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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인문학 -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진실한 대답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인문학이라는 것은 도대체가 무엇을 하는 학문이란 말인가. 아주 오래 전부터 이런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알법한 사실에 대해 어려운 용어들을 사용해서 더욱 복잡하게 만들려는 학문은 아닐까, 혹은 앎을 더욱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위한 학문은 아닐까. 그러다 인문학은 모두다 거짓말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인문학이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생각들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단단히 굳어있습니다. 그리고 인문학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인문학의 입장에서 저같은 사람을 상대하기란 참으로 곤욕스러울 것입니다. 용감한 바보를 상대해야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지우 님의 『청춘인문학』은 단단하게 굳어있던 제 생각에 금을 냈습니다. 왠만하면 부서지지 않을 제 생각을 부서버렸고, 왠만하면 쉽게 열리지 않을 제 마음을 열었습니다.
『청춘인문학』은 교과서 같은 책입니다. 딱딱한 문체와 함께 어려운 용어들을 쉴새없이 뱉어내고 있습니다. 교과서의 수준을 넘어선 논문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인문학일 뿐이고, 단지 어려운 글일 뿐이라고 여겼던 제 생각들은 1부를 읽은 뒤로 눈 녹듯이 사르르 녹아버렸습니다. 1부에서 말하는 현재 청춘에 대한 분석의 글이 말 그대로 매우 젊은 모양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논문이라는 표현을 했지만, 전혀 고리타분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들이 많아서 혼자서 배시시 웃게 했습니다. 이런 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 자체가 저로서는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청춘인문학』은 청춘을 분석하고, 시대를 분석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작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대안은 정말로 작은 것입니다. 하지만 "청춘이여, 열정을 가지고, 꿈을 가져라."라는 말로 크기만 컸지 허무함만을 안겨줬던 대안을 말하는 보통의 책들과 달라 보였고, 그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청춘이면 당연히 해야한다는 식의 지시와 명령이 없어서 좋았고, 청춘이 당면한 고민에 대해 천천히 조금씩 보여주며 다가와준 모습이 좋았습니다. 특히 어렴풋하게 알 것도 같다라고 여겼던 요즘 시대의 현상과 생각들을 정리된 하나의 글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했던 내용을 요약해서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짓이란 생각이 듭니다. 앞뒤 문맥을 딱 잘라서 이것은 이것이고, 저것은 저것이라고 말하는 것자체가 제가 앞에서 말했던 인문학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의 원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감상은 저 혼자만 간직해야겠습니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여러분께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꽤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봅니다. 아무튼 블로그를 통해 많은 분들과 대화하려는 제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뜬금없는 생각을 해보며, 괜히 행복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인문학은 사람을 위로하는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말로 잘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만약 인문학을 공부하는 분이 계신다면 제게 좀 알려주시겠어요? 인문학이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 그리고 청춘은 무엇을 해야 하는 시절인지.
이 책은 '청춘의 삶'의 압장에서, 바로 '지금 여기' 이 책을 읽고 있는 청춘의 견지에서 쓰였다. 무엇보다도 정확한 눈을 가지고 우리 자신을 알고, 당장 우리가 어떻게 바뀌어나갈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9쪽)
근래의 대부분 대중문화에서는 심각함을 유머러스한 것으로 취급한다. 또 자기 자아에 대한 다소 진지한 고민이나 자의식의 발현은 일종의 '허영' 혹은 '허세' 혹은 '중2병'과 같은 단어로 폄하된다. 이 시대에 진지함은 우리가 잘 알 수 없고, 접근할 필요도 없는 저 '바깥'으로 모두 내몰려 있다. (41쪽)
우리는 외롭고, 쾌락을 원하고, 진정한 연애를 원하지만 결국에는 그 모든 게 '현실'에 의해 허망해지고 붕괴된다. (66쪽)
현대인은 더 이상 자기 삶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불변하는 지혜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자기 삶과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본적인 지도조차 가지고 있질 못하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과거와 현재의 쪼개진 현실들이 모여 만들어낸 모자이크이며, 불확실하고 왜곡된 지도에 불과하다. (93쪽)
우리는 삶에 대해 '비판적 성찰'을 좀처럼 하지 않으며, 대체로 '도구적 이성'의 수준에서 멈춘다. 즉, 목표는 이미 '남들에 의해' 정해져 있고, 우리의 이성, 합리성 생각은 그저 그 목표를 좇아가는 데에만 쓰이는 것이다. (168쪽)
우리는 '단순한 취미'를 가지고 어느 정도 즐길 수는 있지만 그것에 의해 지탱되는 삶을 살기는 힘들다. 그것만가지고 우리의 '억압된 삶'은 충분히 통제되고 관리되지 않으며, 결국에는 다른 출구를 찾게 된다. (188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