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 김수영이 만난 25개국 365개의 꿈
김수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솔직히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조금은 겁납니다. 하나의 꿈을 이야기하면 그 꿈 안에 영원히 갇혀버릴 것 같기 때문입니다. 꿈을 말함과 동시에 무언가가 굳어져 결정되고 그걸로 마무리 지어져 나중에 고칠 수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굉장히 많은 꿈을 소소하게 갖고 있다고 얼렁뚱땅 말하고 마는 편입니다.

 


    그러나 부끄럽지만 여기서 그중 하나를 이야기해보자면,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욕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어떤 면으론 욕심이 많다고 볼 수 있어서, 이 부자라는 말이 어느 정도의 부자를 말하는 것인지 저도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될 수 있는 한 많이 벌어들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어서 어딘가 도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많이 벌지 못하면 많이 베풀 수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자신의 처지 안에서 능력껏 베푼다는 생각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이 벌면 더 많이 베풀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꿈 중의 하나는 부자가 되는 것이라고 얼렁뚱땅 말합니다.

 


    김수영의 에세이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를 열었을 때, 우선 저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을 읽고 작은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퀴즈 프로그램 1위, 굉장한 오디션에 합격, 거대 프로젝트에 쓰일 자금을 마련, 영국의 대단한 회사에서 근무, 연800만 달러의 매출, 멘토, 롤모델 등의 단어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무서운 판매자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어찌되었든 간에 저자가 꿈을 판매한다면 그 꿈을 한번 사서 사용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이야기를 잠깐 들어 본다고 해서 나빠질 건 없기 때문입니다. 이루어지거나 혹은 이루어지지 않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그저 헛된 꿈을 판매하는 내용의 위압적인 글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다행이라 여기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꿈 꾸기도 전에 겁부터 먹게 하다니.

 


    이 책은, 저자 자신이 리스트로 작성해둔 꿈을 이루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닌 이야기, 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났던 세계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들려준 꿈 이야기를 합니다. 유럽을 거쳐 중동, 인도, 동남아, 중국, 일본까지. 세계 사람들이 들려준 꿈은 거창한 것도 있고 소박한 것도 있습니다. 가끔은 대단히 기발한 꿈일 때도 있고 때론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꿈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묘하게 사람을 흐뭇하게 합니다. 가슴 따뜻해지게 하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그러다 그 소리가 점점 커지고 어느 순간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합니다. 그래서 책 속의 사람들을 따라서 흰 종이에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았습니다. 현재의 모습도 돌아보고, 그래서 해야 할 일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꿈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무언가 대상을 알 수 없는 동경을 만들면서 동시에 자신을 향한 믿음과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한편, 인생이 너무나도 굴곡져 할 이야기가 많은 세계인들의 꿈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문득 아무런 사연이 없고 평범한 인생을 사는 사람의 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했습니다. 세상에는 너무나도 평범해서 쉽게 꿈을 갖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타의에 의해서라도 차라리 어떤 사연과 함께 극심한 고통과 좌절을 경험하게 한다면, 그들은 바닥을 치고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소박한 꿈이라도 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은 취업 면접 때 당신이 경험한 가장 큰 위기는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그다지 큰 위기가 없었지만 굳이 물어보니 면접을 통과하고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은 위기를 지어내 말할 수밖에 없는, 바로 지금의 순간이 가장 큰 위기라는 대답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끝으로, 최근에 제가 얻은 꿈 이야기를 하나 더 하겠습니다. 그것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제 자신이 봐도 조금 우스운 이야기지만, 네이버 파워블로거가 되는 것입니다. 기왕에 하는 것, 무언가 세상에 영향을 주었다는 표시가 될 만한 징표를 얻고 싶습니다. 그건 두 손으로 땅짚고 물구나무섰다고 해서 지구를 번쩍 들어 올렸다고 여길 착각이여도 좋습니다. 아주 조금의 효과라 할지라도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합니다. 아아, 얼마 남지 않은 꿈.

 


    그래서 이 책은 다시 묻습니다. “그렇다면 십년 뒤에는 그 꿈이 이루어져 있을까요?”

 


    과연……, 2022년에도?

 

 

 


 



    위대한 사람들만이 롤모델, 멘토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때로는 누군가의 평범한 삶이 다른 누군가에겐 큰 영감이, 희망이, 위안이 되는 걸 보면 말이다. (73쪽)

 


    한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데 자신의 의지와 주변의 상황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까? 계속되는 비극 앞에서 인간이 자신의 자유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물론 자유롭고 편안한 환경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 확률이 더 높이진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가지고도 방황하거나 자신을 파괴시키는 사람도 있고, 처참하리만큼 힘든 환경에서 가능성을 꽃피우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삶의 비극을 한탄하고 좌절해 있기보다는 좀 더 나은 인생을 위해 긍정적으로 자신을 믿고 노력하면 안 될 일도 없지 않을까? (132쪽)

 


    꿈이란 담대한 것이고, 담대함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 까닭이다. 그렇기에 그 설렘을 제일 먼저 불안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슬프게도 가장 가까운 사람인지도 모른다. (359쪽)


 

    사실 인생의 바닥을 한번 쳐보면 실패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 주가 지주처럼 다시 상승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바닥도 여러 번 쳐봐야 스프링처럼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것 아닐까? (382쪽)

 


    꿈은 인생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지 속도는 아니거든요. 혹시 1년 동안 그걸 다 이루지 못했더라도 속상해할 것도, 부끄러워할 것도 없어요. 또한 꿈이 바뀐 경우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바를 알고 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사실 자체인 것 같아요. 그런 삶이 가장 가치 있는 인생의 모습 아닐까요. (422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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