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58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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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는 관모예 선생님께

 

 

    선생님,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소설 『개구리』는 매우 잘 받아 보았습니다. 받는 즉시 자리에서 다 읽어 버릴 정도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선생님께서 인물을 만들기 위해 심어놓은 장치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설이라면 기본적으로 보여야할 힘있는 인물이 소설의 서사, 공간과 함께 잘 어우러졌다고 봅니다. 그래서 더욱 단단하고 촘촘한 모습의 소설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안에서 우뚝 솟은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국가와 역사, 인류와 인간의 삶에 대한 보편적인 주제를 다각적으로 그려냈단 점에서 무척이나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인물이라 할지라도 나약한 개인의 힘으로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던 것이겠죠. 그래서 소설 속의 인물, 고모도 노년기에 들어 인성이 유연하게 변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나약한 모습으로, 혹은 처참한 모습으로.

 

 

    선생님의 나라에서 있었던 산아제한정책, 즉 ‘계획생육’에 대한 이야기는 국제뉴스를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에겐 전부였습니다. 선생님께 이런 이야기를 꺼내도 괜찮을까 모르겠습니다만 아는 것이 하나 없는 소인이 별 소리를 다 하는구나 여기시어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제 생각을 조심스레 꺼내어 보자면, 선생님의 나라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드러난 미개한 국민성에 저는 치를 떨어야만 했습니다. 요즘에도 간혹 끔찍하고 해괴한 소식을 전해 듣곤 합니다. 같은 하늘 아래에 살고, 같은 땅 위에 발을 디디고 사는 인간으로서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물론 남 말 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마땅히 갖고 있어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 무자비한 무지로 인해 짓밟히고 더렵혀지는 느낌이 저는 너무나 싫습니다.

 

 

    왜 그런 것입니까. 물론 개인에게 잘못은 없습니다. 잘못은 국가에게 있고, 국가의 계획에 있고, 그래서 만들어진 역사에 있을 테니까요. 선생님의 소설을 읽고 나서 그 누가 고모를 향해 돌을 던지겠습니까. 사실은 소설을 읽던 저는 돌 하나를 집어 들긴 했습니다. 인간의 기본 권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인간이라면 당연하다 여길 기본을 갖추지 않은 인물들, 소설 속의 그런 인물을 향해 던지기 위한 돌 하나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돌멩이를 손안에 꽉 움켜쥐고 잠시 머뭇거리고 스스로를 돌아봤습니다. 그러자 그것을 그들에게 던질 힘이 차마 생겨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던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불편한 감정을 끌어안고 펑펑 울 어야만 했습니다.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만듭니다. 곪을 대로 곪아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더 이상 손 쓸 방법이 없어서 방치된 상처. 선생님의 지독한 소설은 어린 커더우의 순한 시선을 통해 한 번 걸러진 상태라 조금은 유쾌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픽션이지만 픽션이라 할 수 없고, 논픽션이지만 논픽션이라 할 수 없는 이야기. 서신체라는 독특한 형태로 허구와 사실을 순화시켜 섞어 놓아, 아닌 척하며 태연한 표정으로 비극을 말하는 희극. 하지만 소설에서 역한 냄새가 올라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의 소설은 너무나 지독한 상처를 품고 있습니다.

 

 

    평생 만 명의 생명을 받았던 산부인과 의사 고모. 그리고 그 손으로 만 명 이상의 아기를 죽여야만 했던 보건당원 고모. 국가의 원칙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개인의 인권은 얼마나 나약하며 하찮은 것일까요. 언제나 당당한 모습이었던 고모 역시 역사의 피해자였단 생각을 합니다. 고모의 양 손에 검붉게 얼룩진 아기들의 피는, 고모가 흘린 아픔의 눈물이고 평생 지녀야 할 고통의 상처이기도 할 것입니다.

 

 

    선생님의 소설을 읽으며 저는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화풀이할 대상을 찾지 못해 더욱 화가 났습니다. 그러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당장이라도 어딘가를 향해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사회 문제를 들쑤시고, 국가의 반성을 요구하고, 역사에 일침을 가하여, 더욱 역한 냄새가 올라오도록 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한 사람의 문인으로써, 혼란한 시대의 흐름 속에 그래도 살아남아야 할 우리들의 이야기, 가야할 길을 나아했던 인류의 모습을 그리려 했습니다. 그런 선생님의 글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끝으로 ‘개구리’라는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선생님, 도대체 개구리라는 단어는 어떤 생각으로 떠오른 단어입니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중의적 표현을 갖고 있는 단어란 말입니까. 소설을 읽을 이후로 개구리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굉장히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올라옵니다. 개골개골. 상처 입은 아기 정령들이 호소하는 소리. 개골개골. 굴욕에 대한 원한의 소리. 개골개골. 원천적인 고통을 향한 절규의 소리. 개골개골. 올챙이의 움직임처럼 강한 생명력의 소리. 그동안 이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한 제 자신의 부주의함이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전하고 싶은 소식이 굉장히 많이 있었지만, 제 능력이 부족하여 이 정도의 이야기를 전한 것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관모예 선생님, 아무쪼록 건강 잘 살피셔서 개구리처럼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짜 그랬겠지? 하지만 설사 1만 량을 받았다 해도 별 가치가 없어. 샹췬, 넌 절대 그런 걸 부러워하면 안 돼. 돈이니 미인이니 하는 건 그저 스쳐가는 연기 같은 거야. 우리에게 소중한 건 조국과 명예, 갖고 같은 거야.

    조카가 말했습니다. 셋째 삼촌 정말 재미있으시네요.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그런 말을 하세요? (84쪽)

 

 

    선생님이 이렇듯 죄책감을 갖고 계신 건 가슴 아픈 일이지만 또한 이러한 정신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요즘 세상 사람들에게 많이 부족한 부분이니까요. 누구나 생각의 틀을 깨야 역사를 되짚고 자아를 반성할 수 있다면 인류는 수없이 많은 어리석은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138쪽)

 

 

    참으로 얼토당토않은 일 같지만 위대한 이치 앞에서 이런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습니다. 위대한 이치란 무엇이냐? 계획생육, 인구 통제가 바로 위대한 이치입니다. 악당 역할을 하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언제나 악당 역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지요. 죽어 지옥에나 가라고 저를 욕하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공산당은 이런 걸 믿지 않습니다. 철저한 유물론자들은 두려움이 없습니다. 설사 정말 지옥이 있다 해도 난 두렵지 않습니다.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가겠습니까! 철사 줄 풀어 샤오상춘 대문에 걸어요! (222쪽)

 

 

    하지만 그건 역사였어요. 역사는 결과를 중시할 뿐, 수단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잖아요. 마치 사람들이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은 위대한 건축물을 볼 때 건축 이면에 자리한 수많은 백골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요. (243쪽)

 

 

    난 젊은 시절 사랑을 통해 세상 이치에 통달한 사람이야. 명예나 이익 같은 건 나에겐 뜬구름 같은 거야.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너희들에게 기적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야. 꿈과 예술 창작은 불가분의 관계이고 실연이란 어마어마한 재산이며, 특히 예술 창작을 하는 사람은 실연의 고통을 통해 자신을 담금질하지 않으면 예술 창작의 최고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는 걸 알려 주고 싶어서야. (336쪽)

 

 

    모든 아이는 저마다 유일한 존재이며 다른 무엇으로 대체될 수 없습니다. 손에 묻힌 피를 영원히 씻을 수 없는 걸까요? 죄의식에 얽매인 영혼을 벗어던질 방법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선생님,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444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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