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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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이라는 이름이 불편했던 때가 있었다. 

누가 굳이 뭐라하지 않는데도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그녀가 나는 내내 거북했다.  

대학시절 내내 그녀의 책은 내 책꽂이 가장 외진 곳에 꽂혀 있었으며 나는 아주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살짝 그 책들을 빼내어 읽다가 제자리에 꽂아두곤 했다. 

그녀가 걷는 길은 어둡다. 남편을 잃고도 울지 않는 영희나 야쿠르트 아줌마 문희, 스물한살 간호조무사 수아, 뇌성마비 엄마랑 사는 수정...그녀들의 삶도 어두워보인다. 그녀들의 삶을 둘러싼 배경으로 눈을 돌리면 더욱 어두워질 지도 모른다. 변변한 벌이도 되지않는 농촌의 생활이나 젊은 사람이 몇 안되는 지방 소도시, 노숙자들,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들을 향한 사회의 편견등을 그녀는 태연스럽게 이야기한다.  

이 소설집에서 그녀는 길은 여전히 밤길이지만 조금은 환해진 듯하다. 

손님들이 돌아간 초상집에서 홀로 울음을 터뜨리고, 전 남편의 외국인 처에게 맛난 도넛을 튀겨줄 생각을 하고, 엄마를 위해 미역국을 끓이겠다는 그녀들은 어두운 길을 명랑하게 콧노래 부르며 걷는다.  

초라하고 촌스러운 그녀들의 명랑한 콧노래에 끌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1년이 지난 후에 나는 이 책을 사고야 말았다. 

그리고 이제 이 책은 내 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꽂혀있다. 

그녀의 환해진 밤길을 따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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