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살기 5년차 혼자살기 시리즈 1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솔 & 백혜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문득 다른 사람들이 구입하려고 계산대에 올려놓은 물건들을 보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던 적이 있습니다. 어떤 요리를 하려고 저 재료들을 구입하는 걸까, 가족이 몇 명인데 이렇게 많은 물건을 사는 걸까, 맥주 박스가 하나, 둘… 어디 가서 술잔치를 벌이려는 걸까, 고기 구워먹을 건가 보다… 맛있겠다, 등등의 생각. 그리고 제 바구니 안에 든 물건을 내려다 봤습니다. 그 안엔 온갖 인스턴트식품들이 담겨 있더군요.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이 생기기도 해서 근처 야채 코너의 상추 봉지 하나를 집어왔습니다. 마침 야채 중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 1,100원에 판매하고 있던 참이라 인스턴트식품들로 가득 찬 제 장바구니를 건강한 이미지의 것으로 장식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혼자서 살다 보면 이렇게 전혀 의식하지 않고 지낼만한 사소한 일들이 기억에 남는 하나의 사건이 되곤 합니다. 반면 혼자서 살다보면 신경써야할 여러 가지 일을 사소하게 여기며 생략할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하기 싫은 집안일을 차곡차곡 쌓아 둔다고 해서 눈치 보거나 야단맞을 일이 생기지 않다는 점. 그렇다고 견디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더럽게 지내며 문에서 방까지 진입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때까지 쓰레기를 쌓아놓고 지내는 건 아닙니다. 조금 있다가 치울 거라고 계속 생각 중에 있는데, 지금 당장 하라는 강요에 마지못해 억지로 치울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지 않아서 좋다, 뭐 그런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대신해서 집안일을 해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니 미뤄둔다 한들 결국엔 언젠가 그 일을 스스로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 의지를 갖고 한다는 점에서…. 아무튼 미묘한 차이지만 혼자 살며 누릴 수 있는 해방감, 혹은 자유라면 자유라 할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한데… 흐음, 여전히 미묘합니다.

 

 

    혼자 살며 누릴 수 있는 자유는 이런 경우에도 해당됩니다. 먹고 싶은 다양한 종류의 라면을 다른 사람 눈치 볼 것 없이 매일같이 즐겨 먹을 수 있다는 점. 그렇다고 정말로 라면만 매일 먹고 사는 건 아니지만, 아침에 라면을 먹었다고 해서 점심엔 절대로 라면을 먹어선 안 된다는 식의 구속에서 자유로워서 좋다, 뭐 그런 것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한동안 저는 상추 맛에 푹 빠져서 주구장창 상추만을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샐러드 느낌이 나도록 각종 야채와 삶은 계란을 하나의 접시에 담아서 우걱우걱…, 그렇게 한 그릇에 담아 먹으면 나중에 설거지하기에도 편하기 때문에 자주 그런 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큰 태풍이 지나간 이후 상추 값이 4,500원으로 오르는 바람에 나름 계산된 웰빙 식단도 그만둬야만 했습니다.

 

 

    타카기 나오코『혼자살기 5년차』는 이런 느낌으로 혼자 살며 겪게 되는 사소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니, 이것보다 더 재미있게 들려줍니다. 혼자살기 1년차와 혼자살기 5년차를 비교하며,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상의 사건을 귀여운 느낌의 그림과 함께 들려주는데, 아주 잠시라도 혼자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크게 공감할 거라고 봅니다. 평소에 생각이 많고, 주위를 잘 의식하며, 약간 소심한 성격의 여성이라면 더더욱 좋아할 이야기일 듯합니다.

 

 

    혼자 살기 중에서도 미혼여성이 도쿄에서 혼자 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노하우 전수를 위한 정보 전달의 느낌으로. 예를 들자면 혼자서 밥 먹기 좋은 도쿄 내 식당에 대한 소개 같은 것입니다. 철지난 정보이고 일본에 한정된 내용이지만, 정보를 얻어 간다는 생각보단 혼자 식당에 들어서서 음식을 시키고 먹은 후 계산하는 일련의 일상적인 과정들을 통해, 뭐랄까… 발을 동동 구르며 키득거리고 ‘맞아 맞아’를 연발하며 공감하게 하는 표현들이 재미있으면서 한편으론 귀엽다고나 할까요. 사람들은 이토록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구나 하며.

 

 

    책에서 이야기한 혼자 살기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눈에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의 목차를 나열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5년차의 방, 쓸쓸하고도 소박한 나의 식사, 단골 슈퍼마켓에서 장보기, 돈과 나의 미묘한 관계, 행복한 현실도피 목욕시간, 무심코 무서운 방송을 본 밤, 혼자서 덮밥집 가기, 감기 걸린 겨울날 밤, 부모님 댁 다녀온 기념품, 혼자서도 잘 마시는 법,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집…….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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