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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밤 ㅣ 헤르만 헤세 선집 12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다 읽지 못한 채 후기를 올리는 책이다. 16살 20살 사이에 세계문학 절반을 읽었다는 헤르만 허세. 책을 많이 읽어야 좋은 것일까. 책을 적게 읽어서 같은 내용을 똑같이 읽는 것이 좋을까. 많이 읽으면 다른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냥 우선 많이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16살도 몇 년 전에 넘었다. 16살 책을 별로 읽지 않았다. 아예 읽지를 않아서 손에서 책을 잡는 날이 꼽을 수가 없다. 17살 처음으로 책 한 권을 읽었다. 아프니깐 청춘이다. 내용이 다들 별로라고 말하지만 배울 점은 있다. 하루에 한 시간 어떤 분야에든 집중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에 나는 1시간씩 책에 어떻게든 시간을 만든다. 그리하여 18살 19살에는 그동안 살아서 읽은 양을 읽었다. 살아온 동안 책을 별로 읽지 않았기에 1년 동안 17년 치 양을 채울수 있었다. 헤르만 허세가 세계문학을 절반을 읽었다면 나는 그냥 여러 분야를 읽었다고 24살에 말하고 싶다.
헤르만 허세처럼 모든 일상을 잘 표현한 사람도 드물다. 고집을 좋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흔히들 고집불통이라는 단어는 어린아이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나 쓴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융통성이 있고 포용력이 넓다고 말한다. 헤르만 허세는 고집이 세다. 그 고집을 지키다 가족을 잃었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비난을 많이 받았다. 자기의 의견을 고집 있게 지켰다. 살아있을 때는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 현재는 이름이 계속해서 기억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살고 있던 집을 떠나는 것보다 가슴 아픈 일은 없다. 그대의 묵직한 책상이 일꾼이 치운 자리에서 방바닥의 하얗고 텅 빈 얼룩이 크게 입 벌리고 있다. 그대는 사방의 벽에서 마지못해 힘겹게 못을 다시 뽑아내고 있다. 그대는 몇 년 전에 흡족한 마음으로 신중하게 못을 박아 놓았고, 그 못에는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더없이 신성한 공간의 바닥에는 먼지와 짚, 대팻밥과 종잇조각이 놓여 있다. 그대는 소름 끼칠 만큼 텅 비어 있는 방을 언짢은 기분으로 돌아다닌다. 방 안에서는 익숙지 않게 그대의 발소리가 굉굉 울린다. 그대는 줄곧 이제 마지막으로 여기 방 안에 있으며, 아름답고 엄숙한 이별을 치러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권태와 애타는 소망 말고는 아무것도 울리지 않는다. 그대는 이미 멀리 떠나가고, 모든 일이 지나가길 바란다.
몇 개월 전 19년 동안 살았던 집을 떠났다. 빨간 벽돌로 이루어진 아담한 4층 집 빌라였다. 엘리베이터도 없어 항상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학교가 끝나면 직선으로 곧게 뻗어있는 길을 항상 걸었다. 가는 길마다 공장이 있었다. 공장은 쉬지 않고 항상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그런 길을 19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걸었다. 침대와 옷장이 들어올 수 없는 작은 방이었다. 바닥에는 옷과 책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낙서했던 그림들이 아직 벽지에 남아있어 가끔 보다 보면 아련하다. 그런 집을 12월 어느 날에 떠나 말끔한 집으로 이사 왔다. 푹신한 침대와 깔끔한 옷장이 있어 집이 깔끔하다. 지저분한 예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학창시절 헤르만 허세는 진지하게 두 선생님을 사랑했다. 지금까지 사랑했다는 격렬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관심은 처음으로 받아봤다. 선생님들은 내 이름을 외우지 못했다. 그런 만한 매력도 성적도 좋지 못했고 선생님들을 적대시했다. 친근하게 대했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남들은 평범하다고 할 관심이 내게는 큰 관심이었다. 수업시간에 이름도 불러주었고 때로는 먹을 것도 준 선생님은 처음이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선생님이 좋다고 느끼고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해봤던 것 같다.
오랜 세월 동안 살고 있던 집을 떠나는 것보다 가슴 아픈 일은 없다. 그대의 묵직한 책상이 일꾼이 치운 자리에서 방바닥의 하얗고 텅 빈 얼룩이 크게 입 벌리고 있다. 그대는 사방의 벽에서 마지못해 힘겹게 못을 다시 뽑아내고 있다. 그대는 몇 년 전에 흡족한 마음으로 신중하게 못을 박아 놓았고, 그 못에는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더없이 신성한 공간의 바닥에는 먼지와 짚, 대팻밥과 종잇조각이 놓여 있다. 그대는 소름 끼칠 만큼 텅 비어 있는 방을 언짢은 기분으로 돌아다닌다. 방 안에서는 익숙지 않게 그대의 발소리가 굉굉 울린다. 그대는 줄곧 이제 마지막으로 여기 방 안에 있으며, 아름답고 엄숙한 이별을 치러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권태와 애타는 소망 말고는 아무것도 울리지 않는다. 그대는 이미 멀리 떠나가고, 모든 일이 지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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