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강자 - 이외수의 인생 정면 대결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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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속에 담긴 내용을 모두 이해했다고 이야기하려면 그 책을 쓴 사람의 인생까지 모조리 다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외수 님. 대단히 유명한 분이신데 저는 이분의 이름 세 글자만 알고 있었지 이분이 어떤 분인지 전혀 모르고 지냈습니다. 오래 전에 티비에서 한번 본 기억이 있는데 프로그램 자체가 우중충하고 재미없어서 채널을 돌렸던 것 같습니다. 도인같은 외모를 하고 계시고 글을 쓰는 분이시구나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우리시대를 말하는 대한민국 대표 아이콘 중에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분을 전혀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니, 스스로가 무지했음이 느껴졌고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국내 최초 트위터 팔로워 100만명 돌파를 이룬 분이신데 저는 며칠 전이 되어서야 팔로워라는 단어의 뜻을 알았으니 세상을 몰라도 한참을 몰랐던 것 같아서 '대략난감'합디다. 푸헐.



 



 


    이외수 님의 <절대강자>'이외수의 인생 정면 대결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강하고 똑부러지는 맛이 있는 명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또 이외수 님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낼까를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세상이 얄굿게도 이런 모양이다, 남 이야기할 게 아니라 너나 잘해라, 중요한 건 마음이다, 사랑은 소박하면서 거룩하다, 등등의 내용-줄여서 말하자면-의 인생과 관련된 짧은 글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짧은 글들이 트윗 140자 글자수 제한을 마추려는 듯한 모양새를 한 채로 모여 있어서 이 책을 보며 대한민국 유명 대표 트위터답구나라는 생뚱맞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에 닮긴 짧은 글들은 우리의 인생의 무겁고 심각한 부분들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결같이 해학을 가득담아 삐딱한 태도를 보이고 세상을 비꼬고 있습니다. 이 책 속에서도 이외수 님께서 자신에 대하여 사람들이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다는 부분을 넌지시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논란의 중심에 있을 법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진지하게 마침표를 찍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부분들까지 모조리 웃음으로 넘기려하는 모습에 붕떠버려서 좋은 말씀을 가슴에 새기기가 쉽지 않았던 점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유머와 개그의 분위기가 재미있어서 좋았지만 책을 다 보고나니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읽고있었나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저 웃고 넘기기엔 너무나 무거운 현실과 현재의 이야기였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집요함을 끝까지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어떠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으로 퍼지지 않고 하나의 점이 되어 뚫고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었습니다. 그래도 뭐 대단한 상상력을 동원한 세상 꼬집기를 보인 것이란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이 독특하고 좋아 보입니다.


 


    제가 이런 말씀 드리기도 참으로 우스운 일이지만, <절대강자>는 이외수 님의 외모와 무척 닮은 모습을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똥은 똥이요라는 당연히 맞는 말씀을 멋있게 씹고 뱉어주시는 도인의 냄새가 풍기는 글귀들이었습니다. 풍류를 알고 멋을 알고 예술을 알고 여유도 아는데, 그 모든 앎이 과거의 고통스런 수행의 터널을 지나온 경험에서 우러나온 된장같은 맛이기에 더욱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택견에서 이크이크 하며 상대방을 야루며 요리조리 피하는 듯한 늬앙스의 해석하기 나름의 어중간한 입장의 표현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꼭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꼴의 모양을 한 가끔식 뱉어내는 도인의 수많은 말들 중에서 이 중에서 하나만 제대로 걸려라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었을 텐데요,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겠죠. 그런데 이것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하나의 예술 형태가 되어 보이니 그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대단한 이외수 님의 글들에 화룡점정이 되어 <절대강자>를 더욱 빛나게 한 것이 있었습니다. 정태련 님의 그림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까지 살아남아 존재하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대들은 절대강자라고 말할 수 있는 옛 유물들의 오밀조밀한 모습의 그림을 글귀 중간마다 박아놓은 것은 정말로 절묘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 그림들이 지안指眼이라 하여 만져서 느낄 수 있는 그림이라 더욱 이 책에 담긴 글들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외수 님의 글이 바로 정태련 님의 세밀화처럼 정교하고 섬세한 맛이 있으면서 오돌오돌함을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리고 확실한 느낌이 있는 이 책을 주위 분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남을 비난하고 싶은가. 그때마다 '나는 완벽한 인간인가'라고 자문해보라. 완벽한 인간은 개뿔. 부처님도 인생을 고(苦)라는 한 음절로 축약하셨다. 남을 비난할 겨를이 있으면 차라리 그 시간에 코딱지를 파내는 편이 훨씬 인간다울 것이다. (229쪽)



    <절대강자>에서 이외수 님은, 남을 평가하기 전에 너나 잘해라는 이야기를 제법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 책에 대한 감상글을 적기가 껄끄러웠습니다. 똥맛도 모르는 사람이 똥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글의 앞에서 나는 '이외수를 몰랐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입니다. 그저 이 책을 통해 처음 이외수라는 인물을 접해보았고, 이전에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편견없이 바라 볼 수 있었던 사람, 그리고 독자으로써 그 어떤 선입견도 없이 순수한 시선으로 <절대강자>를 바라보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변명 비스므리한 나약한 소리를 해봅니다. 결국에 <절대강자>를 읽고 강자는 개뿔. 약자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어서 '조낸' 그시기 합니다요잉. 푸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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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박한 가슴이 각박한 일상을 만들지요. 오로지 돈만을 위해 살아가는 인생은 결국 허무와 회한만을 남기게 됩니다. 인간은 예술이 있기 때문에 위대한 존재이며 사랑이 있기 때문에 거룩한 존재입니다. 그대 꿈속으로 빛나는 별들과 눈부신 꽃들을 보냅니다. (29쪽)



    쓰는 사람이 감동하지 않는 소설은 읽는 사람도 감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내 소설의 첫번째 독자이면서, 가장 엄격하고도 신랄한 독자가 된다. (35쪽)



    성공한 이들을 비방하는 일로 자기 위안을 삼는 부류들은 발전과 성공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별다른 재능이나 열정도 없이 암울한 마음의 담벼락에 불만의 담쟁이넝쿨이나 무성하게 키우면서 언제나 자기우월감에 빠져있으니, 대저 무엇을 밑천으로 성공에 이르겠습니까. (93쪽)



    저는 이따금 문장의 생기와 탄력을 목적으로 신조어나 속어 따위를 사용하곤 합니다. 어떤 분들은 그러한 문장구사를 언어의 파괴 행위로 단정짓기도 하지요. 하지만 푸헐, 저는 생기도 없고 탄력도 없는 문장 구사가 언어의 박제 행위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111족)



    진실로 그림움이 극에 달하면 천 리 바깥 새벽 풀섶 헤치며 님 오시는 발자국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법이지요. (160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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