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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재미있지만 내게는 불편한 그녀의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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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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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시절이었다.  

길은 두갈래였고 길 위의 사람들은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단호했고 열정적이었으며  헌신적이었고, 젊었다.  

그 시절 내 책꽂이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는 구호같은 제목의 소설들과 '분석'과 '시대'에 대한 책들이 꽂혀있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책꽂이 어두운 자리에 꽂혀 있던 <깊은 슬픔>을 꺼내 읽었다.  

가끔 몇 개의 문장을 소리내어 읽기도 했고, 은서가 이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스르르 잠이 들곤 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책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어제까지 같이 술을 마신 선배는 무슨 이유인지 차를 몰고 목숨을 끊었고, 군대에 간 선배는 탱크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으며,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까마득한 선배도 약을 먹고 목숨을 끊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들은 술에 취해 주먹다짐을 하고 어두운 골목에 주저앉아 흐느끼거나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대부분은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  

참 이상한 시절이었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라는 긴 제목의 소설을 나는 굳이 피했다. 여기저기서 눈에띌 때마다 고개를 돌리고 책이 출간 되었을 때도 나는 며칠을 버텼다. 그리고 책을 사자마자 내가 읽은 것은 작가의 말이었다. 작가의 말을 읽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며칠을 펼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하루만에 읽어버렸다. 

읽는 내내 나는 슬펐다. 미루와 단의 죽음이 슬펐고 상실의 아픔을 견디어야하는 명서와 윤이 안타까웠고 끝내 윤교수가 세상에서 사라진 것도 슬펐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쩔수 없이  청춘이  인생의 맨 끝에 놓이게 된 수많은 얼굴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명서의 말처럼 누군가가 내게 약속해주었다면, 의미없는 일은 없다고. 언젠가는 다른 것들이 온다고 말해줬다면 슬프지 않았을까? 윤교수가 강의실에서 젊은 크리스토프들을 향해 말했듯이 누군가 우리에게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히 여기라고 말해주었다면, 그들은 청춘을 지나 아직도 살아있을까?   

나는  알 수가 없다.

"살아가는 게 슬픈 생각이 든다. 슬퍼도 당신은 그에 버금가는 힘을 지녔으면 한다." 

십년도 훨씬 전부터 지금까지 이 말을 했었나 보다. 발그레한 볼로 웃으며 뛰어가는 청춘의 뒷모습을 보며 부디 그러기를 바래왔나 보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갖가지의 슬픈 마음들이 변화의 힘이라고 했다.  

이제 그 말을 믿고 싶어진다. 그러면 조금은 사랑에 가까워지며 낙관에 한쪽 손가락이 가닿을 수 있으리라.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의 고단한 청춘들에게도 위로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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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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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인 '천지'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조금 읽다보니 그 죽음의 배경까지 대충 짐작이 간다.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싶어 책장을 넘기니 비슷한 이야기들이 조금 더 큰 원을 그리며 되풀이된다. 

<완득이>를 읽고 꽤나 흥분하며 주변에 추천했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던 터라 이 책은 조금 실망스러웠다고 할 수도 있겠다.  

재기발랄하고 거침없었던 등장인물들은 풀이 죽어있었으며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탄했던 작가의 유머와 재치는 이전보다 못하다.   

뭣보다 천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이유에 대해 작가가 준비한 '다섯 개의 붉은 털실 뭉치'가  영 마땅치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드라마의 한 장면같기도 한, 짧고 발랄한 대사로 이어지는 감정 묘사는 여전하다. 천지의 언니인 만지와 미란의 쿨한 관계나 천지엄마의 씩씩한 모습들도  '김려령표'라고 할 만 하다. 

그리고,  

나는 읽는 내내 울었다. 그 이유에 대해 공감하든 안하든 열네살 나이에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소녀의 고독과 두려움이 안타까워 자꾸만 눈물이 났다. 돌아보면 우리 모두 그런 시절을 지나왔다. 상처받고 상처주고, 죽고 싶고 죽이고 싶고. 지나왔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나왔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이 책은 어른들의 커밍아웃인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척 아닌 척 우아하게 거짓을 늘어놓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인지도. 

그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위로가 될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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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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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이라는 이름이 불편했던 때가 있었다. 

