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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시대의 중국 - 중국은 과연 세계의 지배자가 될까
사토 마사루 지음, 이혁재 옮김, 권성용 해제 / 청림출판 / 2012년 2월
평점 :
부끄럽지만 저는 시진핑이라는 이름을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 쇼의 퀴즈를 통해 처음 들었습니다. 퀴즈의 문제는 이랬습니다. 2012년 가을에 열릴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후진타오의 뒤를 이어 공산당 총서기에 오를 것으로 유력한 인물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후진타오까지는 아는 이름이었지만, 그 뒤를 이을 인물의 이름은 당연히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 퀴즈의 정답, 시진핑이라는 이름을 듣고 나서도 그 자리에서 바로 잊어버렸습니다.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꽤 시간이 지났고 사토 마사루라는 일본인 기자가 쓴 책『시진핑 시대의 중국』의 제목을 보고, 문득 그때 그 퀴즈의 문제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이제 정말로 중국의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렇게 몰라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이 책의 부제로 '중국은 과연 세계의 지배자가 될까'라는 글귀를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과연 될까'라는 질문과 추측은 이미 늦어 보입니다. 이미 그렇게 되었고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경제 지표의 수치나 그래프에서 이미 중국은 1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제는 세계 경제에 있어서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아직 1등이 아닌 분야에 대한 1위 등극은 시간문제라고 여겨집니다.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이 2020년을 예상하며 목표했던 GDP를 2010년에 이미 넘어서버렸고 미국의 경기침체를 틈타 외환 보유액을 대규모로 늘려 현재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거대한 코끼리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한 때 베이징 특파원으로 있었던 정치부 기자 사토 마사루는 현재 중국의 모습을 몇가지로 나누어『시진핑 시대의 중국』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중국 붕괴론이 거론되며 과거 중국이 안고 있었던 잠재적인 문제들부터 새로운 인물의 시대가 열리면서 떠오를 부가적인 문제들까지. 일본인 기자의 입장이라기 보다 세계인의 입장이 되어 꽤 중립적이고 폭넓은 시야로 중국이 당면한 문제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이 2013년부터 시진핑의 시대가 열린다 하더라도 2022년까지는 후진타오의 영향력 아래의 시대, 즉 포스트 후진타오 시대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책 제목처럼 시진핑이라는 인물에 대한 소개와 정치 입문 과정에 대한 내용을 크게 할애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까운 과거 중국의 모습을 분석하고, 현재의 움직임을 포착해내며, 그런 자료를 바탕으로 포스트 후진타오 시대를 조심스레 예측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중국은 당과 국가가 하나인 독특한 구조의 정치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유일의 특이한 구조이기에 서방 세계의 입장에서 그런 중국의 모습을 전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고, 이런 정치형태와 경제구조에서 야기된 중국의 대응과 변화를 예측하고 대처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그런 특이한 힘을 이용해 신기하게도 '중국 붕괴론'을 '중국 위협론'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진단하고 분석했던 현재 중국이 당면한 문제들은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중국의 시스템에 의해 그들이 결국엔 극복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우리는 이 책에서 보여준 중국이 당면한 문제들을 중국이 모두 극복해낸 가상의 2022년을 예측해야만 할 것입니다. 2022년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이 당 총서기로 재지명받고 세계를 본격적으로 호령하려 할 때, 우리는 중국에 대해 어떤 분석과 예측을 하고 있을 것이며, 그런 자료를 바탕으로 또 10년 뒤 세계 미래의 어떤 모습을 예측하고 있을지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20년 뒤에 있을 일이라고 예측했던 미래가 10년만에 현재가 되어 실현될 정도로 세계는 중국으로 인해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극심한 세계 지각변화를 우리가 예상하고 적응해내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한편으로 정말로 다행이라 여겼던 점은, 이제 이 책을 읽은 저는 최근 중국의 정치와 외교 관련 TV 속 퀴즈를 꽤 많이 맞출 수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