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의 천국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맥신 패트로 지음, 이영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순전히 재미로 장편 추리소설을 집필해 보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며 장난쳤던 적이 있습니다. 탐정과 조수, 형사와 경감, 기자, 증인과 용의자, 범인들까지 모두 미소녀들로 버글버글한 추리소설. 배트맨의 고담시티를 능가하는 각종 사건사고들로 범죄가 끊이질 않는 이야기. 이제껏 본적이 없었던 독특한 등장인물로 만들어진 하렘 추리소설.

 

 

    제임스 패터슨맥신 패트로, 공저 스릴러 소설 『제7의 천국』의 주요인물 4명을 보고 있으니 하렘 추리소설을 써보겠다던 그때 그 시절의 장난이 생각납니다. 우먼스 머더 클럽이라고 하여, 샌프란시스코 경찰국 강력반 경사 린지, 특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의욕 넘치는 취재활동을 보이는 기자 신디, 사려 깊고 따뜻한 성격의 경찰국 수석 검시관 클레어, 말이 빠르고 매사에 열정적인 지방검사보 유키, 이 4명의 여성이 샌프란시스코 강력계 범죄를 해결하는 주요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소설 『제7의 천국』은 이 여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일곱 번째 시리즈입니다.

 

 

    소설의 이야기는 부잣집 도련님의 실종과 살해 의혹, 용의자에 대한 재판 과정을 보입니다. 그리고 중산층 동네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방화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병행해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쉬운 구성이고, 간결한 문단과 담백한 문장을 통해 대단한 속도감을 보입니다. 절제된 문장들로 대단히 빠른 장면 전환을 보이기 때문에 소설을 읽으며, 스릴러 할 때 ‘스’와 스피드 할 때 ‘스’는 같은 ‘스’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대단한 속도감은 글로 이루어진 소설을 마치 범죄 드라마의 한 장면을 영상으로 보고 있단 착각에 빠지도록 합니다. 현재 장면에 대한 간략한 설명에 이어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나오고, 주인공이 속으로 생각하는 내용을 짧은 독백으로 처리, 그리고 다시 다음 장면으로 전환. 다른 일 때문에 일시정지 해두었다가 마지막으로 읽었던 영상부터 플레이 버튼을 눌러 다시 보기 시작해도 무관한 소설. 소설 속 세상에 들어가기가 쉽고, 빠져 나오는 것 역시 쉬운, 범죄 스릴러 소설.

 

 

    이야기가 조금 심심해지려 하면 연쇄적으로 발생한 화려한 범죄장면들을 통해 두 눈을 즐겁게 합니다. 거대한 불길로 인해 활활 타오르다 사라지는 집들의 환영이 두 눈에 그대로 들어와 재가 되어 사라지고, 열기로 인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식어서 하얗게 될 때면 다시 다음 집에 불을 지펴 이야기를 태워갑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굉장히 추운 어느 야외 촬영장, 125개의 씬으로 이루어진 드라마 대본집을 읽으며 다음 촬영준비를 하다가 옆에 피워둔 모닥불이 꺼지지 않도록 빠르게 다 외운 대본을 뜯어 내어 불쏘시개로 사용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그런 느낌이 뭐냐구요? 

 

 

 



 

    “대단하네요. 이게 뭡니까? 완전범죄예요?” (71쪽)

 

 

    어제 아침만 해도 그녀는 남편에게 입을 맞추고, 머리를 빗고, 아침식사를 만들고, 친구와 웃으며 통화했겠지. 그날 밤, 32년을 함께 산 그녀와 남편은 결박당한 채 불 속에서 죽었다. 아마도 그 몇 시간 전부터 멀론 부부는 자신들이 죽을 것임을 알았으리라. 그것이 바로 심적 공포다. 살인범들은 그 부부가 끔찍한 죽음을 맞기 전에 공포를 느끼기를 원했던 것이다.

    누가 이 잔혹한 살인을 저질렀을까? 도대체 왜? (88쪽)

 

 

    호크가 말했다.

    “활활 타오르는 불이 최고라니까.”

    피지가 말했다.

    “속이 다 시원하지.” (282쪽)

 

 

    “이 아이들은 과시하기 좋아하는 똑똑한 녀석들이죠. Quidquid latine dictum sit, altum videtur.”

    “무슨 뜻이에요?”

    나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나만 빼고 다 라틴어를 아는 거야?

    조는 내게 씩 웃어 보였다.

    “‘라틴어로 쓰면 다 심오해 보인다.’라는 뜻이에요.” (315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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