누가 굳이 뭐라하지 않는데도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그녀가 나는 내내 거북했다.  

대학시절 내내 그녀의 책은 내 책꽂이 가장 외진 곳에 꽂혀 있었으며 나는 아주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살짝 그 책들을 빼내어 읽다가 제자리에 꽂아두곤 했다. 

그녀가 걷는 길은 어둡다. 남편을 잃고도 울지 않는 영희나 야쿠르트 아줌마 문희, 스물한살 간호조무사 수아, 뇌성마비 엄마랑 사는 수정...그녀들의 삶도 어두워보인다. 그녀들의 삶을 둘러싼 배경으로 눈을 돌리면 더욱 어두워질 지도 모른다. 변변한 벌이도 되지않는 농촌의 생활이나 젊은 사람이 몇 안되는 지방 소도시, 노숙자들,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들을 향한 사회의 편견등을 그녀는 태연스럽게 이야기한다.  

이 소설집에서 그녀는 길은 여전히 밤길이지만 조금은 환해진 듯하다. 

손님들이 돌아간 초상집에서 홀로 울음을 터뜨리고, 전 남편의 외국인 처에게 맛난 도넛을 튀겨줄 생각을 하고, 엄마를 위해 미역국을 끓이겠다는 그녀들은 어두운 길을 명랑하게 콧노래 부르며 걷는다.  

초라하고 촌스러운 그녀들의 명랑한 콧노래에 끌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1년이 지난 후에 나는 이 책을 사고야 말았다. 

그리고 이제 이 책은 내 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꽂혀있다. 

그녀의 환해진 밤길을 따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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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독깨비 (책콩 어린이) 2
미도리카와 세이지 지음, 미야지마 야스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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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사는 곳은  꽤 규모가 큰 시립도서관이 가까이에 있다.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도서관은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사람들이 많다.  

지금처럼 도서관이 많지도 않았고 책을 맘껏 살 수 있는 형편도 되지 않았던 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수많은 장서와 여러가지 행사들이 열리는 도서관이 고맙기 그지없다. 그런 탓에 꽤 열심히 이용하는 시민 중 한 사람이다. 

그런데 규모가 큰 도서관인데도 주말이면 아수라장이 된다. 넓은 공간은 사람들로 빼곡하다. 어린이 열람실의 경우는 더하다. 책을 제대로 읽기도 힘든 갓난쟁이부터 책읽기가 지겨워보이는 아이들까지 들어차서 그야말로 시장통이 따로 없다. 책읽기도 학습이 되어버린 까닭인지 추천도서목록을 들고 서가를 누비는 엄마들의 모습도 주말이면 더 많이 보인다. 업무에 지친 사서들의 얼굴에서는 찬바람까지 분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씁쓸했던 적이 있던 어른들에게, 

엄마 손에 이끌려 간 도서관이 지겹기만 한 어린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의 화자는 구모미네 시립도서관을 제 집 드나들듯 하는 5학년 여학생 시오리다.  

시오리가 들려주는 다섯 편의 이야기는 따뜻하다. 3층짜리 건물인 구모미네 시립도서관에는 아픈 엄마를 찾으러 온 네살짜리 아이가 있고, 할아버지가 60년 전에 빌려간 책을 반납하려는 손자가 있고, 그림책의 예쁜 그림이 너무 좋은 10살짜리 남자아이가 있으며, 항상 웃는 얼굴로 맞아주는 미야코 선생님이 계신다.  

그리고 책과 함께 조금씩 자라는 아이들이 있다. 

책에는 관심도 없었던 야스카와는 할아버지의 사연을 듣고 할아버지가 책을 빌렸던 60년 전이 궁금해져 책을 읽기 시작한다. 예쁜 그림을 좋아하는 것이 부끄러웠던  겐타는 자기가 몰래 가져갔던 책의 그림을 그린 작가도 남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는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시오리는 갑작스런 아빠와의 만남에도 울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엄마나 아빠를 탓하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아빠의 소설을 읽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는 넓고 큰 도서관이 필요한게 아니었는 지도 모른다.  

한낮의 햇살처럼 조금은 나른하게  

우리를 조인 끈들을 풀어놓고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면 된다.  

그곳에서는 서두르거나 큰 소리로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런 곳에서 자란다. 아니 그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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