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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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저는 항상 책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이런 것일까요. 저는 지금 모니터 앞에서 최근에 읽었던 한 권의 책 이야기를 하려고 키보드를 투닥거리며 앉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결정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매번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계속해서 그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무언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글을 써내려가다가 이도저도 아닌 책 이이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이건 고질병같은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그 고민은, 사람들에게 책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위치에서 책을 평가한 글을 쓸 것인가(사실 평가할 입장은 아니지만), 아니면 책을 보며 느꼈던 개인적인 감상과 생각을 기록하는 글을 쓸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선택의 고민입니다. 둘 다 적절하게 잘 섞어서 아저씨 여기 짬짜면 한 그릇이요, 라고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그렇게 손쉽게 단발의 주문으로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저로선 매번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도 그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고민만하다가 결국 이 글이 끝날 것이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책을 읽는 사람입니다. 이 말을 남들에게 한다는 게 무척 쑥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스스로가 할 수 있다고 자신에게 약간의 허용을 허락한 지 대략 10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래서 딱 그정도의 시간만큼은 책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는 지 몸소 체험해서 얻어 축적한 경험이란 것이 생겼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그동안 책읽기를 통해 얻은 경험이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과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비교해가며 이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과연 이 책은 흔한 책읽기 찬양을 드러내며 자기계발의 글에 그치고 말 것인가. 아니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우리들이 가졌을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며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글인가. 이런 부분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제가 여기에서 무슨 평을 한단 말입니까.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삶을 바꾸는 책 읽기』를 읽는 것 자체로로 우리는 삶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는 아마도 우리들이 평소에 책을 읽으며 품었을 법한 궁금증을 미리 예상하는 질문부터 하고 있습니다. 일단 책에서 이야기한 그 질문들부터 나열해보겠습니다. 바쁜데 언제 책 읽어요?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죠?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책이 정말 위로가 되나요? 책 읽은 게 쓸모가 있나요? 책의 진짜 쓸모는 뭐죠? 책을 오래 기억하는 방법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저자는 평소에 자주 받았던 이런 질문들에 대해 상냥하게 대답해줍니다. 그동안 읽었던 수많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하며 말이죠. 그런데 단지 밑줄을 그어놓고 이래서 이런 것이고 저래서 저런 것이라며 논리를 내세워서 우리를 설득하려는 내용의 글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점이 저는 매우 좋았습니다. 고리타분한 책 이야기를 하는 흔한 책이 아니었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묘한 끌림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러난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한 따뜻한 속삭임이었다고나 할까요. 비록 세상이 이 책을 매우 대단하다고 인정할지 고전처럼 큰 울림을 준 책이라며 치켜세울지 어떨지 그것은 모를지언정 나는 이 책을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들게끔 한 귀엽고 예쁜 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사랑한다는 말은, 그러니까 보통의 사람이 맨정신으로 흔히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결국 저자는 우리들에게 책읽는 사람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책 때문에 생겨난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는 데 성공합니다. 그 답이 최고의 답이 아닐 지 몰라도 적어도 책을 읽는 사람들만큼은 공감한다고 인정할 수 있는 답이란 생각을 합니다. 제가 여기에서 앞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따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책 읽기에 대한 모든 해답은 결국 자기 자신 안에 있는 것이요, 하는 식의 애매한 말장난을 치면 않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마지막까지 밝히지 않고 숨겨둔 비밀질문의 존재이유를 생각해보니 이 책의 비밀스러움이 제 글로 인해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은 듯해 보이기도 해서 일단은 그것이 무엇인지 여러분께 궁금증만 생기도록 만들어놓고 이렇게 허무하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야할 지 고민만하다가 역시나 이렇게 제 글이 끝나버리는군요. 저는 왜 항상 책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이런 식일까요.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그것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골라서 읽는 것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스스로 '굳이' 해 보는 경험입니다. 바로 자기 자신을 키워 보는 경험입니다. 나를 키우는 시간은 내가 한 인간으로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느낄 만한 시간입니다. (45쪽)



    책을 읽는 능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데 꼭 필요한 능력들이 있긴합니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 자신을 채웠던 반복과 습관의 타율성을 비우고 새로운 리듬과 질서를 받아들이는 능력 같은 겁니다. (…) 진정한 독해력이란 문자를 정확히 읽어 내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읽건 거기에서 삶을 바라보는 능력입니다. (57쪽)



    저는 책에서 본 낙관적 비관주의자의 모습을 그에게서 봅니다. 그는 불안하기 때문에, 깊게 절망했기 때문에 변화를 향한 의지를 불태웁니다. (82쪽)



    진정한 위로는 진정한 희망이 그러하듯, 상황을 좋게 보는 데서 생기는 게 아니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는 데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101쪽)



    우리는 꼭 문학 평론가나 학자가 되려고 읽고 쓰는 것이 아닙니다. 사는 데 도움을 받고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서 읽고 쓰는 겁니다. 서평은 아마추어의 예술입니다. 서평은 자기 생각을 써보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혼란스러워 보여도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으면 됩니다. 서평은 자기 자신입니다. 나의 서평이 누군가의 마음과 통한다면 너무나 좋습니다. 나와 그 누군가는 친구가 된 셈이니까요. (167쪽)



    그리고 저도 모르게 저만의 기도 형식을 발견하게 된 듯합니다. "제가 읽었던 책들도, 그리고 제가 만났던 좋은 사람들의 영혼도 이렇게 제 혈관 어딘가에 흐르게 해 주십시오. 그것들을 지금 당장은 제가 불러내지 못한다고 해도 때가 되면 그것들이 '네, 저 여기 있어요.' 하고 나오게 해 주십시오. 절 혼자 가게 버려두지 마세요." 그래요. 제 기도는 절 혼자가게 버려두지 마세요, 였던 겁니다. (218쪽)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질문에서 시작되어 질문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뒤의 질문은 앞의 질문과 다릅니다. (239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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