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황금지구의
가이도 다케루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땐 유치하지만 나름 진지했던 혼자만의 스릴넘치는 모험을 자주 해보았습니다. '병신 같지만 멋있어'라고 혼자서 스스로를 토닥거리며 했던 그런 바보짓들 말입니다. 꼬마였을 땐 일찍 자야 착한 어린이라는 엄마의 말에 반발하여 혼자서 꼬박 밤을 새워가며 침대에서 놀아보는 모험도 해보고, 어른이 되면 마실 수 있다는 커피도 몰라 타서 마셔보기도 했습니다. 조금 커서는 친구들과 껄렁껄렁한 농담을 해가며 선생님께 반항해보기도 하고, 시험 날에는 칠판 앞에 교묘하게 반 전체를 위한 컨닝 페이퍼를 제작해 보기도 했습니다. 사병의 면세 담배를 착취해가는 간부들을 응징하기 위해 병들 전원이 모두 금연을 결심했다는 허위 문서를 올려보기도 하고, 진정한 종교의 자유가 없어 보이고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가지기 위해 조로아스터교도인 척 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했던 반항적인 모험들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하나같이 소심하고 유치한 모양을 한 혼자만의 추억으로 간진하기에 딱 좋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을 필두로 메디컬 미스터리 작품들로 유명한 가이도 다케루의 비非 메디컬 소설의 시작, <울트라 황금지구의>유치찬란한 코미디 범죄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책 표지에서 부터 느낄 수 있는 유치찬란함의 냄새가 소설 안에서도 그대로 폴폴 풍기고 있습니다. 개콘 복학생 유세윤의 개그와 비슷하다고 해아할까요. '머야 이게', 뭐 이런 느낌이지만 웃기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계속 찾아 보게끔 하는 중독성 있는 그런 개그와 웃음이 있는 소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코미디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매우 괜찮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코믹물과는 조금 다른 색깔의 느낌인데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코미디를 만담이라고 한다면 가이도 다케루의 코미디는 슬랩스틱이 조금 가미된 스탠딩 코미디라고나 할까요. 양쪽 다 비슷한 코믹 소설이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울트라 황금지구의>는 전편의 메디컬 미스터리 시리즈의 배경이 되었던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관료의 비리와 그 때문에 고통받는 소시민의 모습, 그리고 그들이 초조해하며 갈등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등 떠밀려지듯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소시민의 범죄 이야기가 어찌보면 참으로 심각하고 무거운 이야기인데, 이들이 하도 유쾌한 모습을 하며 재미있고 빠르게 이야기를 풀어나가 길래 이 문제점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말고 할 겨를이 없게 합니다. 외과의 출신답게 과학에 대한 수 많은 지식들을 소설 전반부터 정신없이 쏟아내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정 부분부터는 그 지식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할 정도로 황당한 전개로 이어져 '그럴싸한 진지함에 속아버렸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런 것이 병신같지만 멋있는 진지함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이런 식으로 하나의 세상을 묘하게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고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결같이 유치찬란한 이야기로 웃음만을 이야기하고 있진 않습니다. 범죄의 설정, 추리의 난이도, 트릭의 정교함 등등 외적인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이 소설이 그렇게 대단한 소설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아마도 아무런 맛도 정취도 없는 소설이었겠지요. 그런데 유치한 범죄 대회를 한바탕 모두 치루고 난 뒤에 이런 위기와 스릴이 마치 그들이 모험과 장난을 일삼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해주었던 에피소드라며 추억하는 부분들에서는 웃음기가 쫙 빠진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가장 유치했던 인물이 돌연 진지한 모습으로 바뀌어 이제 다시 어른이 될 시간이라는 말을 내뱉자 소설을 보며 키득거리던 제 웃음이 시시덕거림에서 진중한 미소로 바뀌었습니다. 잠깐 동안이지만 청춘으로 돌아가 스릴을 맛보고 모험을 즐기는 계절에 발을 담궜던 것입니다. 비록 책을 통해서 였지만 말이지요.



    그렇다 보니 <울트라 황금지구의>를 통해 앞에서 보여주었던 유치한 모습의 이야기들까지 제게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때 그 시절하며 누구나 품고 있는 어린 시절의 모험과 같음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죠. 남들이 보기에는 유치할지 몰라도 어렸던 자신의 좁은 세상 속에서는 나름 진지한 모습을 하고 땀을 닦아가며 머리를 쥐어짜내서 복수와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나만의 작은 몸부림. 뭐, 너무 거창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혼자서 그렇게 느꼈다면 또 그걸로 된 거란 생각을 합니다. 또한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인물들의 모습과 생뚱맞은 사건의 흐름을 지켜본 독자로써 다같이 한바탕 우여곡절을 겪어 왔던 것 같은 묘한 동질감에 꽤 만족스러운 모험극이었단 생각을 합니다. 전작에 나왔던 시라토리라는 인물도 잠시 등장하는 것 같고, 후속작에 대한 여운도 살짝 남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나올 가이도 다케루의 범죄 코미디 시리즈가 무척 기대됩니다.







    그런 나와 글라스 조는 가끔 어울려 다니면서 사회개혁을 위한 성전聖戰이란 명목 하에 범죄 축에도 못 끼는 자잘한 위법행위를 반복했다. 친구 녀석이 바퀴벌레가 들어 있던 라면 값을 환불 받으려다 실패했다고 하면, 대신 우리가 그 라면가게에서 라면을 먹고 튀어 친구의 기분을 풀어준다. 그런 식으로 사소하나마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르면서 소소한 자기만족에 빠졌다. (140쪽)



    우울하기 짝이 없었다. 그게 사실이라 해도 지적받고 싶지 않은 여름 아침은 누구에게나 있고, 지적질 당하고 싶지 않은 상대도 반드시 존재한다. 그러나 왕왕 그런 지적은 그런 일을 절대 지적받고 싶지 않은 기분 좋은 여름 아침, 절대 지적질 당하고 싶지 않은 상대로부터 받기 마련이다. (180쪽)



    그것이 이런 식으로 깔끔하게 진행된다면 아무런 맛도 정취도 없다. (202쪽)



    "내가 기억하는 한, 우리의 '지하드 다이하드'는 좀 더 장대하고 저속하고, 그리고 바보 같을 정도로 저돌적이었어."

    "너 너무 멋진 거 아냐? 세상에서 너만 순수하고 용감하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그런 허세가 마냥 통하진 않는다는 거, 알잖아?"

    알지. 하지만……. 나는 솔직하게 내 마음을 표현했다.

    "그런 대사, 너한테서 듣고 싶지 않았다." (321쪽)



    우리는 피차 손이 닿지 않는 세계로 가버린 건가. 나는 힘을 손에 넣고 세상을 바꾸려하고 있어. 너는 아직 자신 안의 황금향에 머물며 꿈꾸는 잠에 빠져 있고. (323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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