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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장-폴 디디에로랑 지음, 양영란 옮김 / 청미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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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파쇄하는 남자 길랭. 그리고 우연히 주운 USB에는 여자의 일기가 담겨있다. 그것을 자신이 저녁에 3번이나 읽고 지하에서 사람들에게 순서대로 읽지 않고 마구 잡히는 대로 읽어준다. 쥘리가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자신이 쓴 글을 아무도 마음을 두지 않는다면 글을 쓸 이유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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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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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는 항상 눈에 보이는 집에서 노니는 책이라 언젠가 손대겠지 하다가 5년이 지나서야 친절한 복희씨는 손때 묻은 책이 됐다. 5년만에 잡은 책이지만, 3일째 되던 날 새벽에 전체를 읽었다. 이야기의 흡입력, 인간의 오묘한 감정이 나의 뒤통수를 강력하게 후려쳤다. 세월이 쌓인 만큼 노년들의 이야기는 성숙하면서도 잔잔하지만, 그 속에 재미와 감동이 함께 녹아있었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것과 앞으로도 경험할 수 없는 일들과 우리가 경험은 했지만, 그 일을 인간의 오묘하게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다.


 나와 그리움을 위하여 화자는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동생의 행동이 배신감이 들었고, 고마운지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동생이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동생을 더는 부릴 수 없는 걸 인정하고 상전의식을 포기하면서 자매애를 찾았다. 그러면서 동생이 남해의 섬에서 관능적인 어부가 방금 청정해역에서 낚아 올린 분홍빛 도미를 자랑스럽게 들고 요리 잘하는 어여쁜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이 있는 섬, 그런 섬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에 그리움이 샘물처럼 함께 고인다.


연탄 갈빗집도 영업을 시작했을 시간이다. 그 가게 앞을 카바이드와 연탄불 냄새를 그리워하며 천천히 걸어가는 늙은이가 눈에 선하다. 그는 누구일까. 애무할 거라곤 추억밖에 없는 저 처량한 늙은이는. 카바이드는 지금은 쓰지 않는 것이지만 그때의 상황이 그려진다. 쓸쓸히 홀로 걸어가면서 냄새를 맡는 노년이. 그 남자네 집의 이야기는 추억 이야기이다. 읽으면서 씁쓸한 감정을 느꼈다. 내가 조그마할 때 다녔던 슈퍼마켓은 오래전에 사라 버리고 그 자리는 다른 가게 메꿨다. 그 자리는 지나갈 때 그때 심부름가서 사왔던 콜라와 커피와 그 시절 먹었던 과자와 주인 이모랑 이모의 가족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어리지만, 추억에 젖어있다. 그렇다면 늙는다면 얼마나 추억을 회상하고 있을까. 추억이 아니더라도 내일이라는 미래가 나를 애무할 수 있는 노년을 보내고 싶다.


촛불을 밝힌 식탁은 자식들을 보며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주고 싶어서 쓴 것으로 생각했다. 읽는 내내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 부모님에게 자주 찾아뵙고 가까운 곳에 살면서 효도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자식이 나를 따라 똑같은 효도를 받을 수 있다. 지금은 말도 안 듣고 속도 자주 썩인다. 그렇지만, 정말로 사랑하고 존경한다.


더군다나 우리 두 늙은이 중 하나가 죽으면 너희가 부담을 안 느낄래야 안 느낄 수 없게 될 터. 매일 문안은 못 할지언정 불빛으로라도 오늘도 저 늙은이들이 살아 있구나 확인하고픈 자식 된 도리 아니겠냐. 우리도 너희 집 창문에 불이 켜지면 내 새끼들이 오늘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 거 아니냐. 서로 불빛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 산다는 것, 바쁜 자식과 할 일 없는 늙은이끼리 이보다 더 좋은 소통의 방법이 없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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