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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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반려 동물과 함께했던 시절이 거의 없습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살며시 집에 이야기를 꺼내 보았던 적이 있지만, 다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큰 호응을 보내주질 않아서 집으로 동물을 대려오는 것에 매번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주로 반려 동물과 함께사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전해듣는 이야기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집에서 금붕어를 키웠던 기억이 납니다. 어항을 씻어주었고, 물을 갈아주었던 기억이 나긴 하는데, 너무 오래 전 일이라 남아있는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금붕어들이 우리집을 어떻게 떠났는지 그것도 잘 기억나질 않습니다. 한날은 아버지께서 가게 앞에 자주 나타났던 새끼 강아지 한마리를 집에 데리고 오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도 무척 오래전의 일이라, 너무 더러워서 씻기고 말리는데만 반나절이 걸렸더라는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두 눈이 축 늘어져 참 순하게 생긴 녀석이었는데 우리 가족과 함께 생활할 운명은 아니었던 겐지, 결국 그 녀석을 시골 외할머니댁으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저 역시 반려 동물과 함께 생활할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 있습니다. 그래서 반려 동물의 '반'자도 모른채 '그 언젠가는'이라고 생각만 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 마리의 터키쉬앙고라 고양이와 한 마리의 푸들 강아지를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은 저의 존재를 모릅니다. 아주 가끔 제가 그들의 소식을 간접적으로 전해듣는 정도의 관계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아무런 관계도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 들려오는 그 소식이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라고 해야할까요. 아무튼 마음 한 쪽에선 그 녀석들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고, 괜한 관심이 생겨나 요즘은 녀석들의 하루가 어떠했을까 궁금해지기까지 합니다.



    반려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던 제가, 솔직한 말로 그들의 이야기에서 무엇하나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싶었습니다만, 일단은 그런 생각들을 접어두고서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를 열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로 깜짝 놀라서 오싹하기까지 했습니다. 가끔 전해들었던 고양이와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대로 들어 있어서, 혹시 정솔이라는 이 작가가 키우는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가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유일한 두 녀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반려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만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습니다.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에서 말하는 것들이 지극히 일반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전해듣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반려 동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반려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들의 생각에 대해 담아놓은 이 책의 몇가지 이야기들이 제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반려 동물에 대한 세상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그런 이야기를 책을 통해 그대로 다시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은 솔직히 굉장한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이 정도까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는 것은, 실제로 반려 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기에 놀라웠습니다.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을 덮고 나니, 괜히 가슴이 뭉클해지고 세상의 따뜻함이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은 동네의 길고양이들에게 말을 걸어봐야겠습니다. 왠 놈이 길에서 혼잣말을 하고 있어 보일테니 아마도 미친 놈으로 비춰질 것입습니다. 동네 이웃주민들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 것이고, 동네 길고양이 녀석들의 눈에도 제가 그렇게 보일 것입니다. 그래도 녀석들과 대화를 시도해봐야 겠습니다. 아아, 세상이 갑자기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참으로 훈훈한 세상입니다.






    <고마워, 너를 보내줄게>라는 책이었는데, (…) 글쓴이는 담담하고 평범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 주제는 내가 글쓴이만큼의 담담함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버거웠다. 누구에든 언젠간 닥칠 이별인데도, 반려 동물과 헤어지는 일은 늘 상상만으로도 굉장한 슬픔과 괴로움으로 다가온다. 보내고 싶지 않고, 이대로 함께 오랫동안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반려동물의 수명은 인간보다 짧아서 나보다 먼저 떠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반려 동물과의 이별 앞에선 담담해질 수가 없다. (136쪽)



    반려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배움의 연속이다. (…) 당시를 떠올리면, 어려움이 많았던 처음에 비해 지금은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206쪽)



    하지만 자기만족이다. 세상에서 단 하나 내가 제일 일거라고 믿으면서, 나와 함께 있는게 가장 행복할거라고 믿으면서. 상대만을 생각하지만 한없이 이기적인 마음이다. 나 좋을대로만 생각해도 괜찮을것 같은 그런 마음. 이렇지 않은 사랑, 어디 있겠어요. (221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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