어마한 것들'을 실제로 만들어낸 수많은 공학자의 공로를 단 몇 줄로 후려친다. 내가 볼때 그것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


3. 가치의 전도: '껍데기'를 '본질'로 호도

이 책은 '진짜 천재'가 되는 삶 대신, "그런 사람들 위에 올라서서 지휘하는" 삶을 은근히 조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허영'만 키우는 '껍데기' 같은 삶을 열정 따위로 포장해..

마케팅, 정치력, 화술만으로는 인생에서 쓸모 있는 것을 만들며 '즐겁게' 살 수 없다. 그런 삶은 '공허'할 뿐이다. 

심지어 이 책은 너무 진지하다. 젠슨 황도 그렇다. 젠슨황은 스스로 책에서 "나 SF소설 경멸함. 진지함, 졸라 진지함."이라고 말한다. 이게 명언이란다. 이른바'젠슨 황의 분노' ㄷㄷㄷ.  진지함은 유연함과 거리가 멀다. 그의 진지함은 '판세를 독점하고 유지하기 위한' 창조성 없는 '닫힌 태도'에 불과하다. 우리가 왜 이런 답답한 태도를 굳이 전기까지 읽고 배워야 하는가?

4. 가장 치명적인 결함: '질문' 없음

결국 이 책을 읽고 내가 젠슨 황으로부터 읽어낸 가치는 "때를 잘 만나 플랫폼을 독점했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더 죄고 있다"는 것, 그것밖에는 없다.  ... 끝

이 책은 '곡괭이 장수에게 바치는 헌정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훌륭한 저자라면 마땅히 물었어야 할 질문들이 통째로 빠져있다.

  • "그 곡괭이 때문에 다른 무엇이 망쳐지고 있는가?" (AI Slop, AI Hype, 기초 연구의 고사)

  • "꼭 이 곡괭이여야만 하는가?"

  • "곡괭이 이후에는 무엇이 오는가?"

이런 본질적인 문제의식도,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방향성도 없는, 그저 암담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저자를 통해 젠슨황에 대해 알 수 있다고 착각하지 않길 바란다. 스스로 찾아보고 생각해보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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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의 컴퓨터 강의 - 양자 컴퓨터를 고안한 천재가 들려주는 계산 이야기 |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가 남긴 마지막 강의, 2판
리처드 파인만 지음, 토니 헤이 엮음, 서환수 옮김 / 한빛미디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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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체가 아닙니다. 이건 2판이에요!! 2판. 파인만 이후에도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 이 강의록을 보존하려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원서랑 같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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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환 2025-08-19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판 국내 번역본을 보셨다면 책 소개란에 언급된 ‘파인만이 AI에 관해 언급했던 내용 등 현대 컴퓨터 과학의 주요 이슈‘ 외에 어떤 차이가 눈에 확 들어오시는지 호기심에 여쭤봐도 될까요?

츤도쿠 2025-10-26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일한 내용에 대해서 큰 차이는 없습니다!
 
부분과 전체 - 개정증보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김재영 감수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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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영문 번역본 제목 좀 알려주세요. physics and beyond라고 번역되었다는데 영미권에서는 요즘 부분과 전체를 읽지 않는건지 찾기조차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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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술 토머슨
아카세가와 겐페이 지음,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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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표지에 작은 제목, 토머슨 같은 디자인과 만듬새로 인해 예술에 관한 심오한 이론서인줄 알고 사람들이 겁을 먹고 구매를 잘 못하게 되었다. 이 또한 토머슨 책으로 등록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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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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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토아 철학 실전편으로서 따분한 일은 결코 하는 법없는 저자의 실천 철학서이다. 별점 5점 주고 싶으나, 옮긴이의 말이 없다. 번역에 대한 책임(스킨 인 더 게임)을 걸지 않아 프래질을 독자에게 떠넘겼으므로 별점 1개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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