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화 속 역사 읽기
플라비우 페브라로.부르크하르트 슈베제 지음, 안혜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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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도 모르고 역사도 모르고, 아는 것이 하나 없지만, 그림이 많이 들어간 책을 보는 일은 항상 즐겁습니다. 공감할 수 있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감정이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 가슴에 새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문득 그림과 전혀 관계없는 다른 생각을 해가며 내 안에서 작은 창작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예술을 통한 간접적인 학습이라고 해야 할까요. 활자로 배울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메시지가 전달되기도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상식을 뛰어넘는 사고를 하기도 합니다.

 


 

    『세계 명화 속 역사 읽기』에 담긴 그림은 모두 유명한 예술작품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역사적인 의미, 내용, 줄거리를 가진 작품을 담아 놓았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표정, 입고 있는 옷, 들고 있는 물건, 그들이 서있는 땅과 올려다 본 하늘, 모든 것에 역사적 의미를 품습니다. 예술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 당시 작가의 상황, 역사적 사실도 공부할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합니다. 그런데 사실 의미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림을 보더라도 재미를 느끼긴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신의 능력껏, 있는 그대로의 작품을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 중에서 특히 18세기를 거치면서 미묘하게 변한 예술의 탄생 배경이 재미있습니다. 역사 속 예술은 권력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발전합니다. 후원자가 있어야 계속해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예술가들은 어쩔 수 없이 권력자들의 요구와 기호에 맞는 예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전쟁에서 승리한 업적, 지도자에 대한 찬미, 하늘의 뜻이라는 정당성 등을 담고 있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선전하기 위한 형태의 예술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예술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전쟁에 대한 경고, 질병과 가난에 대한 인류애 호소, 잔혹하고 폭력적인 체제에 대한 고발 등의 주제를 담습니다. 요즘의 우리는 예술이란 단어를 당연한 진보로 여길 테지만, 예술에 대한 이런 주제의식이 생겨난 것도 최근의 경향이란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1900년 산업화와 전체주의를 찬양하던 옴베르토 보초니의 작품들, 1800년 프랑스의 공식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들이 갖는 의미와 그것을 해석한 모습들이 재미있었습니다. 당연히 불합리하다며 비판할 사상들에 대해 작가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단 점이 신기합니다. 또한 동시대의 같은 역사적 사실을 두고서 해석을 달리한 작품을 한 데 모아 비교해 볼 수 있단 점이 매우 좋았습니다.

 


    역사와 관련된 책을 볼 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세계의 역사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고, 과거의 실수나 영광은 주체만 조금씩 달라질 뿐 내용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채 그대로 재현된다는 느낌입니다. 비록 현재의 상황이 과거의 일과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을 수 있으나 지구촌 어딘가에는 다른 역사의 시간이 동시간대에 흐르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미래나 과거의 구분 없이 인간이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어떠한 사상이 예술작품에, 특히 대단한 예술작품에 실려 있는 듯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설명하기 힘든 사상과 가치, 복잡한 의미를 지닌 사고를 전세계 사람들이 함께 느끼며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나 봅니다. 문화와 언어를 초월한 예술의 힘은 바로 이런 거라고 봅니다.



    『세계 명화 속 역사 읽기』에 담긴 예술작품들 중에서 특히 우리가 더욱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작품 두 편이 생각납니다. 첫 번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전쟁의 폭력성에 대한 고발,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전쟁의 잔혹함을 다룬 파블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대학살>이고, 두 번째 작품은 그 당시나 지금이나 어찌 보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빈곤과 실업, 허탈감과 좌절에 대해 말하는, 아이작 소여의 <직업소개소>라는 작품입니다.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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