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롱의 혼자놀기'는 제가 만든 공간이지만,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제가 포스팅한 본문의 글보다 그 아래에 여러분들이 남겨놓은 덧글의 내용이 더 유익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제가 이곳에 꾸준히 글을 남겨놓는 이유는 여러분의 덧글을 끌어내기 위함이 더 큽니다. 이 곳에 방문하고, 제 글을 읽어주고, 또 덧글을 남겨주는 여러분은 제게 있어 사이좋고 친한 블로그 이웃임과 동시에 고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여러분들의 마음 즉, 고객의 마음이 움직이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 고객을 향한 매니지먼트, 즉 경영, 혹은 관리를 한번 실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크롱의 혼자놀기' 블로그에 새 글 알림이 떴을 때 자연스레 일정 부분의 쫄깃한 기대감이 생겨났으면 했습니다. 할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은 바쁜 시대에 어렵사리 한 번의 클릭을 통해 이곳으로 유입된 만큼, 기대한 만큼의 상콤한 만족을 느끼고 덧글을 남겨놓지 않고선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하기 위한 글쓰기를 추구했습니다. 내용뿐만 아니라 분량에 있어서도 고민했고, 모바일 유저에 대한 편의도 생각했습니다. 책 이야기를 하는 블로그인 만큼 글에 대하여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글씨체와 배경색, 글자색, 글간격을 선택하고 적용했습니다. 배경음악 선택에 있어서도 개인취향을 소극적으로 표현해냄과 동시에 글을 읽을 때 방해요소가 되지 않도록 여러가지를 함께 고려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지금의 상태가 가장 최적화되어 사용자 편의를 이룬 최선의 '크롱의 혼자놀기'에 이른 것은 아닙니다. 아직 발전의 여지가 있으며 제가 미쳐 생각치도 못했던 불편함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계속해서 그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생각합니다. 사실 '크롱의 혼자놀기'는 처음 의도했던 제목과 달리 혼자가 아닌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닫힌 장소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열린 장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와서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던 저의 욕심 때문에 개인적으로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고객을 향해 열어두고 고객에게서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으려 했으며 그래서 찾아낸 작은 것들을 하나씩 따라가보고 있습니다.
이와사키 나쓰미의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은 이런 식의 매니지먼트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제목처럼 정말로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매니저의 역할과 매니지먼트의 정의가 무언지 알아내기 위해 피터드러커의 책을 구입해서 읽었고, 그 책의 내용을 따라서 고교야구에 그대로 적용시켜서 오합지졸인 야구부를 조련한 결과 처음 세웠던 목표를 달성하고야 만다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책 표지를 보면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며 짧은 교복치마의 예쁜 여학생 매니저를 내세워 굉장히 러블리한 연애소설이 될 법도 싶고, 또 청소년기의 아픔을 치유하거나 스포츠를 통한 감동을 그려낸 성장소설같아 보이기도 하며, 소설의 등장인물을 일본의 아이돌 그룹 'AKB48'에서 따왔다는 광고문구로 가슴설레이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그러한 것들을 기대하고 읽어보면 이 소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을지 모릅니다. 이 소설은 경영을 이야기하는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 미나미는 야구부를 하나의 조직으로 생각하고, 조직에 대한, 조직에 의한, 조직을 위한, 경영을 펼칩니다. 고객들에게 감동을 판매하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마케팅 면담을 통해서 조직을 파악한 후 판단하고 결정해서 적용합니다. 갑자기 제가 사용하는 용어들이 어렵고 딱딱하게 변하듯 소설에선 피터드러커의 책을 직접 인용하면서 경영에 관한 제법 어려운 이야기를 합니다. 단, 야구라는 스포츠와 야구선수라는 인물들을 내세워 조금 쉽게 풀어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의 줄거리가 하나의 예시가 되어,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경영지식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설이 갖는 이러한 의도와 구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발상은 시도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을 가벼운 마음으로 꼭 한번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한편, 소설을 읽다보니 2008년부터 롯데 자이언츠 감독으로 부임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생각납니다. '노 피어'를 강조하던 야구, 홍성흔과 정수근을 데려와 파이팅을 내세우던 야구가 떠오릅니다. 888-8577을 찍던 암흑시절의 롯데야구에 필요했던 이노베이션은, 말이 통하지 않고 연줄이 없어 외압이 전혀 들어올 수 없는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보통 망한 조직은 안에서부터 썩어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자이언츠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포스트시즌 진출이었고 그 목표에 맞는 야구를 잘 조직해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지는 경기에 익숙했던 롯데 자이언츠를 경영하기 위해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피터드러커를 읽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제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에 대한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어떴습니까? 고객님, 만족하십니까? 저는 정말로 고객님을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의 이러한 노력에 만족하셨다면, 자! 이제! 이 글에 덧글을 남겨주십사리와용. 뿌잉뿌잉. 감사합니다.
난 그걸 모르겠어. 그래서 내내 고민했지. 이 책에는 말이야. '기업의 목적과 사명을 정의할 때, 출발점은 단 하나뿐이다. 바로 고객이다. 사업은 고객에 의해 정의된다'고 적혀 있는데, 이건 고객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야구부가 무엇이고 무얼 해야 하는지가 결정된다는 소리잖아? 거기까지는 나도 알겠어. 그런데 야구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객'이 누구인지는 도무지 모르겠어. (49쪽)
"포, 포볼을 내주고 싶어 하는 투수는, 이, 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다!" (115쪽)
미나미는 자기가 담장하는 분야 이외에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다른 멤버가 담당하는 일에 관해서는 최종 결정권을 그들이 행사하도록 했다. 최종 결정권을 분담하면 미나미가 해야 할 일이 줄어들어, 그 덕분에 자신이 담당하는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책임을 분담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일석이조의 효과였다. (174쪽)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미나미는 문득 '이 팀은 고시엔에 출전할 수 있을 거야'라는 예감을 느꼈다. 그건 느닷없이 다가온 느낌이었다. 미나미는 지금까지 야구부가 고시엔 대회에 나가게 되기를 간절하게 원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거라는 예감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진짜 출전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때는 왠지 고시엔에 출전하게 될 거라는 예감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193쪽)
"어떤 야구를 보고 싶으신데요?"
(…)
"우리는 여러분이 어떤 야구를 보고 싶은 건지 알고 싶어요. 왜냐하면 여러분이 보고 싶어 하는 야구를 하고 싶기 때문이죠. 우리는 고객으로부터 출발하고 싶습니다. 고객이 가치를 인정하고, 필요로 하며, 추구하는 것으로부터 야구를 시작하고 싶은 겁니다." (258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