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
생 텍쥐페리 지음,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 번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우리는 평범한 한 사람의 일생동안 과연 『안나 카레니나』와 『카리마조프 가의 형제들』 같은 소설을 몇 번이나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많으면 두 번… 더 많으면 세 번…. 그런 면에서 『어린왕자』는 참으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 이야기를 몇 번이나 읽었던가 기억나지 않아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니까요. 짧은 이야기가 갖는 힘이 바로 이런 건가 봅니다. 짧기 때문에 누구나 읽어 보았고, 그래서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생텍쥐페리『어린왕자』는 읽는 이의 연령과 상황에 따라 전해 듣을 수 있는 메시지가 달라지는 묘한 느낌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것도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라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아무튼 저는 이번에 다시 읽으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다른 메시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친구 레옹 베르트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조국 프랑스에 대한 향수에 대한 내용이 숨어있단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의미를 찾으려 했던 처음의 생각과 달리, 제 머릿속은 계속해서 다른 생각들로 가득 찼습니다. 이러한 것이 바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이야기가 달리 보인다는 그 대단한 마법의 힘인가 봅니다. 무언가 엄청나게 슬픈 감정이 쓸쓸한 모래바람이 되어 몰아치는데… 아, 이게 참 어떤 의미인가 모르겠습니다.

 

 

 

    어린왕자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물론 조종사의 마음에도 어린왕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가 사막에 추락한 이후, 머리를 크게 다친 조종사는 그의 마음속에 있던 어린왕자가 실제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린왕자와 대화를 합니다. 그건 곧 자기 자신과 나누는 혼잣말이었을 겁니다. 고장난 비행기 근처에서 부상당한 채 누워 있던 자신의 근처를 배회하며 오다 말다를 반복하던 사막여우를 보며 혼자서 길들여 보기도 하고, 사막의 끝 어딘가에 있을 우물을 생각하며 갈증을 달래기도 하며, 밤하늘 사막을 비추던 별들을 바라보며 이곳에 불시착하기 전에 겪었을 법한 별나라 여행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종사는 어른들의 세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도도하게 돌아선 후 다음 별을 향해 떠나버리는 어린왕자의 모험을 꿈꿉니다.

 

 

 

    한편 비행기가 고장나서 돌아갈 수 없는 과거 시절에 대한 조종사의 그리운 마음 때문에, 조종사 안에 있던 어린왕자는 더욱 슬픈 존재가 됩니다. 사막이라는 공간이 조종사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떤 괴리감을 더 비참하게 만들고, 급기야 현실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옆에서 계속해서 쫑알거리는 어린왕자에게 화를 내기까지 합니다. 그건 사막 너머의 현실의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자기 자신의 어리숙한 미완에 대한 불만이고 짜증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막에 누워있던 조종사의 눈빛은 밤하늘의 별로 가득 차 반짝이고 있습니다. 그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마도 호기심 가득한 어린왕자의 눈동자와 같은 색깔일 것입니다. 그런데 왠지 그 눈빛은 슬퍼 보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조종사의 늙은 몸 안에 어린왕자가 영원히 갇힌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겉은 조종사지만 속은 아직도 어린 왕자….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은 그런 의미의 말이기도 합니다. 조종사가 그린 상자 속의 양처럼 모두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어린왕자의 존재가 중요한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알아채기 힘들고,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기가 힘들며, 그것의 존재를 알았을 땐 이미 다른 별에 불시착한 이후의 일일 수 있으니 현실적으로 우리는 계속해서 아픔을 품고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종사는 뱀에게 부탁합니다. 그리고 어린왕자는 결국 어떤 탈출에 성공합니다. 어린왕자의 이야기는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 이야기가 동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러니까 그게 벌써 여섯 해 전의 일이었다.’ 라는 문장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는 ‘……안녕’이라는 마지막 말이 갖는 엄청난 슬픔 때문에 도저히 동화로써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이야기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어린왕자』는 반드시 이 책이어야만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의미를 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의 하나는 삽화 때문입니다. 『어린왕자』에선 보아뱀을 삼킨 코끼리나 상자 안의 양들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그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삽화가 조금 다른 버전이긴 합니다만, 이 책의 삽화는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서정적인 색감과 공간들이 보인 슬픈 여백들이 긴 여운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책을 쉽게 덮지 못한 채 계속해서 ‘……안녕’이라는 마지막 말을 쥐고서 아쉬운 마음을 달랬습니다. 누군가에 길들여진다는 것은 곧 눈물 흘릴 일이 생길 것이라는 뜻… 아, 이 얼마나 슬픔으로 가득 찬 세상의 일이던가요.


 

 


 

 

 

    “괜찮아. 내가 사는 곳은 아주 작으니까!”

    그리고 약간 슬픈 표정으로 덧붙여 말했다.

    “앞으로 똑바로 가 봐야 멀리 갈 수도 없는 걸….” (39쪽)

 

 

 

    “아, 꽃이란 얼마나 모순된 존재인지….

    그때 난 꽃을 제대로 사랑하기에는 아직 어렸던 거야.” (84쪽)

 

 

 

    “부탁이야…. 나를 길들여 줄래?” (171쪽)

 

 

 

    “별들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에….” (193쪽)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194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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