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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결혼의 과학 - 지금까지 당신이 몰랐던 사랑의 진짜 얼굴
타라 파커포프 지음, 홍지수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0퍼센트 더 성관계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1만 1250명이 성관계 도중 목숨을 잃는다고 합니다. 인구의 극소수가 대부분의 부를 축적하듯이 성관계도 마찬가지로 성인 인구의 15퍼센트가 전체 성관계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배우자가 외도했을 확률은 결혼 후 일 년마다 1퍼센트씩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 30번째 결혼기념일에는 약 30퍼센트의 확률로 배우자가 외도했을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합니다. 네, 그렇다고 합니다.
타라 파커포프의 『연애와 결혼의 과학』은 생필품처럼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우리 결혼은 왜 이럴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단순히 '사랑이 식어서'라는 말로 낭만적으로 표현하기엔 다들 너무나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따로 힘들어 하고 아파하는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통계학, 심리과학, 유전생물학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조금 더 또렷하게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갖고서 말입니다.
결혼생활과 관련된 어떤 감정과 심리의 이유를 말할 때, 이 책은 대뜸 '뇌 구조의 차이' 챕터로 넘어 가버립니다. 정절할 확률과 외도할 확률에 대해서도 호르몬 작용에 대한 설명과 유전자 구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며 그에 따른 실험결과를 수치로 보여줍니다. 이 얼마나 발칙한 생각이며 괴상한 접근법입니까. 우리가 아는 사랑은, 그러니까 무언가 몰캉몰캉하면서 토닥토닥하고 쿵쿵팡팡하면서 칫칫뿡뿡한 것일 텐데 말입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과학적으로 분석해가며 연애와 결혼을 이야기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이런 과학적 접근은 꼭 필요합니다. 다 덮어놓고 우린 아닐거야 우린 잘 될거야, 라는 안일한 생각과 알려고 하지 않은 무관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실수를 저지르고, 또 그런 실수 때문에 서로 상처받고 아파했기 때문입니다. 연애와 결혼은 꿈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공부하고 준비해서 이해한 사람만이 아무래도 더 좋은 성적을 받고서 무사히 현실을 졸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 1퍼센트의 확률이라도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데 뭐든 못하겠습니까. 무려 건강한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데 뭐든 못하겠습니까. 침대만이 과학인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연애와 결혼의 과학』은 각 소주제마다 작은 애정 테스트를 보입니다. 그리고 이 테스트들이 꽤 재미있습니다. 마치 남녀간의 차이점을 말하려는 심리 테스트나 심심풀이 혈액형별 유형 분석같아 보여서 괜히 책에서 설명하는 그대로 체크하고 풀이하며 맞다고 키득키득 웃곤 했습니다. 평소 왕성한 호기심과 투철한 실험정신을 갖춘 저에게 이런 식의 발칙한 내용을 담은 책은 흥미진진함 그자체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책에서 말하는 그것이 사실인가 직접 실험해보고 확인해보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정말로 사고친 후에 '사고친 후에'라는 영화를, 반반씩 과실을 나누어 가질 그 사람과 함께 보자고 다짐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 왔습니다.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결혼식 첫 키스 사이의 어느 시점에서 많은 부부들은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서로의 곁에 있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이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깨닫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상대방을 남편으로 혹은 아내로 맞이하겠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하는 순간부터 결혼한다는 행위는 우리의 건강과 안녕에 깊은 영향을 준다. (113쪽)
부부간에 의견 차이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문제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가 하는 것이다. (140쪽)
결혼을 지속할 힘을 얻으려면 서로의 차이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그런 차이점들을 신속하게 해결하든,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든, 최소화하든 말이다. 때로 화를 내는 것은 부부 관계를 파괴하기보다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부부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169쪽)
속전속결 성관계는 분명 과학적 용어는 아니지만 인간의 신체에 대한 과학적 이해에 바탕을 둔 표현이다. 피셔 박사에 따르면 성관계가 몇 시간 지속되든 몇 분 안에 끝나든 상관없이 성행위를 할 때 기분을 좋게 해 주는 화학물질이 분비된다고 한다. 그녀는 성관계를 운동처럼 생각하라고 말한다. 할 필요가 없을 때도 해라. 몸에 좋으니까. (201쪽)
당신은 자기 집을 치우면서 그게 어째서 아내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나요? (223쪽)
저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결혼이란 근본적으로 경제적 관계이다. 사랑과 낭만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돈 문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부부 관계는 없다. 어디서 살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어떤 직업을 갖고 얼마나 일을 하고 아이를 낳을 것인지 낳으면 언제 낳아서 어떻게 키울 것인지 심지어는 부부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이혼할 것인지 등 결혼 생활에서 결정해야 하는 모든 일들은 궁극적으로 관계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금전적 문제이다. (244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