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랜섬 릭스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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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포터 시리즈는, 큰 인기를 얻을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요소들을 갖춘 소설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이유들 중에서도, 아이들의 이야기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무방할 만큼 진지한 동화였다는 점이 가장 주요했던 것 같습니다. 해리포터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소품과 마법의 설명을 공부하면서 봐야하고, 그런 가상 현실의 지식을 공부해나가며 소설을 '배워'나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런 재미가 어른들을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판타지 동화에 빠져들게 하고 있으며,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정교하고 세세한 보조 지식들로 인해 동화가 더 이상 어린이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때로는 어렵기도 하고 진지해지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부수적인 지식들은 영화를 통해 이미지화되면서 더 이해하기 쉬워졌고, 또 해리포터 시리즈는 영화의 파급력에 힘입어 전세계에 엄청난 팬을 보유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해리포터의 성공 공식 중에서 앞에서 이야기한 몇가지 요소들을 랜섬 릭스<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태생적으로 특별한 주인공 어린이, 자식에게 무관심한 부모, 혹은 보호자가 있는 우울한 가정, 현실과 다른 모습을 한 세계를 창조해내기 위한 상상력과 상상력을 구체화시켜주는 특정 용어들의 구체적인 모습들이 무척 닮아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아이들은 루프를 통한 시간여행을 경험하고 악당들을 물리치곤 하는데, 가상 현실을 진지하게 그려낸 많은 용어들이 그럴싸해보여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굉장히 진지한 표정을 하며 읽어내려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중간중간마다 사진을 담고 있어서 판타지 소설이지만 꽤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영화와 비슷한 힘을 내기 위한 영상화 작업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는 사진들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들이 매우 기괴한 모습을 한 빛 바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작된 사진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찌보면 무서워 보이기도 하고 오싹한 기운이 감도는 '이상한' 사진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들은 묘하게도 이야기의 전개를 위한 특정 분위기를 확실하게 잡아주는 대단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 실린 사진들은 소설을 위해 임의적으로 만들어진 사진들이 아니라 실제로 오래 전에 작가가 발견하여 전혀 가공하지 않은 진본 사진들이라고 하니 더욱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어른들을 위한 이상한 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집어든 어른들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아이들의 모험을 통해 평범한 삶에서 벗어나길 꿈꾸었던 판타지를 경험할 것입니다. '왜 악당은 악당일까'와 같은 철학적인 고민없이 단순하게 만들어진 가상의 세상에서 빠른 속도감을 느끼며 한편의 판타지 영화를 본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보기에도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어린이가 보기에도 좋을 정도의 적절한 수위의 공포와 단순한 구조의 세상도 좋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말이 없어도 'to be continued'라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해보인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들도 무척 궁금해집니다.









 

    그 얘기들은 거짓말이라기보다는 과장이라고 했다.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동화라기보다는 괴담에 가까웠다고. (21쪽)



    울음을 멈출 수 없어서 이 세상의 나쁜 일들을 생각했고 나쁜 일들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보니 울음이 점점 더 격해져서 숨도 겨우 쉴 정도가 되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증오심 때문에 소각로에서 불타 죽어야 했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아이들 따윈 어떻게 되든 개의치 않았던 폭격기 조종사가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불에 타고 몸이 갈기갈기 찢겼을 이곳의 아이들을 생각했다. (135쪽)



    이곳에서의 삶이 매일 똑같은 날로 영원히 지속되고 죽음 없는 여름날만 계속되어서 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피터 팬과 친구들처럼 그 시간 속에 밀봉된 것 같았다. (205쪽)



    네 부모님은 널 사랑할지 몰라도 결코 널 이해하지 못해. (320쪽)



    늘 평범한 삶에서 벗어나길 꿈꾸었지만 내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단지 나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이상한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었다. (426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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